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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전업주부를 부러워 하는가?

2009.06.03 16:00 | 세상 | 버트

http://kr.blog.yahoo.com/dazizima/1345 주소복사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임시적인 일이면서 절대적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하기 싫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이 출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근자에 전업주부가 휘갈긴 주부한탄 포스팅을 보아하니 전업주부의 노동량이 무척 세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업주부를 때려치우지 못하는 것은 결국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이리라. 남편을 앵벌이 시켜 가계를 일으키는 것이 직업인 전업주부가 하루아침에 남편처럼 앵벌이를 하려면 엄두가 안나는 법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동업자다. 비겁하지만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없이 타인의 활약에 기대어 하루를 보낸다. 전업주부는 남편, 나는 사장의 바지 가랭이를 잡고 늘어진다.

한가지 다른 것은 내가 결단을 내리를 것이 전업주부들 보다 훨씬 쉽다는 거다. 나는 그만두면 당장 궁핍한 생활을 견딜수 없게 되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전업주부가 가사를 때려치고 새 출발을 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쉬울 수 밖에 없다. 사표와 이혼청구소송의 간극은 비할 바가 못된다. 그렇기에 나는 전업주부들이 안타깝다. 일생을 타인의 (자식도 분명한 타인이다) 뒤치다꺼리로 소진하다가 끝내 절명해 가는 인생을 택하는 그들의 존재에 경이감마저 든다.

그런 의미에서보면 가난하지만 옥탑방이라도 마다 않고 경제 주체로 혼자 살아가는 소설가 황인숙 같은 이들을 나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오전시간에 스타 벅스에 모여 자식을 비롯한 가족과 같은 타인들의 삶에 대해 시시콜콜 잔소리를 늘어 놓지 않는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화거리는 바로 자기 자신일 수 밖에 없다. 개인이 자기 자신에 인생을 투자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다. 타인과 타인의 능력치를 마치 자신의 보살핌으로 일궈 놓은 것 같은 착각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는 철 없는 전업주부들. 그들이 자신의 직업을 당당히 때려치우고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기가 이 나라에도 과연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을까 궁금하다.

나나 전업주부나 사실 엇비슷하다. 나는 주부이지만 전업을 하지 않을 뿐이다. 아니 못한다. 왜냐면 주부로서는 사회에 통용할 수 있는 가치를 획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소비집단의 일원이기 전에 생산 집단의 일원이어야 한다. 그래서 전업이라는 꼬리를 때고 주부와 회사원을 병행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내가 남자이거나 아님 혼자 살아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이 힘들다고 주부를 게을리하면 나는 출근할 수도 없는 상태로 내몰릴지도 모른다. 그 반대는 물론 명백하다. 굶어죽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만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전업주부가 피곤한 것은 주부일을 전업으로 삼기 때문이다. 회사원이자 남편이 집에서 쉴 수 있음은 바로 그런 전업정신에 깔린 배우자의 절대적인 희생에 근거한다. 전업으로 주부일을 하는 여자가 집에서 부지런을 떨며 움직여야 전업으로 회사원이 된 남자는 숨통이 트인다. 같은 전업이지만 직업이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다시말해 내가 전업 주부도 전업 회사원도 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어느 한 쪽만 하다간 삶이 붕괴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사회가 진화되어 왔다. 남자들은 보다 수월한 전업 사회인이 되기 위해 여자를 집에 들어 앉히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역사이자 남성주의적 세계관의 핵심이다.

남자인 내가 주부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전업주부를 데려다 집 안에 가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능력없음으로 단정지어 버린다. 능역이 없는 숫컷은 전업주부를 만들 수 없다는 점에 비난의 무게를 두고 맹비난한다. 그것은 이 사회가 전업주부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후진적인 사회임을 입증해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남자가 자신이 입은 팬티를 손으로 빨고 있는 모습이 추레하다는 인상으로 격하되어 더욱 결혼을 부추긴다는 점이 서럽다. 자신의 오물이 묻은 빨래를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은 그 사람의 삶 그 자체일 뿐인데도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업이 버거우면 때려치우면 그만이다. 그것을 당장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경제력에 대한 걱정일 뿐이다. (자식에 대한 걱정은 핑계일 뿐이다. 자식은 걱정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라, 그들도 어엿한 인격체다. 상황을 헤처나갈 수 있다 없다는 그들의 몫이다!) 경제의 궁핍함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업 주부를 때려치는 것 자체가 이혼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이혼은 그 이상이다. 전업주부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해야 함은 물론이다. 많은 기혼여성들이 고맙게도 봉사활동과 같은 사회활동을 생각하는데 그것도 좋지만 나는 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지급하는 직업을 가질 것을 권한다. 남편의 봉급을 공유하는 삶에서 자신이 스스로 봉급을 탈 수 있는 삶은 전혀 다르다. 액수가 문제가 아니다. 노동의 문제도 아니다. 의식의 문제다. 끌려다니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손으로 재단해 자신의 힘으로 조종하여 앞으로 이끌어 가는 삶으로 바뀐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아주 중요한 가치다.

하프 주부, 하프 봉급쟁이들 파이팅!




(뱀다리 : 내 이야기는 전업주부로써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남 또는 녀)에 한정된 이야기다. 전업주부로서 만족하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오늘도 마트에서 유기농 채소를 고르거나 전세로 입주한 아파트에 애착을 갖는 - 남편의 돈으로 - 한결 같은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전업주부로써 한계에 도달했거나 또는 나처럼 주부와 사회일을 동시에 하는 인간으로써 적잖이 힘에 부칠 때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어깨를 두드려 주는 역할을 해주기 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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