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겨찾기 | 블로그홈 | 바로가기 바로가기 | 로그인
.
블로그  |  사진갤러리  |  동영상갤러리 방명록  |   즐겨찾기 추가
요팡 (doorieclinic)
프로필     
전체 글보기(731)
아메리카 새 댓글이 있습니다.
옛날얘기 새 댓글이 있습니다.
한국얘기 새 댓글이 있습니다.
I Love ♥ Music
自然, 自然醫學
New Age
개설일 : 2005/05/14
 

‘달동네’ 하면 한국에선 원래 산등성이에 있는 가난한 마을을 일컫는 말이지만, 미국에서는 정반대다. 미국에서 산등성이의 주택가는 고급주택들만 즐비한 부촌이다. 멋진 view 때문이다. LA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태평양 바다가 보이거나 LA 다운타운 뷰가 있는 지역은 궁전 같은 집들이 떡 자리를 잡고 있다. 밀리언 단위를 가볍게 넘어서 수천만불 단위의 집들이라고 한다.

낮엔 태평양이 보이고 밤엔 도시의 야경이 보이는 이런 집들, 띠바 규모나 시설, 가격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돈이 넘쳐나 주체를 못하는 사람들이 일년에 재산세로만 수십만달러를 내면서 그런 곳에 산다. 없는 사람들은 그 돈이 없어 평생 아파트에 사는데, 있는 사람들은 웬만한 집 한채값을 매년 재산세로 낸다. LA의 산동네 부촌을 돌아보면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이게 궁금해진다. 저새끼들은 도대체 뭘로 돈을 벌었을까?

부자들은 점점 더 산 쪽으로 올라간다. 깎아내고 파내고 메꾸면서 그들의 궁궐을 짓는다. 낮엔 퍼시픽, 밤엔 다운타운 그리고 이젠 숲과 맑은 공기, 그리고 밤하늘 별과 은하수에까지 욕심을 낸다. 점점 더 자연 깊숙히 침투해 들어간다. 옆집이 보이는 것도 싫다. 산으로 깊숙히 치고 올라가 혼자만의 왕국을 꿈꾼다.

하지만 산동네에 사는 LA의 부자들은 늦여름이나 가을이 오면 마음 한구석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거의 매년 발생하는 산불 때문이다. 낮은 지역에 사는 보통 마을사람들은 그런 걱정 별로 안한다. 산에 가까이 사는 부자들만 그 걱정을 한다. 재작년엔 로스펠리츠, 작년엔 말리부.. (재작년이 말리부였던가?) 아무튼 2년 연속 LA 지역의 이름난 부촌들이 산불에 당했었다. 물론 주택가 전체가 홀랑 타버린 것은 아니고 뚝 떨어진 곳에 있었던 집들이 좀 탔다. 올핸 또 어디서 산불이 나려나.. 나더라도 먼데서 나야하는데..
 
이런 LA 산불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LA에 얼마나 산불이 많았으면 옛 인디언들은 LA를 ‘연기의 계곡(Valley of the Smokes)’이라고 불렀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어지간히 산불이 많았었던 모양이다. 

알다시피 LA는 일년내내 해가 반짝 반짝하는 그런 사막기후다. 햇빛과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천국 같은 곳이지만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지겨운 곳이다. 사막기후의 특성상 우기인 겨울 서너달을 제외하고는 일년내내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다. 정말 십개월 가까이 단 한방울의 비도 안 내린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그렇지만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나오고 도심의 잔디와 나무들은 늘 싱싱하다. 육백마일 먼곳에서 물을 인공적으로 끌어오는 거라고 했다. 인간승리다. 사막기후에 이 거대한 도시를 세워놓고 거기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산다. 

