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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부산역으로 건너오니 자정무렵이다. 부랴부랴 갈비골목으로 갔더니 죄다 불이 꺼졌다. 할 수 없이 아무 갈비집이나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무조건 3인분을 시켜야 한다고 야간시간대 종업원이 강짜를 부려 그럼 다음에, 하고 일어서니 선심쓰는 척하면서 2인분을 주겠단다. 그래서 먹었다. 오래된 쇠판에 쿠킹호일을 깔고 갈비를 구워먹는 시스템의 가게였다. 그런대로 맛은 좋더라. 아니면 배고 고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이 지친 틸노인을 택시에 태우고 호텔에 도착하니 세벽 1시무렵. 치약을 가져오지 않은 관계로 할 수 없이 유료치약을 썼는데 부가세포함 770원을 지불해야 했다. 그나마 틸사마의 혜안慧眼 으로 편의점에서 미네랄 물을 사온 것이 커다란 위안이었다. (코모도 호텔은 그럭저럭이었다. 만약 다음에 부산에 또 오면 다시 묵을지는 미지수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영화제다. 일요일 조조를 예약했지만 둘 다 피곤한 관계로 늘어지게 일단 잠을 잤다. 체크 아웃 하니까 정오무렵.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PIFF광장으로 향했다. 브런치를 자셔야하는 틸소녀(간밤에 푹자고 나니 노인에서 생기발랄소녀로 바뀌었다!)를 모시고 자갈치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정식집을 찾다가 실패해서 결국 PIFF광장으로 돌아왔다. (호텔에 가이드북을 두고 온 게 천추의 한이었다. 제길!) 그래서 발품팔아 선택한 곳이 바로 이 집! 진짜 소문난 집! 삼화식당인 것이다!
협소한 가게 터가 마음에 들었다. (서민삘의 인간들은 좁다란 장소를 코지cozy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곳이 결국 마음이 편하고 좋다. 아마 예수님도 마구갓에서 태어나고 나도 다락방에서 자라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침이라 안면몰수성 샷으로 틸에게 위안을 전한다! 히히히.
밑반찬이 깔리기 시작한다. 바닷가라 미역이나 곤포(다시마)는 기본인가 보다. 그런데 틸사마가 묻는다. 저 매운고추간장은 뭐에 쓰는거야? 앗, 글쎄다. 찌짐이가 나오려나? 설마 미역을 찍먹으란 소리?
짜잔, 우리가 주문한 백반은 이 집의 하일라이트(?) 순두부! 처음에 순두부 하나 다른 거 하나 시켜서 나누어 먹으려고 했는데 어쩐지 이 집 순두부가 포스가 느껴져 혼자 독식하고 싶은 마음에 같은 메뉴를 시켜버렸던 것.
일단 깨소금이 왕창 뿌려져 중앙을 장식하고 있는게 독특했다. 그러나 천만 다행인것은 라유가 찌개표면에 잔뜩 고여있지 않은 것. 매움을 내세우며 고추기름을 듬뿍 넣지 않음을 감사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앗. 이 웬 스뎅 국그릇? 비빔밥 그릇? 그렇다. 앞 손님을 보니 비벼먹고 있었다. 한국사람이라면 꼭 보지 않아도 감이 오는거다. 공기밥을 꺼꾸로 투하하고 찌개를 부어 비벼 먹는 것인가보다. 아하. 그렇담 아까 그 매운간장은 아마도 짜게 먹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을까?
원래는 소식가라 (???) 반공기만 부어 비비려고 했는데 아점인지라 부득이 두 번의 끼니를 대신해야 한다는 소명하에 온전히 한 공기를 다 쏟아부어 비볐다. 맛은? 담백했다! 짜지 않으면 일단 후한 점수를 주는 버트씨의 입맛에 입각하자면 짜지만 않음 50점은 거져먹기다. 너무 맛있어서 부산에 내려갈 때마다 잡숴줘야 할 만큼 감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끼 식사로 나쁘지 않은 백반집이다. 혼자 PIFF광장에서 해매는 영화족들에게 탄수화물을 공급해줄 장소로 조용히 이 집을 카리켜본다. 왼쪽 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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