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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 (doorie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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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自然醫學
New Age
개설일 : 2005/05/14
 

갈현동 길거리의 한 자전거 가게에서 자전거를 빌려줬었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빌려서 통일로로 싸이클링을 많이 나간대나. 어릴적 석관동에서 한시간에 오십원내고 자전거를 빌려타던 때 이후, 서울에서 자전거 빌려주는 곳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느 가을의 조용한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빌렸다. 통일로를 한번 달려보자. 자전거로 타고 넘기엔 다소 뻑뻑한 박석고개를 넘어 내리막을 기분좋게 달려 내려가면 구파발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방향이 원당쪽, 오른쪽 방향이 삼천사와 의정부로 가는 길이다. 원당방향 길로 오분쯤 달리면 검문소가 있는 삼거리가 또 나오는데 왼쪽이 원당, 오른쪽이 통일로쪽이다.

검문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옆으로 숲이 빽빽한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면 갑자기 주변 경치가 확 바뀌는데 -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니던 풍경에서 갑자기 아름다운 시골풍경으로 - 이 느낌이 얼마나 달랐냐하면, 마치 영화에 나오는 신비의 문 같은 델 통과했더니 갑자기 완전히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을 한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였었다.


왼쪽엔 길을 따라 널찍한 개울이 계속 이어지고 오른쪽으론 논과 밭, 가끔 메추리 농장, 과수원들, 풀과 나무와 들과 산들. 싸늘하던 공기는 어느새 기분좋은 시원한 공기로 변해가고, 내리쬐는 햇볕도 따뜻하게 느껴지던 가을 아침. 잠시 쉬려 한적한 곳 나무 그늘로 접어들면 그 나무가 바로 미류나무, 저 나무가 바로 느티나무.. 그리고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게 바로 코스모스. 내가 입고 있던 감색 스웨터의 작은 글씨도 Cosmo Galaxy.


당시 통일로 변엔 거의 한치의 빈틈도 없이 코스모스들이 서있었다. 일부러 사람들이 심어놓은 것 같지는 않고 그냥 거기에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것일 거였다. 그전까지는 ‘무슨 꽃 좋아하세요?’ 하면 ‘남자가 띠바 꽃은..’ 이랬었는데, 그때 통일로변의 코스모스들을 보고는 앞으로 ‘좋아하는 꽃=코스모스’로 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정신이 극도로 삭막했던 그 무렵 ‘꽃 참 예쁘다’라는 희한한 생각을 하게 했던 꽃. 그랬었다. 그 꽃은 정말 예뻤다.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난 그 꽃에 깊이 취했었다.

가을 녘 아침의 통일로엔 자동차래야 이삼분에 한두대 남짓.. 아무곳에서나 자전거를 세워도 괜찮았다. 그렇게 달리다 쉬다 달리다 쉬다.. 길가 식당에서 느긋하게 점심도 먹고. 까짓거 통일로 끝까지 한번 가볼까나. 그러나 오후가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좀 든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쯤 서울로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은 올때완 많이 달랐다. 시원 상큼한 아침도 아니고, 햇볕도 은근히 따갑고, 경치도 아까 오면서 봤던 그 경치들.. 오랜만에 자전거를 너무 오래 타서 그런지 다리도 시다. 꾀가 났다. 그래..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 다리에 힘도 안들고 트럭타면 나름대로 재미도 있을거고. 지나가는 트럭들에 무작정 손을 들어 도움을 청했다. 십여대 트럭이 그냥 못본체 지나간 후, 한 트럭이 고맙게도 서줬다. '힘들어서 그래요? 네! 아저씨 감사함다. 어디까지 가요? 갈현동까지 가는데요. 어 난 갈현동쪽으로 안 가는데. 아니 그냥 중간에 아무데서나 내려주시면 됨다. 그럼 타슈..' 이렇게 트럭을 탔다. 자전거는 짐칸에 싣고. 

