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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걸었다. iTunes로. 늘 그렇듯이.
- 이거 무슨 노래야? - 어때? 좋지? 그지? - 들을만 한데. - 에피톤 프로젝트. - 에피? 뭐? - 뭐 그런 아티스트가 있어. 이름이 중요하냐. 음악이 좋음 되는 거지.
그냥 그렇게 주말이 흘러간다. 무심히도,
- 역시 혼자는 힘든게 아닐까나. - 뭔 소리야. 뜬금없이. - 그냥. - 그냥? - 너 내가 왜 테레비 안 사는 줄 알아? - 알고 싶지 않아. - 에? 왜? - 뭐, 뻔한 스토리겠지. - 뻔한 스토리지. - 왜 안 사는데. - 테레비를 보고 있으면 엄청 가족 중심이거든, 특히 주말엔 더더욱. - 그래서? - 뭐랄까. 보고 있으면 말이야. 버라이어티쇼랄지 드라마랄지, 암튼 그런거 보고 있으면 뭔가 요 목 밑이 까끌까끌해져온다고나할까. 암튼 묘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지. - 가족을 만들면 되잖아. - 너 벤츠 500 타고 싶다며? - 뭐야 뜬금없이? - 사고 싶다며? - 하지만, 능력이 안되잖냐, - 나도 능력이 안돼. - 벤츠 살? - 아니. - 가족을 살? - 가족을 어떻게 사냐, 만드는 거지. - 만들 능력이 안돼? - 뭐 그런 이야기지. - 무정자증이냐? - 설마. - 그럼 뭔데? 남들 다 만드는 거 하나 안 만들고 청승이야. - 너야 말로 남들 다 사는 벤츠 사면 되지 타고 싶다고 지랄인게냐. - 야, 벤츠를 남들이 다 타냐? 미친놈. - 야, 가족이 벤츠보다 싸단 말이냐 그럼? - 암튼, 씨방세 말은 청산유수야.
구운 김은 역시 뜨거운 밥을 국에 말아 그 위에 빠뜨려 먹는 게 별미다.
-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혼자 있는게 소원이라더라. - 아마도. - 하지만 정말 가족이 떠나 버리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야. 하루 쉬고 싶을 때 어딘가에 가 있다가 다 쉬고 나면 나타나주길 바라는 거지. - 물론이지. 인간의 심리가 다 그런거지. - 나는 그 반대야. - 반대? - 나는 딱히 가족을 원하지 않아. 그래서 가족이 평소에 없다가 필요할 때마다 짠 하고 나타나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이야기야. - 음. - 가족을 만들고 나서 가족이 가끔 귀찮다고 말하는 인간들이 그래서 비겁하다고 생각해. - 어렵네. - 어렵지 않아. 단지 공평하지 않다는 이야기야. 부의 분배가 공평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좋아. 그것이 인간의 역사 그 자체니까. 하지만 이기심까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은 정말 잔인해. 필요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과 넘치는 상황에서 그것을 저주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고. - 알 것 같기도 하고.
주말이 벌써 발끝에 걸린다. 간 밤에 내린 비로 온 마을 축축하다.
- 다만 눈치를 보고 싶지는 않아. - 눈치라. - 그래, 눈치. - 이를테면?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눈치밥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놈이거든, 이런 적도 있어. 가끔 식탁에 소고기무국이 오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거야. 그래서 그래서 말이지 두 그릇이라도 먹고 싶어지는 거야. 아니 적어도 내 국에 떠 있는 소고기 조각이 좀 더 많기를 바라는 거지. 헌데 말이야. 그 말을 못해. 하면 더 줄지도 모르는데. 식탁의 공기가 늘 무거운 거야. 말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말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거. - 그래서? - 밤에 눈이 저절로 떠져. 부엌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진 냄비에 아까 밤에 국을 끓였던 냄비에 말이지 분명 소고기 조각이 더 있을꺼야. 그게 먹고 싶은 거야. 죽도록 말이야. - 음. - 살금살금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가. 살피지 잠이 들었나. 문은 닫혀있나 하고 말이야. 그리고 나서 부엌으로 간다. 발걸음을 조심하면서 말이지. 뚜껑을 열시 손가락으로 조각난 무사이를 휘져어 다행히 미지근하지. 손은 데지 않아. 탁한 국물 사이로 손가락을 천처히 움직이면 잠겼던 소고기 조각이 하나 둘 떠올라 나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하나씩 입 안에 집어 넣어. 소기름으로 미끄러워진 손가락으로 하나씩 들고 입안에 넣어. 너무 맛있어. 정말 맛있어. 기름기가 끼어 느끼해도 말이야. - 음. - 그 손가락을 멈출 수가 없는 거야. 하지만 다 먹으면 안돼. 분명 다음 날도 소고기국이 식탁에 오를 텐데 무조각만 남으면 곤란하잖아. 그래서 단념해. 표가 나지 않을 정도만 먹어. 그게 포인트야. 늘 그런식이야. 저녁 식사시간에 부족한 부분을 그런 식으로 새벽에 부엌에서 해결했어. 조심조심 들키지 않게, 젖은 손가락을 빨며. 조용히. - 실화냐? - 어떨 것 같아? - 믿어야 할지.
에피톤 프로젝트의 새 앨범 제목은 '긴 여행의 시작'이다. 이 앨범을 듣고 있으이 마음이 어쩐지.
- 그것을 뭐라는 줄 알아? - 부엌데기? - 하하, 그건 아니지. - 그럼? - 눈치보기. - 그렇구나. -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만이 아니야 하루하루가 눈치의 연속이지. 하지만 자신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왜 내가 식어빠진 소고기조각을 새벽에 줏어먹어야 하는지. 왜, 식탁에 식구들이 다들 앉아 있을 때 그것을 요구하지 못하는지. 그런 것이 바로 눈치야. 눈치밥이지. 내 틴에이지는 바로 눈치의 연속이었던 거야. - 무겁네. 어째. - 무겁지 않아. 그냥 그렇다는 거야. 그런 인생을 산 사람도 있다는 거야. 그런 인생이 좋은 인생인지 나쁜 인생인지 나는 알지 못해.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큰 인간의 가장 큰 소원이 무엇인지는 알아. 적어도 말이지. 그렇게 눈치밥을 먹고 자란 사람의 소원은 바로 더 이상 눈치밥을 먹고 싶지 않은 거라고. - 눈치밥이라. - 그래. - 너 요새 눈치밥 먹냐. - 아니, 혼자 사는 데 누구 눈치를 보겠니. - 그래도, 뭐 심리적으로나마. - 글쎄.
글쎄다.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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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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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가 좋아하는 포맷의 포스트를 보는 건데, 눈치의 범주가 생각하기 따라 진폭이 커서 어떤 걸 싫다 하시는지 좀 헷갈리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들어와서 오랜만에 이상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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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2009.05.0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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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제니퍼씨 엄청 오래간만입니다! 무지 반갑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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