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출연한 소설가 김연수가 강간범? 하하하하하하! 홍상수 영화가 다 그렇듯이 이 영화도 결국 인생의 아주 작은 한 토막이다. 기승전결이 필요하다고 배운 나 같은 인간들에게는 그야말로 야멸차다. 보여줄 것만 보여주고 보여준 만큼만 생각하게 만든다. 지독한 감독이다. 지독한 영화다. 구경남이 제천 영화제에 심사위원장으로 내려가서 보여주는 작태는 그 전에 익히 보아왔던 홍상수의 남자들치고는 준수할 지경이다. 노골적으로 여자를 탐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잘난 체를 하지도 않는다. 그저 평범하다. 시간을 내어 지방에 내려가 시간을 때우고 상경할 뿐이다.
다만 후배의 집까지 찾아가 술을 마신 후의 이야기가 미스테리다. 구경남은 후배의 처에 손을 댄 것일까? 여자는 다음날 후배의 절교편지를 들고 사태를 수습하러 재방문하지만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만다. 왜 이들은 이토록 오바를 했던가. 후배가 구경남의 여색에 거부감을 느껴 지레짐작했을까? 대체 그의 처는 왜 울고불고 야단이었을까.
이 주 후 구경남은 제주를 찾는다. 선배의 주선으로 자신의 영화를 틀어주고 강의를 하게 되었다. 여기서도 알쏭달쏭한 두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담배까지 같이 피면서 호감을 보이던 젊은 여성이 막상 강의가 시작되자 쌀쌀맞게 구경남을 몰아부친다. 그 여성은 그 후 나이 잡순 경남의 선배 화가와 스스럼없이 잠을 잔다. 어렵다. 과연 그 여자의 진심은 무엇인가? 구경남의 강의는 역겹고 같은 풍의 술자리 대화였던 선배 화가의 이야기는 살가웠던 이유가 궁금하다.
클라이막스는 선배 화가의 아내와의 조우다. 오래 전 한 때 연인 관계이기도 했던 고순을 만나서부터다. 제천에서 그랬던 것처럼 구경남은 이번엔 고순에게 기묘한 편지를 받는다. 내용인즉슨 땡기면 만나보자는 것. 자신과 오래 전에 헤어지고 늙은 화가와 결혼한 고순의 편지는 기묘하기까지 하다. 납득할 수 없는 세상과 납득할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역시 홍상수 영화는 전자쪽이다. 계속해서 불협화음이 나는 기기묘묘한 등장인물들의 대화들은 그쪽 세계에 발을 붙이고 살지 않아서 그런지 엄청나게 낯설다. 그 다른 세상이라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오래 전에 현역에서 은퇴했던 숫컷이 추억조차 떠올리기 아려운 평범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보게되는 홍상수의 영화. 하지만 보고나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감싸게 되는 홍상수 영화. 그가 다음엔 또 어떤 썰을 풀어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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