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가 한국산(?) 인줄 알았다. 어렸을 적부터 TV 코메디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이수일과 심순애'를 패러디한 콩트를 제법 많이 보고 자랐다. 이수일의 명대사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를 농담삼아 친구들끼리 주고 받곤 했다. 알게 모르게 우리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본의 흔적.
▲ 왼쪽 콘지키야샤, 오른쪽 장한몽. 옷이 다를 뿐 거의 유사한 동작을 표지그림으로 그렸다.
사실, 이수일과 심순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한몽은 일본 작가 오자키코요(尾崎 紅葉)의 콘지키야샤(金色夜叉)를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한 것이다. 어려서 고아가 된 하자마 칸이치(이수일)가 사랑하는 사람인 오미야(심순애)를 부호인 토미야마(김중배)에게 뺏긴 후, 고리대금업을 통해 재기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 콘지키야사나 장한몽이 모두 신문에 연재 되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다만, 콘지키야샤의 경우 작가인 오자키코요가 죽는 바람에 결말을 완성짓지 못했다면, 장한몽은 이수일이 자신을 버린 심순애를 마지막에 다시 받아들이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시즈오카현 이즈반도 아타미.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진은 '오미야의 소나무' 팻말
얼마전에 이즈반도의 아타미에 다녀왔다. 아타미는 이즈반도의 가장 유명한 온천지역 중 한 곳이다. 또한, 멋진 해수욕장이 있는 곳으로 여름이면 멀리 도쿄에서도 관광객이 찾아들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아타미는 바로 칸이치(이수일)가 오미야(심순애)가 토미야마(김중배)의 돈에 마음이 쏠렸다는 것을 확인 한 곳이기도 하다. 소설속 배경지 임을 기념하기라도 하는 듯, 아타미 해변 한쪽에는 '오미야의 소나무(お宮の松)'라고 적힌 팻발이 세워져 있었다.
▲ 게타로 오미야를 차는 장면. 아타미 해변에 세워져 있다.
'오미야의 소나무' 한 편에는 당시 상황을 재현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돈에 혹한 오미야의 마음을 확인한 칸이치는, 자신의 바지단을 잡는 오미야를 나막신으로 차는 장면. 그냥 차는 것도 아니고 일본 나막신인 게타로 차는 모습이 무척 리얼해 보였다.
사실, 이 동상을 보기 전까지 '이수일과 심순애'의 원작이 한국인 줄 알았다. 동상을 보고나서도 믿기지 않아, 관련 사실을 찾아본 후에서야 알게되었다. 과거 일제시대의 잔흔이 알게 모르게 우리 정서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이 작품은 1897년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6년간 연재된 소설로 이 덕분에 아타미로 관광객이 대단히 몰렸었지요. 도꾸리님 너무 가슴 아퍼하실 일 없습니다. 이때는 번안소설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 에니메션을 TV에 보낼때 일본이란 것을 숨기지요! 마치 한국 것인 것 처럼 해, 이것이 더 가슴 아픈 일 입니다. 국가가 국민을 우롱하면서 장래의 대들보를 키우고 있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