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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 등짝을 사랑해

2009.09.14 13:46 | 일쌍 | 버트

http://kr.blog.yahoo.com/dazizima/1431 주소복사


나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기에 그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길이 없다.
가령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침을 뱉는 아저씨가 있다고 하자.
침은 의도대로 정확히 아스팔트에 꽂혔지만 침을 뱉을 때 발생한 수십 마이크론으로 잘개 쪼개진
타액의 미세한 분말은 바람의 방향을 따라
하필 재수없게도 같은 길로 진행하던 보행자의 빰 위에
고스란히 착륙한다.
불결을 떠나서
분노가 치민다.
그러나 벌써 수십년째 길거리에서 꺼리낌없이 허파꽈리를 쥐어짜 가래를 뱉어내는
남자들에겐 (나는 여태 길거리에서 침을 탁탁 뱉는 여자를 본적이 없다) 자신의 행동은
늘 정당하다.

왜 그럴까.

지하철이 밥벌이 수단의 중요한 수단인 것은 비단 좁은 차내에서
추억의 팝송을 복제해 파는 파렴치한 잡상인들뿐만이 아니다.
우리들 모두,
요건대, 버스나 전철로 통학하거나 출퇴근하는 사람 모두가
대중교통 자체가 밥벌이 수단임을 왜 모를까.
지하철공사 2호선 9998호를 운전하는 기관사 최수정씨나,
기자촌에서 전농동을 오가는 7200번 청색 간선버스 운전기사 최수종씨만이
교통수단으로 밥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란 이야기다.
그 안에 타고 있는 그들 모두가 밥을 먹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버스기사 수종씨는 라이오 볼룸을 크게 틀고 요철이 심한 편도 2차선의 오래된 도로를
시속 100킬로에 육박하는 무식한 속도로 돌파해서는 안되는 것이며,
기관사 수정씨역시 귀찮다는 이유로 스크린도어와 전철 문의 일치율을 50%로 대강 끼워 맟춰
내리는 손님과 타는 손님이 딱 자동문 절반의 폭에서 성난 폭도들마냥 배싸움을 벌이지 않도록 해야한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그렇게 무례한 운전을 하지 않도록 우리들도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의 일상적인 주접을 묵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

어쨌거나,
힘들게 출퇴근하는 우리들에게 나는 부탁한다.
잘 들어다오. 이게 본론이다.
지금껏 지루한 내 글을 잘 따라왔다. 골문이 바로 앞이다, 그러니 호들갑은 금물이다.
나야 원래 장안에서 소문난 서론 90분 본론 1분의 어수선한 이야기질로 정평이 나있는
아중이 떠중이 이른바 시정무뢰남이 아니던가.

사람이 차곡차곡 차내 틈새에 끼어서 가는 이른 바 러시아워표 만원 전철이 아닌이상,
정말이지 제발 뒤에서 나를 건드리지좀 말아다오,
부탁이다.
촘촘하게 승객이들이 박혀 있어 어쩔 수 없는 접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면 이해하겠다만
아무리 둘러봐도 상대방의 신체나 들고 있는 사물에 손이나 몸을 데지 않아도 널널한 차내에서
왜 그렇게도 몸을 갖다대고 부벼대는지 모르겠구나.
신종 감기에 노출되는 불결함을 떠나서
누군지도 모르는 인간과 접촉을 할 때 생가는 불쾌감이 든다.

