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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본 여행 준비에 토플준비에 눈코 뜰새가 없다. 하루 종일 엔화 환전을 위해 은행이며 남대문 사설 환전소를 두리번 거리다. 엔화가 떨어지고 있어 환저을 미루고 공부를 하려 학교를 갔으나.... 이미 너무 지쳐있어 저녁을 먹고나니 졸음이 계속온다.
결국 공부를 포기하고 집에 가야겠다고 짐을 챙기고 있는데 친구가 일처리가 남았다고 기다리라고 하고 기다리던 사이 또 다른 친구가 오고 또 선생님께서 오신다고 하니 선생님 얼굴이라도 뵙고가려고 기다리다 선생님께서 한아름 사오신 밥을 내어 놓으시며 밥먹고 가라고 하길래 또 밥먹고 결국 기차를 타고 내려오려던 계획을 바꾸어 광역버스를 타기로 하고 명동정거정으로 갔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장애가 있어보이는 아이가 정거장을 계속 배회를 하는 것이 눈에 띄인다. 부모가 있나 눈여겨 보고 있는 중에 버스가 와서 관심을 접고 타려고 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다시 아이를 관찰하니 보호자도 없어 보이고 언어표현도 안되어 보인다. 그리고 정거장에서 다른 곳으로 가지도 않고 정거장에서만 계속 배회를 한다.
누군가 관심갖는 사람이 있으려나 하고 눈여겨보니 아무도 그 아이에게는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그 아이가 옆으로 다가가도 쳐다도 보지 않는다. 직감으로 아이가 미아인 것 같아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았다.
이름이 뭐니? 나이는? 엄마 어디있니? 집이 어디 있니? 역시나 아이는 아무 말도 못한다. 너무 늦은시간이라 잠시 망설이다. 아무래도 그냥 둘 수 없어 주변의 사람들에게 가까운 경찰서가 어디인지 물어 주변에 있는 경찰서로 아이를 데려가기로 하였다.
엄마 찾아줄께 가자, 하며 손을 내미니 아이가 덥썩 손을 잡고 이끄는대로 잘 따라온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해인이에게 전화를 해 이런 상황이 생겨 늦게 갈것 같다고 하니 왜 더 빨리 아이를 데리고 경찰서로 가지 않았냐고 한마디 한다. 해인이는 유치원을 장애아동 통합교육을 하는 곳을 일부러 찾아 보냈었는데 그 때 자폐친구들을 무척 귀여워 하며 잘 챙겨주었고 그 경험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 그리고 오히려 나보다 장애아동에 대한 대처능력이 더 뛰어나다.
어쨌든 경찰서를 찾아 경찰서 입구에서 미아인것 같아 데려왔으니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아이를 다시 보니 위 아래가 모두 옷이 젖어 있고 얼굴도 파랗게 질려 있다. 바로 앞에 가게가 있는데 아이가 잘못 처리될까 못미더워 가게에 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입구를 지키고 있던 젊은 전경이 좀 고참인 듯 한 청년은 따뜻한 음료수를 사와 아이와 나에게 권하고 또 다른 전경은 자신의 군용 보온복을 가져와 아이에게 입힌다. 그리고 담당 경찰은 연신 사무실을 오르내리며 신고접수된 것이 있는지 찾아본다.
그런데... 인상착의와 같은 아동은 신고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언어표현이 모자란 장애인들의 경우 일시보호소로 넘겨졌다 시설로 인계되는 경우가 허다해서 몇십년만에 찾았느니 어쩌느니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봐와서 여차하면 시설 까지 동행해서 인계과정을 다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함부로 입힌 옷이 아니고 아이도 말쑥하고 대화를 시도해 보니 말귀는 알아듣는 것 같은 것이 만약 자폐아동이라면 엄마가 엄청나게 교육을 시킨 경우 같았다. 그러니 부모가 안 찾을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경찰, 전경, 나 모두 황망해 하는데 아이가 화장실가고 싶다는 표현을 해서 우리는 모두 '당연히' 남자 아이로 알고 착한 경찰이 자진해서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좌변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 앉길래 경찰이 혹시나 하고 살펴보니 여아더란다. 그리고 경찰이 아이에게 입힌 옷을 보고 담당자가 국방색 옷이라고 검색을 하니 안 나왔는데 여아, 옷 색깔, 대략의 나이, 장애여부로 다시 검색하니 바로 오늘 등록된 미아접수가 있었고 부모에게 연락이 바로 되었다.
접수된 것을 보니 집이 종로로 되어 있다던데 그럼 아이 혼자서 두세 정거장 정도를 빙빙 돌았던 것이 아닐까? 도대체 몇시간이나 혼자서 돌아 어떻게 명동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사무실에 앉아 있던 아이가 볼펜과 장부를 보더니 뭔가를 끄적인다. 처음엔 낙서를 하는 줄 알았는데 유심히 보니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 같다. 언어표현은 안되나 많은 것을 익히고 있었고 이해력도 있는 것이 부모도 애 썼고 아이도 그 동안 애 썼던 흔적이 여실히 보인다.
