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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던 가라오케 사장 ‘업무상’ 화류계에 '억지로' 자주 출입하던 시절, 룸쌀롱 자리가 파하면 그 자리의 일행 모두가 함께 가던 곳이 한군데 있었다. 잘 모르겠다. 그곳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다가 제한시간이 넘으면 그렇게 몰래 영업을 했던 건지, 아니면 그렇게 심야에만 전문적으로 영업을 하던 곳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맨 정신에 가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어느 동네였는지도 희미하다. 들어갈 때부터 맨정신이 아니었으니 나설 때는 오죽 했으랴. 르네상스 호텔 근처였다는 것만 기억난다. 간판도 없고 입구도 없던 그런 곳. 출발하면서 전화를 하면 도착시간에 맞춰 사람이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우릴 숨겨진 뒷문으로 안내해주었었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 철문이 열리면 나타나던 별천지, 호화스럽지는 않았지만 꽤 널찍한 오픈 가라오케였다. 손님의 반은 룸쌀롱 아가씨들, 그리고 나머지 반은 그 아가씨들이 데리고 온 삼사십대 남자들.. 시끌벅적 흥청망청 끈끈거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그 업소의 사장.. 의외로 아주 말끔한 사람이었다. ‘불법영업 술집 사장’하면 떠오르는 그런 날라리 이미지가 아니라 대기업 엘리트 사원 같은 그런 정돈된 느낌을 주던 사람이었다. 체격이 훨친한 미남인데다가 언행과 매너도 아주 세련되어 있었다. 내 이름과 직함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으면서 때로는 직함을 때로는 형님이란 칭호를 쓰며 스스럼 없이 대했는데, 그는 술집주인답지 않게 시사문제에 있어서도 상당히 밝았다.
같이 갔었던 아가씨의 귀띔에 의하면 그는 돈도 굉장히 많이 벌었다고 했다. 원래 그 가라오케가 그리 잘되던 곳이 아니었는데 그의 새로운 영업전략이 적중해서 돈을 많이 번거란다. 그 집 손님의 반이 룸쌀롱 아가씨들이고 나머지 반이 그 아가씨들과 함께 온 취객인 것이 바로 그의 영업전략이란다. 손님들을 끌고 오면 매상의 일정부분을 아가씨들에게 바로 현금으로 계산해서 주기 때문이란다. 룸쌀롱에서 술을 마시다 아가씨들의 꼬임에 끌려온 남자들이 그의 영업 타겟이었던 것이다.
세련된 외모와 서글서글한 매너, 두루두루 박학한 언변, 그리고 불법영업을 불사하는 깡다구와 영업수완까지, 그는 작은 술집의 사장만 할 사람은 아니었다. 모든 손님들이 ‘자기는 사장과 친한 사이’ 라고 여기게 만들던 그의 재주, 무례한 취객도 거짓말처럼 휘어잡아 형님동생 만들어 버리는 그의 재주는 확실히 뛰어났었다.
여자 탤런트와의 결혼 꽤 세월이 흐른 후, 한 여자 탤런트의 재혼기사가 신문에 났다. ‘ooo! 연하의 청년 사업가와 결혼!’ 그런가보다 했다. 근데 송충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ooo 가 결혼한다는 청년 사업가, 그 놈이잖아. 거기 사장 놈’ 사진을 다시 자세히 보니 송충이의 말이 사실이었다. ㅎㅎ 청년사업가? 아직 그 사업을 하는지 아니면 그 바닥을 나와 다른 사업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사업수완만이 아니라 연애기술까지 비상했었던 모양이다. 잘 생겼지, 깡다구 있지, 매너 좋지, 돈 많지.. 아무튼 대단한 친구였다.
2009년, 사건으로 다시 나타난 가라오케 사장 그 이후 오래도록 까맣게 잊고 지냈던 그의 이름이 어제오늘 다시 오르내린다. 주가조작.. 이제 겨우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니 자세한 내막은 나중에야 밝혀지겠지만.. 어쨌든 욕심을 좀 부렸던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자기 재주를 믿고 위험한 짓을 좀 했었던 모양이다.
주가조작.. 돈 욕심 과한 사람들이 가끔 벌이는 나쁜 범죄이다. 순진한 소액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이 범죄는 엄벌해야 마땅하다. 근데 이번엔 상당히 애매하다. 때가 아주 절묘한 것이다. ‘과정은 위법이지만 결과는 합법’이라고 헌법재판소가 며칠 전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주가조작은 의사당 폭력 위법 탈법에 비하면 정도가 아주 경하다. 국민전체를 패닉으로 몰고간 의사당 불법에 비해 소액투자자 수백명정도야.. 따라서 우린 이들을 탓하지 말아야 하고, 이들 역시 법의 심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헌법재판소 덕택에 세상살이 참 편해졌다. 누구를 욕할 일도, 무엇을 두려워할 일도 많이 없어졌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아직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으니, 주가조작 따위의 시시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당연히 무죄가 될 것이다. 설사 과정이 위법인 것으로 판결이 나도 그들의 이익은 철저하게 보호받을 것이다. 판례에 따라서 말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인데 감히 어느 하급법원 판사가 그걸 거역할 것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처리결과에 아직은 관심이 간다. 상대가 ‘깡패 정권, 깡패 국회’가 아니라 ‘힘없는 개인’ 이기 때문이다. 기상천외한 판례가 나오자마자 불거진 이 사건이 그래서 흥미롭다. 우리모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일이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이번엔 어떤 말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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