그러나 도심을 약간만 벗어나면 사정은 다르다. 건기동안 극도의 건조상태다. 물을 주어 가꾸는 곳이 아닌 곳들은 덤불들이 온통 뒤덮고 있다. 간혹 큰 나무들도 있기는 있다. 도대체 어떤 수분으로 살아가는 지 모르겠지만 산이나 계곡에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모여 사는 곳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건조한 덤불들이다. LA에 산불이 많은 것은 이 덤불들과 관계가 있다. 이 건조한 덤불은 한국 겨울산의 싸리나무보다도 더 불에 잘 탄다.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 것이다. 싸리나무에 불 붙이기가 얼마나 쉬운지. 성냥 한개비와 마른 잎 한줌만 있으면 싸리나무는 불을 붙일 수 있다. 근데 LA의 덤불은 그것보다도 더 불이 잘 붙는것 같다. 이렇게 불이 잘 붙는 이유는 이 덤불들이 극도로 건조한 긴 여름을 견디기 위해 몸속에 수분대신 오일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LA의 덤불은 석유를 품고 있는 싸리나무인 셈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엔 가을인가 싶으면 갑자기 찾아오는 살인적인 더위가 있다. 그게 그 유명한 인디언 서머다. 100도를 넘나드는 건조한 더위가 한동안 지속된다. '덥다'라는 느낌을 넘어 '뜨겁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 '뜨겁고 건조한 인디언 서머'가 찾아 왔을 때 '기름을 가득 담은 마른 덤불'들에 눈꼽만한 '불씨'라도 튀기는 날이면.. 산과 계곡은 불구덩이로 변한다. 이게 LA 산불이다.


원래 산동네 LA 의 부자들은 자기 집에 대규모 스프링클러 시설을 해놓고 매일 아침 집 근처 널찍하게 물을 줬었다. 또 소방서에선 순찰을 돌다가 바짝 마른 풀이나 덤불을 그냥 방치하는 집이 있으면 곧바로 티켓을 발부해서 그것을 강제로 깎게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고급주택들이 모여있는 곳엔 마른 덤불도 없으며 그리 건조하지도 않다. 근데 해마다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올해 LA시는 스프링클러 사용을 주 2회로 제한시켰다. 정해진 요일 이외에는 물을 줄 수가 없다. 그래서 LA 산동네는 다른때보다 훨씬 더 건조했었다.

그러던 차에 LA에 갑자기 폭염이 찾아왔다. 아직 인디언 서머의 계절은 아니지만 한동안 가을날씨처럼 시원하다가 지난주부터 갑자기 더워졌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건조한 더위에 기어이 산불이 났다. LA 북쪽 소나무들이 아름답던, 그래서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같이 가서 고기를 구워먹곤 했던 그 엔젤레스 내셔널 포레스트라고 한다. 바로 앞 동네인 '라카냐다'라는 곳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그저께엔 바닷가 부촌 팔로스버디스 산등성이에서도 불이 치솟았었다. 두곳 다 알아주는 유명한 부촌이며 부자 한국사람들도 꽤 많이 사는 곳이다.


어제와 오늘은 LA 전체가 매캐한 연기와 냄새로 뒤덮였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낮게 깔린 연기로 뿌옇다. 새벽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면 밤새 가라 않았던 연기냄새가 매캐하게 코를 찌른다. 나무들이 탄 연기라 그리 역겹지는 않지만, 그 나무들이 얼마나 많이 타 없어졌을까를 생각하면 너무 아까운 마음이다. 이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자라온 나무들인데.. 남의 일이라 쉽게 말하는 거지만.. 사람들의 집이 타버리는 것보다는 나무들이 타버리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석양무렵은 더 기이한 느낌이다. 잿빛 하늘과 그 속에 묻혀있는 해는 아름다운 석양과는 거리가 멀다. 암울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집을 잃은 주민들.. 그들이 라카냐다나 팔로스버디스의 부자이건, 간신히 내집을 마련했다가 봉변을 당한 소시민이건, 그들은 평온한 일상과 많은 추억들을 화마에 빼앗기고 모든 것을 잿더미에 묻었다. 이런 암울한 영화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이 모든 것들을 망각한다. 산불이 지나가면 곧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LA의 좋은 날씨와 풍요로움을 다시 칭송한다. 거의 매년 대형산불이 덮치는 곳인데 사람들은 화재위험이 높은 바로 그 곳의 비싼 집들을 여전히 동경한다. 언젠가는 기필코 저곳에 입성하고야 말리라.. 산불 많이 나는 달동네로 이사가는 그날까지.. 

아마 이 망각은 ‘자연을 사랑은 하지만, 경외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걸거다. 자연을 거슬러 6백마일 멀리서 물을 끌어와 언덕을 깎고 계곡을 메워 오아시스를 건설하곤 그 천혜의 기후와 풍요로움에 파묻혔다. 사막 복판에 세운 거대도시에 살면서 인간의 위대함에 뿌듯해 한다.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심장 LA에 살면서, 늘 그랬듯 흥청망청대며 '역시 LA, 역시 세계 최고의 기후, 설마 우리동네는..' 이러면서 계속 산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끝없이 좇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은 전혀 없고,
그러면서 망각은 드럽게 빠르고.

