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히데오渡辺英雄가 퇴근을 한 시각은 6시였다.
보통 6시에 퇴근을 해서 긴 통근 시간을 소비한 후 집에 녹초가 되어 도착하는 시간은 밤 8시.
하지만, 오늘은 6시다.
영업사원인 그가 가끔 집에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이유는
마지막 거래처에 들렸다 회사로 복귀하지 않고 바로 퇴근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는 곤란하다.
전날 지나친 움주로 심신이 오그라들정도로 지쳤거나,
오늘처럼 다른 약속이 있을때만을 예외로한다.
다른 약속이라.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오가와 케이小川ケイ.
케이와 만남을 주선한 것은 사실상 선배 노구치였다.
대학 2년 선배인 노구치野口와의 인연은 영업을 하는 동종업계에서까지 이어져
꽤 돈독한 우애를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노구치선배는 또래보다 키가 크고 서글서글한 인상이 매력적인 호남형이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친철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누구의 부탁도 쉽게 거절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잘생기고 활달한데다가 넉넉한 집에서 학비 걱정없이 대학을 다니는 모습들이
그럴듯한 가정교육을 받은 다수의 중산층 2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각인되었다.
그런 그가 대학때,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거의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볼품 없는 와타나베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캠퍼스 레전드에 속할 정도로 큰 뉴스거리기도 했다.
물론, 와타나베에게는 말이다.
덕분에 그동안의 따분했던 대학생활이 한결 수월했다.
말 그대로 '갑자기' 삶에 활기가 넘쳤다.
그때까지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많은 수의 학생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게 되었고
그 중 몇몇은 친구라는 울타리속으로 기꺼이 와타나베를 초대하기까지 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 몰라도
와타나베에게는 커다란 혁명과도 같았다.
그가 오랜시절 하급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더더욱 놀랄 일이었다.
그때까지 와타나베는 단 1명의 친구도 사귈 수 없었다.
아니 단 1명의 급우와 단 1분이상의 대화를 나누어 본적도 없었다.
이지메라고 하면 무조건 폭력적인 상황이 연상될 터인데
와타나베의 케이스는 그것과는 사뭇달랐다.
그의 학창시절은 참으로 조용했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분위기를 모르는 몇몇이 간혹 그에게 말을 걸었다가
이내 뱉어낸 말을 주어담기 바빴다.
심지어 담임이나 교과목 선생들조차 단독으로 그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질문도 없었다.
와타나베의 틴에이지는 한 마디로 침묵이었다.
아침이되면 거대한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움추리고있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 크고 무거운 문을 열어준 게 노구치선배였다.
대학에 들어가도 역시나 아무도 그에게 대화를 신청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나가던 다른 학생이 와타나베의 발을 밟아도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나긴 침묵의 또다른 4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추가된 침묵을 젖히고 그에게 다가온 노구치 선배는 놀랍게도
그와 정확히 반대편에서서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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