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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그녀

2009.07.30 16:46 | 일쌍 |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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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금주중이었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 열흘 만에 한 잔 하고 들어온 저녁이었다. 불콰해진 기분으로 가볍게 그녀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반응은 참으로 쌩뚱맞았다.

- 정말, 짜증나.
- 왜?
- 나는 정말이지. 모든 게 다 귀찮아.
- 무슨일 있었어?
- 그냥 혼자 살고 싶단 말이지!!!

나는 아연실색했다. 술을 마셔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다. 그것과는 별개다. 무엇일까. 이 여자가 이토록 짜증을 부리는 이유는.



* * *


간만에 아침에 별다방을 들렸다. 나는 지금 이곳에서 이 날 세번째 포스팅을 하고 있다. 한산할 줄 알았던 오전시간의 다방안에는 사람이 반쯤 차 있었다. 대개는 여성들. 내 자리는 늘 그렇듯이 전기코드를 꼽을 수 있는 구석자리. 공교롭게도 일련의 주부 5명과 그들의 자식들이 내 테이블 옆에 똬리를 틀었다.

글을 쓰면서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오는 (톤이 크다!) 너저분한 그들의 삶을 간접 경험하면서 나는 어제 저녁 그녀를 떠올린다. 그녀는 왜 이처럼 달콤한 주부로서의 삶을 동경하지 않을까. 그가 어려서 알지 못했던 사회의 틀은 견고하다. 그녀는 그 안에 갖혔다. 빠져나올 수 없다. 프로이트는 신경증(노이로제)이 초자아와 이드를 잡아주는 자아의 역할이 흔들릴 때 찾아 온다고 했다. 그녀의 이상은 크지 않지만 그 작은 이상을 받쳐줄 현실은 어디에도 없다. 돈을 벌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벌지 않은 시간에도 가사라는 노동을 해야하는 자신이 괴로운 것이겠지.

- 출근해?
- 응. 출근중이야.
- 어머니가 정오쯤 오실까? (얼마 전에 받은 참외등등 고맙다는 뜻을 전해드려야 하는데)
- 아니, 벌써 오셨어.
- 벌써? 와 웬일이시래? 아하, 이제 아버님도 은퇴하셨으니 남는 게 시간이라 그러신가?
- 아니지.
- 그럼?
- 아침에 콩국을 만드셨는데 나 출근하기 전에 챙겨주려고 아침 일찍 출발 하셨나봐. 덕분에 한 대접 들이키고 출근 하는중이야.
- 복 받았네. 복 받았어. 아 다 큰 딸 자식이 뭐가 이쁘다고 아침부터 수고를 마다 않으시고 참.
- 그러게.

평생을 주부로 사셨던 당신은 아침에 수십킬로를 달려 딸년 출근 길을 배부르게 만드시는 분이다. 그러한 것은 노력과 정성으로만 설명하기 힘들다. 아마 자식과 애미의 관계가 특수해서일까? 자연스럽긴 해도 사실 고도 자본주의 사회안에서 보편적 가치를 얻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알겠지. 자신의 어머니가 어째서 그런 수고를 아끼지 않는지.



* * *


그녀는 사실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적이 없다.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그것에 종사하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면을 나는 어렵지 않게 느낀다. 우리는 그런 것을 자부심이라고 부른다. 주부는 주부의 자부심이 있겠고 그녀는 직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진다. 하지만 그녀가 이룩해 놓은 역사는 직업인으로서 갖는 자부심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상대해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인데다가 대개 그러한 것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의지를 키우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일 뿐이다. 누구에게도 책임은 없다. 오로지 자신이 만든 상황을 받아 들여야 하는 법.

그저 내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이게 아니다. 하지만 말허지 않으련다. 그녀는 지금 몹시 행복하다. 그 점을 그녀도 모르는 게 아닐테다. 다만 그렇듯 자신을 둘러 싼 진리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일 뿐. 그녀의 밤이 또 언제 악몽으로 바뀔지 몰라도 그러한 것은 결국 자신이 이룩한 삶의 한 부분이지 않겠는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로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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