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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의 집에서 가끔 자고 가곤 한다.
내가 묶게되는 게스트 룸에는 커다란 구형 프로젝션 TV가 있다.
잠자리가 바뀌면 쉬이 잠이 오지 않는 나다.
생긴 것과 달리 몹시 예민한 편인게다.
친구 집에서 질펀하게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녀석들이 죄다 곯아 떨어지면 기어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니까.
처음엔 외박자체가 싫어서인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타지에서 잠을 자면 쉬이 잠들지 못하는 꽤 귀찮은 인간이었다.
어제도 잠이 잘 오지 않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집에는 없는 텔레비젼의 주파수를 혼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그것 나름의 어떤 중요한 삶의 메씨지가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잡생각도 하면서.
그런데 유시민이 떡 하니 나온거다.
무슨 친노정당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하신단다.
그런가 싶어 빨리 채널을 돌리려는데 문득 자신의 정당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게 들렸다.
자신이 참여할 이른 바 친노성향의 신 정당은 중도진보란다.
중도진보?
중도보수를 주창한 돌아이들의 대척점인가?
아님 그냥 신조어인가?
피곤한데 잠이 쉬이 오질 않고 있던 상태라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대체 중도란 무엇인가?
한가위판 한겨례21에서 리서치한대로 중도란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사는 세상을 꿈꾸지만
자신과 자신의 자식을 포함한 가족의 삶은 반드시 잘 사는 세상에 편입되어야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한다는 리서치결과를 추출해 낸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능력없으면 다 같이 잘 살아야하고,
내가 비상한 능력을 가진 자라면 그와같은 비상한 능력을 소유한 인간들은 반드시 잘 살아야 한다.
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들은 심적으로 민주당에 적을 두지만
땅값이 오르기를 원하는 마음이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는 것.
중도는 이렇게 엉뚱한 계층이다.
그리고 또한 솔직한 계층이다.
자신임 약자와 연대에 주저하지 않는 멋진 인간일 수도 있다고 믿지만 정작 속물인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또한 중도는 보수와 진보의 중간층도 아니다.
이성적으로는 진보지만 감성적으로는 보수인 계층이
스스로를 중도라고 여기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셈이다.
물론, 그것은 지탄받아야 하는 이중적 성향이 아니다.
그저 승자 독식의 차가운 세상에서 필연적으로 생산해 낸 돌연변이일 뿐이다.
개인이라는 테두리에서 이해하자면
이 나라에서 자신을 중도라고 여기는 인간들을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되었기에 고무되었다고할까.
더불어, 우리나라의 최고권력자가 펼치는 중도의 의미를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고마웠다.
그 중도는 결국 대세였고 곤두박질쳤던 권력자의 지지율을 어느정도 끌어올리는 효자 역할을 하였다.
그게 이른바 대한 민국의 중도다.
중도의 힘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그만큼 위대하다.
자신이 진보논객임을 내세우다 이제 그 약빨이 다 되어 죽은 자에 기대어 정치복권을 노리는
한 명의 수다꾼이 이제는 자신이 내세우던 색깔에 중도를 어미로 채용했다.
그게 중도진보란다.
위에 내가 설명한 중도에 뜬금없이 진보라는 단어를 합쳐 놓은 셈이다.
진보를 꿈꾸지만 그것은 결국 꿈일 뿐이고,
내 아파트 값이 올라야 하지만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좋다란 뜻인가?
즉, 대박은 중도보수고 소박은 중도진보인가?
야심한 밤에,
'어이'가 '없어' 라는 문패를 단 집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보다 가방끈이 적어도 1미터는 짧지만 자신은 진보를 꿈꾸고
그 진보가 이 땅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짚신벌레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변방의 촌부는 가슴이 저려왔다.
중도는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신종 접미사가 아니다.
중도는 자신이 결국 박쥐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중산층 프로젝트'일 뿐이다.
우리나라에 언제 진보가 제대로 된 취급을 받아온 적이 있었나.
우리나라에서 언제 진보정당이 지지를 받아 국정을 이끈적이 있었나.
제대로 된 단어의 뜻이 이 땅에 단 한번도 확립되거나 뿌리박힌 적없는
일천한 '진보제로지대'를 살면서
이제 진보가 국민들의 마음을 읽는데 부족하니
중도진보를 하겠다고?
공인의 지위를 얻었다고
티비에 나와 되는대로 지껄인다고
그 모든 뜬구름잡는 어설픈 허구성 정치발언들이
모두 말로 제대로 형상화되어 시청자의 머리 속에 하나씩 각인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체 삼팔육으로 대표되는 떨거지들은
이 땅을 딛고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어느정도로 하수로 비춰지는 것일까.
아마도 유시민은 무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걱정하거나 외면하는 집단은 아마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층일테지.
그렇기에 이렇게 자신있게 자신의 무지를 들어내는 것일게다.
내가 이렇게 무지한 (또는 나를 무지한 인간으로 여기는)
3류 정치꾼가 지껄인 쓰레기같은 말들을 내 금쪽같은 블로그에 몇 자 휘갈기는 이유는
그가 이른 바 대한민국 피플들의 사랑받는 진보정당을 꿈꾸며 오늘도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소신있는 진보주의자들을 싸잡아 단 한마디로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다.
그가 밝힌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추구하는 진보란 그들만의 진보란다.
그래서 국민(나는 사실 나라국 백성민을 싫어하지만 유시민이 쓰는 표현대로 옮기다보니)들에게
외면 받는다고 그렇기에 중도진보를 할 계획이란다.
결국,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저희들끼리 박터지게 정치나 사상게임중일 때
자신들의 신당이 현재 진보정당들이 외면한 진보정치에 서민들이 좋아라 할 중도로 도금을 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땅에는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진보를
인식하려고 노력하고 지지해 마지 않는 민초들이 분명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인기 없는 정당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해서
전부 마이너의 삶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
언젠가 진보가 각광을 받는 시기가 오기를 진심으로 고대하며
오늘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신경쓰지 않고 기존 구태정당의 라이벌로 만족한다는 것 자체야 말로
진보를 논할 자격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유시민은
자신이 말한대로 민주당과 두 개의 소수 진보정당 사이에 이념을 두는
중도정당을 만든다고 속이지 말아달라.
그저 죽은 정치인의 인기를 등에업은
팬클럽을 만들겠다고 선언해라.
그것도 정당은 정당이다.
그리고 그 신당의 이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 어느 중간쯤이라고 떳떳이 밝혀라.
또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그도 아니면 의원직을 잃어버려 꼴사나워진 전 기업총수가 이끄는 창조한국당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허경영의 민주공화당
그 중간 어디 부근에서 살림을 시작할 거라고 솔직히 이야기는 하는 게 어떨까.
적어도 이 땅의 중도들은 그렇다.
자신은 솔직하지 않지만 공인들은 솔직하기를 바란다.
위선적인 정적들과 웃는 얼굴로 악수하기 싫다는 올곧은 정치인이 정말로 되고 싶다면
스스로가 위선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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