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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 (doorie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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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05/14
 

25년전 심은선 덕에 맥주를 잘 마신줄 알았더니

2009.09.05 08:28 | 옛날얘기 | 요팡

http://kr.blog.yahoo.com/doorieclinic/3939 주소복사

두번째 휴가쯤이었을까? 아주 짭짤한 아르바이트가 하나 있는데 나보고 하겠냐고 묻는다. 송규호다. 도대체 무슨 아르바이트길래 휴가 나온 군바리보고 그걸 하라고 하는 걸까? 1분 1초가 금쪽 같은 군바리에게 말이다. ‘가서 한시간쯤 하면 이만원 받는다’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다. 이만원이면 생맥주 500cc 마흔 잔 값이다. ‘근데 그게 뭔데?’ 라디오 교육방송에서 하는 어린이 영어프로그램인데, 영어 노래에 피아노 반주를 하는 거란다. 원래 82학번 심은선양이 하던 일인데, 그 아이 일이 있어서 내가 땜빵을 하는 거란다. 고맙다 심은선. 네 덕에 술값 벌게 생겼다.

근데 피아노 반주라.. 기타라면 모를까 내 피아노 실력은 방송에 나가서 반주할 실력이 전혀 아니다. 하지만 돈 이만원에 이미 내 마음은 굳었다. 군바리가 못할게 뭐가 있냐. ‘악보는 있지?’ 악보는 준댄다. 그럼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다. 이삼십분 연습하고 가면 되겠네..

다음 날 규호가 악보를 가져왔다. ‘런던 브릿지 이즈 폴링 다운..’ 그리고 ‘아유 슬리핑 아유 슬리핑..’ 이 두곡이었다. 그런데 악보가 내가 기대하던 반주용 악보가 아니다. 달랑 멜로디와 가사만 있는 악보다. 띠바 그렇다면 소위 ‘편곡’을 내가 해야 한다. 아 띠바 일이 좀 커졌다. 이제와서 못한다고 할 수도 없고..

서클룸 피아노에 앉았다. 이 간단하디 간단한 동요의 반주를 과연 어떻게 만들 것이냐.. 멜로디는 반드시 쳐줘야 한다는데.. 그렇다면 왼손은 그냥 ‘도솔미솔’? 하지만 이건 너무 유치해 보일거 같다.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약간 변형을 줘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만 잘 안된다. 결국 도솔미솔을 기본으로 코드가 바뀌는 부분에서 베이스 러닝만 약간 줬었던 거 같다. 거금 이만원이 걸린 일이라 연습 많이 했다. 금쪽같은 군바리의 휴가가 몇시간 날아갔다.

드디어 당일, 방송국으로 갔다. 난생 처음 와보는 방송국, 처음이라 어색한데 신분이 군바리라 더 어색하다. 몇번 와봤다고 송규호는 태도가 아주 익숙하다. 스튜디오에서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자 교수님과 인사를 했는데, 반주하겠다며 나타난 게 군바리인 걸 보고 약간 놀라는 교수님의 눈빛.. 무시하고 아무튼 시작했다. 송규호 기타치면서 열심히 교수님과 노래하고, 난 구석에서 피아노 치고.

첫곡이 끝났다. 교수님이 뭐라고 말 할지 바짝 긴장했다. ‘어머 어머.. 군인 아저씨 터치가 어쩜 그렇게 예쁘고 부드러워요?’ 런던 브릿지 반주에 부드러운 게 어딨고 예쁜게 어딨나.. 그냥 하는 소리인 건 알지만 일단 교수님이 만족은 했다는 뜻인 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두번째 곡 아유 슬리핑.. 왼손 반주가 도솔미솔 패턴이 아니라 더 고생했었던 곡이다. 이 곡은 어떻게 쳤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암튼 두곡을 다 무사히 마쳤다.

‘돈은 지금 바로 주냐? 아님 나중에 주냐?’ ‘잠깐 기다리래. 지금 바로 줄건가봐’ 그렇게 받은 돈이 두사람 몫으로 아마 오만원쯤이었던 것 같다. 아주 명랑하게 교수님에게 인사를 하고 방송국을 나왔다. '꽁돈도 생겼는데 어디가서 찐하게 한잔 빨자.' 동기들을 다 떼어놓고 송규호랑 나랑 단 둘이다. 송규호에게 궁금한 게 있었던 차였는데 잘됐다. 이번 기회에 물어봐야겠다.

‘띠바야.. 김태원이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동기들에게도 입을 열지 않았다던 송규호였다. 근데 그날 술기운에 다 털어놨다. 그렇게 궁금하던 김태원 스토리. 얘기를 듣던 내가 분을 못 참고 울그락 불그락.. 이문규 개새끼, 김태원 xxx.. 그러자 송규호가 질겁을 한다. ‘거봐 이 띠바야. 너 이럴거 같아서 내가 얘기 안했던 건데.. 내가 보낸거야. 걘 잘못 하나도 없어. 진짜야. 니가 흥분할 일이 아냐’

휴가기간 시간이 워낙 짧아서 그냥 그렇게 마무리 하기로 했다. 군바리 워낙 바쁘니까. 아무튼 그날 심은선양 덕분에 송규호로부터 김태원 얘기도 듣고, 좋은 안주 놓고 생맥주 잘 마셨었다. 다시한번 고마웠다. 심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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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5년쯤 후, 엊그제. 시카고에 살고 있던 심은선양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25년만이다. 하니브로 카페덕에 느닷없이 이런 연결이 되기도 했다. 통화 말미에 오래전 이 얘길 했더니, 심은선양 왈
‘그거 나 아닌데요’ ^^ 

그럼 도대체 누구였어? ㅋㅋ
누구였든, 심은선 반가웠다.

심심 2009.09.05  08:58  [98.226.176.113]

하하하... 정말 반가왔구요, 우리신랑에게 얘기하니, 시카고 B&B문은 열려있으니 놀러 오시랍니다. 송-김이야기는 우리모두 뒷전에서 궁금궁금해했던 옛날일인데... 오랬만에 들어보는 이름들이네요. "지휘자 맘에 안들어"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던 83년. 이유를 대자면............ 송규호선배가 들으면 뭐랄까? 기회가 생기면 직접 말해야지... 글쎄 그기회가 올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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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 2009.09.05  11:00

송규호가 네 글 볼텐데.. 만약 송규호가 댓글 안 달면 네 말듣고 열 받은거다. ㅋㅋ 조금 전 송규호와 통화했는데, 골프치고 있더구만. 마침 일행들이 모두 친구들이라 간만에 그들과 반갑게 통화. 심은선 덕에 나도 오랜만에 친구들과도 통화. 아무튼 송규호에게 확인했는데, 심은선양이 아니라 83 박혜련이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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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apk3456 2009.09.05  16:15

하하하하...
부럽읍니다.
이렇게 친구들과의 대화가 자연스럽고 맘을 터놓을수 있으니...

아뭏든...요팡님..
요팡님이 꼬옥 참석해주시길 바래서요... 피아노 반주는 안하셔도 됩니다.
그건 시드니에 오시는날 듣기로 할께요.
제 오랜 이야기를 마치는 글을 썼어요. 함께해주시면 정말 좋겠읍니다.
감히 이렇게 초댓장을 내밀고 갑니다.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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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진짜 웃긴다. m..
오전에 내린비로 이제 ..
하니브로는 대학교 동아..
심히 헷갈리는 중임다...
625 ㅋㅋ 한참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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