그래. 나는 좀 이상한 인간이다.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등에 백팩을 메는 타입이다.
100명의 셀러리맨중에 나 같은 패션을 한 인간은 2명이 될까말까다.
안다.
하지만, 어쩌냐.
나이가 들어서 더더욱 메신져백을 들고 다니는 게 힘이 드는데.
랩탑과 간식 책과 지갑 그리고 편지봉투와 휴지 아답터와 전동칫솔 따위를 들고 다니기에
메신져 백이나 핸드 백은 내게 몹시 버겁다.
핸즈 프리가 전문이다보니까 특히 더 그런 편이다.
양손이 자유로워야 비로소 숨이 쉬어지는 타입이다.
그래,
그래서 우산도 늘 미니사이즈의 3단 자동우산을 산다.
그래야 전차에 오르면 잘 감아서 니쿠사쿠에 쏙 넣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용 파라솔을 펴야 비로소 몸 전체가 가려지는 비대한 몸을 소유하고 있지만
전철에 그런 거대한 물건을 들고 타면
결국 책을 한 손으로 읽어야 하는데
그것은 관절염이나 건초염을 일으키고 심지어 토미존이나 손목관절에 무리가 온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나는 비오는 날도 우산을 잘 털어 접어 휴대용 비닐에 포장해
메는 가방에 넣고 책을 읽는다.
그게 일상이다.
그게 내 삶이다.
그래서 백팩이 좋은 거다.
그러나 전철안이다.
두께가 슬림한 가방을 구입한 이유다.
되도록 만원 전차를 이용하지 않는 직업을 골라왔지만
보스가 변덕을 부려 일찍 출근하는 날,
혹시 내 가방이 랜덤 승객의 얼굴을 뭉겔까봐 조바심이 났기에 슬림백을 주문했던 거다.
나는 적어도 그정도의 잔머리는 굴리고 산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그런데 대체 왜들 그러냐 이말이다.
왜 자꾸 가방을 후려치냐.
주변이 널널한데도 왜 자꾸 가방을 건드리냐 이거야.
책을 보다가 적어도 2정거장에 한번 꼴로 뒤를 돌아보게 된다.
모든 살림살이가 (틸사마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MCM의 지갑을 포함해서) 메는 가방 안에 있어서
여유 있는 차내에서 누군가 자꾸 내 가방을 건드리게 되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볼 수 밖에 없게 된다.


견디다 못한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해 봤다.
어떤 여자가 뒤에서 계속 가방을 치기에
순간 딱 180도 뒤를 돌아서 섰다.
머리를 말리지 않고 그대로 출근한 게으른 처자의 눈은 놀람 그자체였다.
그리고 천천히 반응을 살폈더니 놀랍게도 그녀는 내 가슴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
왜?
왜지?
왜일까?
나로선 도저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다른 이에게도 그러한 실험을 수차례 진행해 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나와 마주보고 있을 때는 나에게 어떤 터치도 하지 않았다.
시선조차 마추길 꺼려하는 것 같았다.
다시 뒤로 돌아 뒤에서 내 가방을 만지고 노는 승객과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번에도 부시럭 부시락 가방을 만진다.
내릴때가 되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뒤에서 압박이 느껴진다.
나는 뒤를 돌았다.
그랬더니 예의 그 가방 '만지막 인간'들이 이번에도 내 배를 만지지 않는 것이다.
왜일까?
내 가벼운 뇌로서는 추론이 불가능하다.
수일 밤을 고민에 휩싸여 불면으로 아침을 맞이하던 나는 어떤식으로든 결론을 내겠다고 결심했다.

결론이라,
거창하게 들릴까 두렵다만 내가 내린 어줍잖은 결론은 바로 이거다.

그들은 내 등판대기 그러니까 내 등짝 또는 내가 맨 가방을 사랑한다!

수십차례 실험을 했지만 그들은 마주보고 있을 때 내 젖꼭지나 배꼽 또는 옆구리 따위에
손을 데서 만지막거리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방을 살살 밀치는 어떤 여자는 내가 뒤를 돌아 마음 껏 내 배를 쓰다듬어도 좋다는 식으로
배를 들이밀어도 만지기는 커녕 다른 칸으로 긴급히 이동하고야 말았다.
왜 이런 일이 이러나겠는가?
그것은 성질급한 인간들이 앞에서 문이 열리길 차분히 기다리는 나 같은 손님이 싫어서일까?
한국에서 운전을 해 본 작자들은 금방 알게다.
건널목앞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자동차의 앞 범퍼로 늦게 건너가는 보행자들을
위협하곤 한다.
그것과 같은 원리일까?
알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치사한 인간들이 전부인 세상을 상상하기 싫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내 등짝 또는 고비사막과 같이 넓디 넓은 내 등판에 메달린 가방을 좋아하는 거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결론을 내지 않고서
이 삭막한 도시에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꼬박꼬박 출퇴근을 하는 것은 고문이기 때문이다.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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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9.14  17:29

하하, 버트씨는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던 얘긴데 읽는 사람은 어쩐지 유쾌한 포스트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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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2009.09.18  13:10

하하하!
제니씨가 정확히 짚어 내셨네요!
그런 의도로 쓴 글이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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