트럭.. 참 빠르다. 아까 그렇게 오래 걸려서 왔던 길을 자동차는 이렇게 금새 가네.. 트럭에 편하게 있으니 피곤과 졸음이 몰려온다. 몽롱해 있는 찰나, '갈현동 갈거면 여기서 내려야 돼요. 아저씬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난 공항쪽으로 가요. 그럼 한강 근처에서 내려주시면 안될까요. 갈현동으로 가야한다믄서? 괜찮아요 한강에서부터 가면 됨다. 그래? 좀 멀텐데..' 노곤한 몸에 그때 내리긴 싫어서 그냥 더 타고 가기로 했다.

트럭이 방향을 틀고 달린다. 공항쪽으로 가다가 한강다리를 만나면 거기서 바로 내리고, 거기에서 갈현동까지는 얼마 멀지 않은 거리인 줄 알았었다. 언젠가 늦은 밤에 택시로 한강다리를 건너 갈현동까지 금새왔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생각보다 한참을 달린다. 띠바 아까 거기서 내릴걸.. 후회가 슬슬 되기 시작한다. 그 때 앞유리창으로 생소한 다리 하나가 보인다.

행주교, 그때 난생 처음 행주교를 봤다. 아주 비좁은 2차선 다리. 아니 이렇게 쪼그만 한강다리가 다 있었네.. 그 행주교 보느라 정신이 팔려 트럭 세워달라는 말을 못했다. 엉겁결에 행주교에 이미 올라있었다. 에이 할 수 없지 뭐.. 난생 처음보는 행주교의 오른쪽 경치, 저기가 어딘가 싶다. 서울의 서쪽 끝부분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티비나 시골에서 보던 그런 강가의 모습. 그렇게 넋이 빠져있는데 어느새 다리를 다 건너버렸다. '학생, 공항에서 갈현동은 너무 멀어. 그만 여기서 내리지. 근데 아저씨, 저 여기서는 길 못 찾아가는데요. 공항에서부터거나 성산대교에서부터만 길을 알아요. 우씨 한참 돌아야 하는데' 결국 고마우신 아저씬 성산대교 근처로 가서 내려줬다.


성산대교 남단에서 갈현동까지의 길. 까짓거 한시간정도면 갈줄 알았다. 때는 이미 이른 퇴근시간까지 슬슬 겹치기 시작하는 저녁. 복잡한 성산대교를 건너 갈현동까지 가는 그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시내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아예 없었던 시절이라 쳐다보는 시민들의 눈길도 불편했고, 자전거가 도로에 있는 걸 못마땅해 하던 자동차 운전자들의 째려봄은 더더욱 거북했었다. 그 속에서 매연을 마시며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린다는 건 보통 일은 아니었다.

무려 서너시간 후 늦은 저녁, 녹초가 되어 갈현동에 도착했다. 다행히 자전거 가게는 아직 문이 열려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무슨 사고라도 있었던 거예요? 아뇨. 아주 재밌었어요.'


그게 뭐가 재밌었을까 싶겠지만.. 내겐 평생 기억으로 남았다. 
아마 지금 이 무렵이었을 거다. 코스모스라는 꽃 하나가 가슴에 푹 박혔던 때가.

linapk3456 2008.10.22  09:30

평생 기억에 남을 마큼 재미있었던 날
그 기억속에 깊이 박혔던
바로 이무렵 가을에 피어나는 코스모스
참 곱네요.
이곳은 봄인데 바람불고 기온은 14도 또 비도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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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ㄷㅂㅁ 2008.10.22  10:42  [76.204.236.182]

갑자기 웬 서정모드입니까? 국면전환용?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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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ith 2008.10.23  02:45  [76.95.80.62]

청춘을 신촌에서 보내고 직장도 신촌서 다니고 나중에 원당행신에 집도 샀었기에 말씀하신 서쪽서울의 풍경들이 참 낯익습니다.
아시잖아요, 이상하게 우리 서쪽 사람들은 서울사람들 답지않게 거기서 나 거기서 학교 다니고 거기서 자리잡는 "local" 성향이 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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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 2008.10.23  07:02

