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9호실에 상주해 있는 손님의 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은 그를 Soul Provider로 알고 있을 뿐이다.
쏘올 프로바이더의 임무는 간단하다.
자신을 둘러 싼 사람들,
자신과 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씩 영혼을 공급해 주는 일을 한다.
쉽게 말해 영혼이 고갈된 인간들에게 조금씩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인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쏘울 프로바이더의 임무를 경시한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나누어주는 영혼의 양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뿌리는 선물의 양은 어마어마하지만
막상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작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치와 닮았다.
한 명의 쏘올 프로바이더가 소유한 영혼도 그처럼 한정되어 있기에
조금씩밖에 나누어 줄 수가 없다.
그 조금의 영혼이 싹을 틔면 온전하고 독립된 하나의 영혼으로 완성된다.
새로운 쏘울 프로바이더의 탄생 순간이다.
반대로 이식된 영혼을 알아채지 못하고 스쳐지나가 버리는
대개의 사람들은 버림받는다.
왜냐하면, 쏘울 프로바이더의 역할은 늘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쏘울 프로바이더가 나누어주는 영혼의 양이 한정되어 있듯이
그도 결국 자신이 사용할 조금의 영혼을 간직한 채 프로바이더의 임무를 마치게 된다.
최근 1209호실 손님은 의기소침하다.
침체기일까?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에 아이들이 실망하거나 콧웃음을 치고
심지어 산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작금의 시대상을 그대로 관통한다.
프로바이더의 임무는 공급일 뿐 수요에 있지 않다고 사람들은 결정해 버린다.
늘 그래왔지만 지금의 세상도 인정을 요구하는 수요의 인플레이션 상태다.
프로바이더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새로운 쏘울 프로바이더의 출현은 미미하거나 답보상태다.
기존의 프로바이더는 지쳐간다.
피플들은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문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태라고 해서 다 싸잡아 인플레이션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공급이 줄어도 그 질이 향상되어 가치가 상승한다면 인플레이션이라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문제는 쏘울 프로바이더가 공급하는 영혼의 질이 갈수록 조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세상을 각박하게 한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어쩌면 프로바이더의 소멸에 그 원인이 있다기보다
영혼을 수혈받은 수요자가 받은 만큼의 영혼을 타인에게 다시 나눠주길 꺼리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엔 당연한 것이 없다.
지금 당장 공기가 희박해지면 수퍼에서 가정용 산소통을 판매하기 시작할 것이다.
당연히 공짜였던 산소를 사서 호흡해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인간이 몇이나 될까.
당연한 것은 없다.
조금의 친절에 가슴 절절히 고마움을 표시해도 친절을 배푼 사람의 마음을 백분의 일도
따라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쏘울 프로바이더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친절을 베푸는 것과
친절을 누리는 것의 차이 말이다.
그래서, 1209호 손님은 오늘도
두문불출이다.
방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자신의 영혼을 쥐어 짜려는 좀비들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서
그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나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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