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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는 다 알면서 왜 이렇게 큰 가방을 쌌을까?


애비의 부재가 한 아이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저를 낳아 준 애미의 죽음도 슬퍼하지 않을 정도로. 무엇이 그녀에게 이토록 큰 부재감을 안겨준 걸까. 평생 힘들게 살아간 어미도 또한 그 어미의 뒤를 따르는 언니도 마뜩 잖다. 명은은 자신을 둘러싼 부족함을 해소하기 위해 어미의 죽음을 틈 타 여행을 떠난다. 자신을 오랜 세월 괴롭히던 부재감을 극복하기 위해.

애초에 이 영화에선 애비가 없다. 애비가 없어도 자식은 잉태된다. 어찌된 일인가.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부재는 사람들의 입방아로 전이되는 애비없는 자식에서 출발하던가. 키움이란 어떤것일까. 평생 자식을 키워볼 기회가 희박해 보이는 내게 그것은 커다란 산과 같다. 나 역시 부재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명은처럼 처절하게 증오심으로 싹트지 않았다. 아마도 생각의 차이겠지. 사회적 관습은 일종의 초자아다. 이러한 수퍼에고에 맞서서 균형잡히 자아를 유지하려면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내 균형감은 아마도 이드의 발달에서 만회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제 어미처럼 커서 싱글맘이 된 명주는 보기엔 무식한 생선장수로 보이지만 그녀는 놀랍도록 자신의 삶을 균형있게 영위해 나간다. 그것이 이른 바 지긋지긋한 자신의 둥지를 박차고 나가 보란듯이 도시생활을 만끽하는 명은에게는 납득할 수 없지 않았을까.

증오는 어디서 오는가. 증오를 유발시킨 부재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자들만이 이룩한 왕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젊은 여성 명은의 앞 날은 영화의 라스트 씬처럼 명쾌할까. 공항의 자동문만 열고 나가면 그곳엔 자신이 찾아헤매던 부재감을 채워줄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그녀는 평생을 그처럼 기다렸을 것이다. 그녀는 그의 기다림에 부응할 수 있을까.

남성의 부재도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는 시각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세상 속 하나의 진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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