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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지지마닷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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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가게 이름을 짓기위해 동분서주한 나.
지난 십년동안의 저축을 끝내고 드디어 나도 오너 쉐프로 등극하는가. 싶었는데
가게 이름을 짓는 것에서 생각도 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는데.

- 가게 종목은?
- 소주방.
- 소주방? 요새 소주방이라는 이름이 통용되기나 하냐? 한 물 간것 같은데.
- 말하자면 소주방이지 뭐 안주도 팔고 술도 팔고 써비쓰도 팔고.
- 이를테면 저렴한 한국식 주점을 말하는 것?
- 그렇지.
- 가게 이름은?
- 그게 문제야.
- 아직 안정했어?
- 그게 말이지. 십수년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준비했던 것은 사실 이름뿐이었거든.
- 그래? 뭔데.
-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
- 소마사? 하하. 흔해빠진듯 해 보이지만 지겹지는 않을지도.
- 그렇지? 근데 문제가 생겼어.
- 돈이 모잘라?
- 아니.
- 가게를 못 구했어?
- 어제 계약했어.
- 그럼 문제가 뭐야?
- 가게 이름.
- 소마사라며?
- 응. 일단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니.

어제다.
뜬금없이 익숙한 거리를 걷다가 타로점을 치는 텐트에 들어가버렸다.
앞으로의 운수가 궁금했다.
딱히 가게로 성공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하고 있는 이 지겨운 셀러리맨 월급만큼의 수입정도만 보장해주면 고마운 노릇이었다.
그러나,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서민들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소원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길을 조금만 걷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거리들은 같은 종류의 가게들이 너무나 많다.
손님은 정해져 있다.
그들 주머니속에 채워져 있는 카드 수와 결제일도.

- 타로점?
- 불안하더라구.
- 뭐가?
- 앞으로의 일들이.
- 그래서?
- 잘 된데.
- 다행이네!
- 단!
- 단?
- 이름을 바꾸래.
- 엣?
- 오래전에 정했던 이름이지만 딱히 애착이 있었던 것은 아니야. 하지만 막상 바꾸려니 머리가 텅 비어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거야.
- 이름을 대체 왜 바꾸래?
- 그러면 대박은 아니라도 소박은 칠 수 있데.
- 무시해. 헛소리야.
- 그러려고 했는데 마음이 쓰여.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간들에겐 웃기는 금액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 전 재산이 들어가는 내게 있어선 말이지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란 말이야.
- 어쩔건데.
- 결심했어.
-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 아니.
- 소주를 찾는 사람들?
- 노.
- 소주병을 깨는 사람들?
- 장난쳐?
- 그럼 뭐야.
- 아무렇게나 지으면 안된다는 게 조건이었어. 소박小을 치기위해서는!
- 그럼 어쩌라구 제길.
- 엠비그램의 공식을 따르래.
- 앰비 뭐?
- Ambigram.
- 외국어야?
- 그럼 국어겠냐.
- 뭔뜻이래.
- 원래는 글자를 뒤집어도 같은 뜻을 가진 단어나 문장을 말하지.
- 뭔 소리래?
<A HREF=http://www.marksimonson.com/images/revelation-big.gif" src="http://www.marksimonson.com/images/revelation-big.gif">

- 어쨌든 그런 게 있어.
- 그렇다 하더라도 한글로는 무리잖아. 나란히 늘어놓는 문자가 아니라서.
- 그렇지.그러나 한글로 지을거면 예외규정을 두는 거야. 예를들면, '기러기' 같은.
- 오오오 기러기.
- 물론 이 단어는 정확한 의미의 엠비그램이 아니야. 거울에 비추면 읽을 수 없는 자음과 모음의 나열이 되니까.
- 알겠어. 한국어는 예외규정을 두어서 작명해도 좋다는 이야기잖아.
- 문제는 술집에 맞는 이름을 찾기가 어렵다는 거야.
- 그러네.

담배 한 대를 피며 내 안색을 살피며 희미하게 웃고 있던 녀석이 내 어깨를 툭 하고 가볍게 쳤다.

- 어깨 피시죠, 사장님.
- 폈어.
- 꾸부정해가지고 아직 삼십대인 주제에.
- 이름이 문제란 말이지. 간판 업자와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 급하군.
- 급하지.
- 알려줄까?
- 생각났어? 그럴싸한?
- 물론이지.
- 뭔데뭔데?
- 상품은?
- 상품?
- 맨 입? 심하네. 공들여 생각해 주었는데.
- 뭘 원해.
- 화끈한 거.
- 매 방문시 1년간 안주 1개 무료권 어때?
- 엣?
- 안주가 만원이고 네가 한 달에 4번을 방문한다고 하면 4만원에 12개월이니까 약 50만원 상당의 상품이네 뭐.
- 그런가. 하하하. 가게 주인답다.
- 뭔데? 생각난 이름이.
- 소주만병만주소.
- 에? 그게 뭐야?
- 손님이 씩씩하게 니네 가게 들어와서 그렇게 외치는 거야. '어이. 여기 소주 만 병만 줘!' 어때, 대박나겠지? 그렇게해서 소주만병만주소. 사투리지 갱상도.
- 웃기고있네. 사투리는 대체.
- 소주방에 딱 어울리지 않냐?
- 음.
- 그렇다니까.
- 그런가아.

그렇게해서 내가 시작할 대학교 앞 소주방 이름이 소주만병만주소가 되었다.
빌어먹을, 타로점쟁이에게 다가간 게 실수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오직 매상의 등락만이
설명해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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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