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책을 빌려준 틸사마는 내가 빌려준 바 있는 저자의 장편 데뷔작인 '판타스틱 개미지옥'에 끌렸기에 이 책을 구매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70년대 중반즈음에 태어나 90번대 학번을 가진 평범한 여성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만 굴욕적으로 삶을 굴종해나가는 게 아니라는 점에 위안 같은 것을 받았을지도 모르기에.
결국 나는 한 달을 끌어오던 독서를 포기하고 쿨하게 반납하기로 마음먹었다. 올 해 읽은 최악의 책. 적어도 자신의 부모의 잔소리가 듣고 싶지 않으면 독립을 하던가 (결혼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그렇잖으면 거금을 매달 가져다 주던가 해야 함을 젊은 처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집을 빠져나가 집안 일이란 엄마들의 전유물이라고 치부하는 얌체들에겐 알량한 적금을 깨 환갑여행을 보내주는 것도 가당찮을 따름이다. 여자들이여,
집안에서 노동하는 나이 든 여성들의 목소리를 잔소리로 치부하지 말라. 제발. 징징거림을 그쳐라. 옥탑방이라도 마다 않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조용한 곳에서 목탁치며 살아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꽁짜밥에 꽁짜삶을 살면서 결혼이나 취업따위의 잔소리까지 듣기 싫다면 그것은 정말 너무 세상을 모르는 짓거리다. 엄마가 33살 먹을 때까지 똥기저기를 갈아주고 있다면 잔소리정도는 외려 외경심을 느껴줘야 한다. 당장 나가 혼자 살 용기도 없는 말만한 여자가 집에서 뒹굴며 살아가는 것을 봐주는 것은 결국 지 애비애미밖에 없음을 어째서 모르는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껍찔을 깨고 나와야 더 큰 테두리를 볼 수 있는거다. 안과의사와 결혼하는 친구에 대한 배신감은 집안일 하나 도와주지 않고 잔소리마저 듣기 싫은 자신의 이기심에서 출발함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여성이 바로서지 않을까 싶다.
쿨하게 끝까지 못읽었다는 점, 작가에게 단 한 개도 미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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