자연이 그래서 우리를 깨우쳐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이 외친다. 정신차리라고.. 그 날이 머지 않았으니 제발 정신차리라고..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LA 산불은,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

물 안줘도 비가 많이 내려 풀과 나무들이 쑥쑥 자라고, 흙 쌓인 지붕엔 이끼들도 자라고, 여름이면 더웠다가 겨울이면 눈도 내리는 곳, 그런 곳으로 가고 싶다. 비록 두고두고 LA의 꿈같은 기후를 그리워하며 살겠지만 늘 그 날을 꿈꾸며 산다.

100도에 육박하는 가마솥 더위에, 산불의 매캐한 연기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띠바 마침 이때 고장난 에어컨. 그리고.. 저 사는 동네는 이번에 산불 난 동네하고 굉장히 멉니다.

harrison 2009.09.02  05:16  [129.42.208.174]

LA 산불이 왜 그리 자주 발생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곳 벌링턴과는 사뭇 다른 세상인듯 싶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답글쓰기
요팡 2009.09.02  07:06

혹시 동쪽 끝의 Burlington 이신가요? 주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살고싶은 곳이 메인주나 워싱턴주인데, 워싱턴주는 여러번 가봤지만 메인주는 아직 한번도 가보질 못했습니다. 부럽습니다.

답글쓰기
소년 2009.09.02  14:56  [121.180.28.205]

저희 친척이 사는곳이 다이아몬드 바와 글렌데일에 사는데 그곳은 어떤가요? ㅜㅜ

harrison 2009.09.03  03:14  [129.42.208.174]

요팡님, 이곳은 Vermont주 ( 정계를 은퇴하는 분들이 노년을 위해 휴식처로 지낸다는.... )에 있는 burlington입니다. 동쪽끝은 아니지만....그 비슷한 부근입니다. 여름에는 환상적인 경치가 제게 남은 향수를 지워버리게 하곤 한답니다.

요팡 2009.09.03  07:45

아 메인주가 아니라 버몬주였군요. 벌링턴이 산세좋고 숲 우거지고 그렇다는 말을 얼핏 들어서 메인주인줄 알았습니다. 미국의 강원도 ^^ 벌링턴에도 한국분들 많이 사시나요?

harrison 2009.09.04  05:08  [129.42.208.174]

아주 조금.....지금까지 두명 정도 본것같습니다.^^

jamesju_usa 2009.09.12  18:46

장문의 글을 잘보고 있습니다. 약장수들의 독감공포 조성에 대한 글은 저도 여러번 인터넷 신문에 올려주지만 원체 엄살이 심한 인류라서 너무 쉽게 넘어갑니다.

동부지역은 대서양 기후로 인해 습도가 많아서 자연재해가 심하지 않습니다. 또한 일주에 한두번 비가 내리는 곳이라 서부와는 다릅니다. 벌링톤은 한국분들 좀 있어서 교회가 있고 버만트 전역에 더러 삽니다. 뉴욕주에서 휘리를 타고 건너다니는 벌링톤...

메인주는 자연보전이 잘된 곳으로 콜로라도/ 펜실베니아/ 와 더불어 미국의 3대 자연조건이 좋은 것입니다.

요팡 2009.09.03  07:42

소년님! 글렌데일은 이번 산불 진원지인 라카냐다와 인접해있기 때문에 간접적인 영향(직접적인 화재는 아니고 연기나 재)이 있을거구요, 다이먼드바는 거기서 약간 더 멀기 때문에 별로 영향은 없을 겁니다.

답글쓰기
brendakelsen 2009.09.03  12:27

요팡선생님, LA산불에 관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원인과 분석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여, 저희 단체에서 발행하는 기후변화관련 잡지에 선생님의 글을 전재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영광이겠고요, 결코 선생님의허락없이는 전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답글쓰기
요팡 2009.09.04  04:32

이 허접한 글을요?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만.. 글이 너무 허접해서리^^

**** 2009.09.04  04:15

[귓속말 입니다.]

댓글쓰기

댓글쓰기 입력폼

포스트 목록 닫기

목록보기
 
555
오늘 전체
방문자 219 1097130
구독자 0 219
댓글 0 8674
참조글 0 1704
최근 댓글 전체보기
이야 진짜 웃긴다. m..
오전에 내린비로 이제 ..
하니브로는 대학교 동아..
심히 헷갈리는 중임다...
625 ㅋㅋ 한참 웃었..
HanRSS 로 구독하기Fish 로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