다시 경찰이 부모에게 이름을 확인하고 맞냐고 하니 그 부모가 맞다고 했단다. 부모는 아이를 찾아 여기저기를 다녔는지 꽤 먼거리에서 찾으러 오고 있었고 경찰은 그래도 기다렸다 만나고 가라고 하는데 더 이상 기다리다 버스도 끊길것 같고 부모를 찾았다니 안심도 되고 만나서 또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도 부담되고 해서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말만 남기고 와버렸다. 정거장으로 다시 오는 길에 서행하는 차가 보여 유심히 보니 아마도 부모인 듯 싶었다. 다행이다 싶은 생각에 냉큼 정거장으로 왔는데 끝까지 확실히 부모가 맞는지 확인하고 인계를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경찰서에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생각이다.
오늘 일을 경험하며 든 생각은
1. 경찰이 부모에게 감사인사라도 받으라고 권유하는 것 같았으나 잘 생각해 보니 그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 아이의 복인 것이다. 모든 일정이 늦어져서 결국 그 아이가 있는 곳에 가게 된 것이나 유난히 오지랖 넓은 내 눈에 띄이게 된 것이나 버스를 놓쳐 결국 경찰서로 동행하게 된 것이나 모두가 그 아이를 위한 시나리오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2. 수원으로 이사하며 아이를 위해 좋은 유치원을 찾았는데 '좋다'는 조건이 공부 안시키고 '장애아동 통합교육'을 하는 곳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사립 유치원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지체장애 정신장애 친구들과 한반에서 생활을 하게 되며 장애 아동의 이해를 높일 수 있었으며 심지어 해인이는 그 친구들과 노는 것을 매우 즐거워 하였다. 그 경험이 오늘 ' 자신은 괜찮은데 왜 더 그 아이를 일찍 경찰서로 데려가지 않았느냐?'는 것으로 표현되고 자신의 가치속에 녹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좋았다.
내가 해인이를 장애아동통합교육하는 곳으로 '일부러' 보낸 것은 나의 경험으로 부터 비롯된다. 내가 어릴때는 장애인들은 감시, 보호, 속임의 대상이었고 거리에서 흔히 보이던 '미친년' '미친놈' '넝마주이'들은 경계와 욕설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지체 장애인 들은 거리에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 후 중학교에 들어가 봉사서클에 가입을 하고 처음 찾은 홀트에서 집단으로 모여있던 장애인들은 충격적이었고 쉽게 그들에게 다다가고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한 반이었던 뇌성마비 친구를 만나서도 단순히 동정심에 그를 대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동정심'이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아이는 편견없이 상대를 보고 이해하며 성장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결국 나의 의도는 성공을 한 것이다.
3.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 자신의 주변과 타인에게 관심도 없고 보면서도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정거장에 서 있던 그 많은 사람들중 누구도 그 아이를 눈여겨 보지 않았 다는 것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그 아이가 마치 도움을 구하듯 이어폰을 꽂고 있는 젊은 청년 옆에 한동안 서 있었는데 그 청년은 아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쩌면 이상하게 행동하는 그 아이에 대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눈길을 주지도 않았고 또 피하지도 않았으니...
4. 공부를 하며 느낀 건 나는 어쩌면 아카데미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지랖 넓고 동정심이 많아 타인이 안타까운 상황에 있을 때 도와주려 애쓰고 더 도와주려다 결국 선생님께 한 소리 듣기도 하고 또, 수업 중에도 수시로 감정적이되어 토론을 하는 와중에도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쏘아붙이고 또 내 감정을 너무 이입하여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분석하여야 하는 경우에 장애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항상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반발심과 오히려 아카데미 안의 다소 이기적인 모습들이 싫기도 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곤 했는데 나의 이런 오지랖이 좋게도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아 다행이다.
5. 반성할 것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들은 실종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따라서 실종에 대한 대처를 평소에 트레이닝을 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편견을 갖고 아이를 대했다는 것이다. 말로 표현 못하던 아이가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했을까?? 나는 왜 그 아이가 자기 이름정도는 쓸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까?? 나의 두터운 편견에 대해 더욱 더 성찰해야 할 것이다.
6. 경찰서 입구를 지키던 두명의 젊은 (내가 보기엔 어린) 전경 두명과 담당 경찰은 칭찬할만 하다. 요즘 네가지 없은 젊은 청년들 특히 학교가는 버스에서 종종 만나는 남학생들에게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배려 깊은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처음 경찰서를 갔을 땐 신임전경 한명이 우리를 저지했으나 고참으로 보이는 전경이 바로 담당부서에 연락을 취하고 말없이 사라졌다 나와 아이를 위해 뜨거운 음료수를 사와서 건네주고 (용돈도 별로 없을텐데) 온몸이 젖어있던 아이에게 자신의 방한복을 입히고 자리를 내어주던 것이나. 여아임을 확인하고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신상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센스나 정말 훌륭하다. 담당 경찰 또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부모의 인계과정을 확인하고 아이를 안심시켜주던 모습도 인상적이었으니 셋 모두 칭찬받아 마땅하고 참으로 좋은 분들이다.
아무튼, 오늘의 경험은 나를 다시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기회를 만들어준 해인이 그리고 **이가 고맙다. 그리고 **이 엄마 잘 찾아서 다행이에요~
이글을 보는 모든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오늘의 일은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것이니 자신의 주변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쓰러져 있는 사람, 장애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배회하고 있다면 지체없이 112로 신고하여 실종인이 아닌지 확인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실종 아동, 실종인 신고는 경찰이 잘 되어 있다.
바로 112 나 182 (여성 청소년과 실종인 신고처)로 전화눌러주고
정신지체의 경우 표현력이 떨어지니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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