그러네요. 호주는 지금 봄이겠네요. 좁은 지구에 이렇게 계절이 정반대인 곳이 있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전 팔자탓에 서울의 동서남북에 다 살아봤습니다. 어릴적엔 북쪽 석관동, 고등학교 대학때까진 남쪽 흑석동, 이후엔 서쪽 갈현동, 나머지 대학때와 결혼전까진 동쪽 성내동.ㅋㅋ 국면전환용 맞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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싣니 보이 2008.10.23  07:31  [220.244.50.53]

호주는 봄은 봄인데 꽃샘추위땜에 산에선 눈까지 왔답니다. 하지만 결국 여름은 오겠죠. 언제나 그랬듯이... 근데 저에겐 언제 봄이 올까요? 영원이 안올건지 나도 모르게 벌써 왔다 간건지... 요팡 도사님께서 점이나 한번 봐주세요! ^^;; 거의 도인의 경지에 오르신것 같으니 잘하면 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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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마르 2008.10.23  11:48  [220.70.70.42]

국면전환이라도 선배님 서정모드가 저는 좋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꼭 제 추억처럼 느껴진다는...(사실 비슷한 추억도 없지만요^^;;) 다시 돌아가지 못할 그 때의 그 공간에 대한 그리움, 그런게 낭만 아닐까요? 선배님 글엔 그런 낭만이 묻어 나와서 빠져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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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마르 2008.10.23  11:55  [220.70.70.42]

저는 6살에 서울 신림동에 상경하야 지금까지 신림동입니다. 신촌이 로컬이라면 여기는 깡촌입니다.^^ 완전 서울 촌놈이지요. 친구들은 다 빠져나가고 아직도 난곡을 지키고 있는 라스트 난곡촌놈.
선배님 점도 봐주시나요? 저는 10년동안 겨울입니다. 봄이 올 줄 알았더만 점점 추워만 지네요. 혹시 제점도 좀 봐 주실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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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 2008.10.24  03:24

ㅋㅋ 낙골.. 나 다닐때 낙골은 진짜 시골모습 그대로였는데. 후문 올라가는 길 옆은 과수원, 학교주변은 온통 아카시아 향 짙은 산. 여기 서울 맞아? 할 정도였었지. '權不十年' 이듯 '禍不十年' 이니 후배님들 힘들 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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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이 2008.10.25  09:46  [218.155.105.109]

요팡님. 흑석동이 가장 추억이 많았고(따지,블랙스톤,넝쿨우거진 집,떡복이,사육신묘.ㅎㅎ),성내동(하얀집,88올림픽),갈현동(별다른 추억이없네) 참으로 즐겁고 대가리 복잡한 시절 이었슴다.산본(둔내 휴양림,스키장,알프스음악) 그리고...미국행(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그리고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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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충희 2008.10.25  09:49  [218.155.105.109]

미래(세계일주)..우와..가슴 설램니다..그 이후 한적한 통나무집과 풍경좋고 공기 맑은 곳에서의 절친한 친구와의 여생...꼭 그날이 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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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 2008.10.29  10:33

이제서야 이걸 봤네.. 종로의 주점 이름은 아직이요? 일지를 썼던 짱구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텐데 따샤가 그날 이후 연락이 없네. 그나저나 말이지. 골프는 열심히 하고 있을테고.. 기타를 다시 시작하는게 어떨까? 예전의 실력으로 돌아가는데는 시간 그리 많이 안 걸릴텐데. 성실양도 무슨 악기 하나 하라고 하고. 늙은이들 이거저거 할게 많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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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이 2008.10.29  15:43  [218.155.105.109]

주점이름 생각이 안남. 짱구님이 알거고..골프 no! 악기no! 정말 뭔가를 취미로 해야 하는데..먹고살기 바빠서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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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 2008.10.30  10:44

역시 짱구가 기억하고 있었음. 선비촌 ㅋㅋ 보너스로 알려준 장안당구장, 연타운, 연빌리지, 팽고팽고, 조은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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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내린비로 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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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헷갈리는 중임다...
625 ㅋㅋ 한참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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