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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하철을 환승하는데 흥미로운 장면이 찍혔다. 내 가슴에. 늘 그렇듯이 흥미로움은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문제일 뿐.

출근이든, 퇴근이든 환승역은 복잡하다. 태생이 복잡한 역임을 안 승객들의 마음은 조급하다. 가장 먼저 플랫폼에 내린 피플들은 발걸음이 재빠르다. 단순히 서두른다는 표현이 미안할 정도다. 발을 구른다. 계단을 오르는 가파른 숨소리. 거리를 재촉하는 발빠른 스텝들.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 키가 작고 파마를 한 나이 드신 분들. 이른 바 할머니라고 칭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그 두 분. 그 분들은 뜀을 시작했다. 하기사, 서두름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느긋함이 생활에 베어 있는 나같은 중생들에겐 평생 이해하기 어려운 하지만 무조건 바쁜 몸짓들,

그런데, 가만 살펴 보면 이들은 마음만이 급하다. 몸이 따라주질 않는 것이다. 분명 뛰고 있는데 내 스텝과 차이가 별로 없다. 걷고 있는 이와 뛰는 이의 간격은 점점 멀어져야만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들과 나의 차이는 없다. 그저 그곳엔 조급함만이 있는 슬로 비디오의 세계였다. 나만이 정상 스피드. 가만있자, 이 두 분은 지금 뛰고 있는 거 맞지? 나는 착시현상이라도 일어난 듯해 애꿎은 두 눈을 부벼댔다. 그러나 그 둘은 내 앞에서 뛰고 있지만 현실적인 거리는 그대로였다. 왜 그들의 뛰고 있는데 내게서 멀어져 가지 못하는걸까.



* * *



나도 나이를 먹고 있다. 착실히. 신 앞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세월을 꼬박꼬박 삼시세끼 받아 먹듯 차곡차곡 내 몸 안에 쌓는다. 일본영화 '구구는 고양이'를 보면 주인공을 중심으로한 앙투라지entourage들이 1일 노인체험을 하는 재밌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체험을 해주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왜 애써 노인 체험을 해야 하는가.


* * *


나는 간혹 아는 이들과 무리를 지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지청구를 먹곤 한다. 신호가 바뀌기전에 뛰기를 바라는 무리들과 다음 신호에 다소나마 인간다운 속도로 넓디넓은 한국의 광활한 차도를 횡단하고픈 나와는 안드로메다와 지구만큼 거리가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이 젊음을 만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이삼분의 차이를 견딜 수 없는 현대인에게 나의 굼뜸은 재수없음으로 다가올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한 습성때문인지 언젠가 지금은 다소 소원해진 친구에게 크게 한 소리 들은 적도 있다. 달라보이려고 노력한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요지의 이야기였다. 그에게 그때는 잘 설명하지 못했다. (설명할 수 있을만큼 내 느림을 의식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지금이라면 다시 차분하게 말 해주고 싶다. 나는 달라보이려고 느림을 선택한 게 아니라고. 나는 또한 늙음을 준비하기 위해 속도조절을 행하는 것도 아니라고. 그저 그게 나라는 인간이다. 라고. 타인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과 안하는 것의 차이를 시간을 들여 설명해주고 싶다.

배구에서 시간차 공격이라는 게 있다. 세터가 토스를 올리는 속도를 조절해 상대방의 코트를 유린하는 즐거운 공격중에 하나다. (알고도 당하는 이 공격을 자주 쓰지 못하는 것또한 배구의 매력이다) 그것은 얼핏 보면 속임수같지만 정작 살펴보면 배구라는 경기중에서 가장 세련된 공격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타인의 속도와 나 사이에 생기는 시간차도 결국 극복에 문제가 아니라 즐김에 문제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느리다. 그게 좋다. 숨을 고를 시간을 벌면서 그 시간에 타인과 나 사이에 흐르는 시간의 차이를 되새긴다.

그것을 나는 느림이 아니라 '여유'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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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2009.05.20  14:03

여유 맞습니다. 여유를 응원합니다!
교토 나들이 사진들 전부 너무 멋진데 어디에 댓글을 달 것인가 뒤지다가 결국 다 피하고 여기다 한마디 쓰는 요 액션이 혹 여행지 포스트에 무관심해서 그런 것처럼 보이겠는걸요, 진짜 아닌데! 하하.
그럼, 여행지 사진까지는 펜탁스, 이후부터는 캐논이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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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2009.05.20  15:08

아이고 응원까지 받을줄이야! 하하하!
멋지다고 말씀해주시니 이 또한 영광입니다!
여행지사진까지 펜탁스가 맞습니다. 오사카여행 사진과 관련 없는 사진들은
죄다 캐논으로 찍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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