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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가 아쉬웠던 이유들

2009.03.17 18:03 | 영화 | 버트

http://kr.blog.yahoo.com/dazizima/1257 주소복사

쉬세요, 할머니


워낭소리를 본 지 꽤 지났다. 그 동안 사람들이 많이들 이 영화를 보았나보다. 운전중 자주 듣는(?) mYTN의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독립영화 어쩌고 하는거 보니 뉴스 붐을 일으킨 영화로 회자되는 중인가 보다. 감독이 나와 영진공의 정책(독립영화 지원중단)을 비난하고 제작자가 나와 독립영화를 살려달라고 호소한다. 영화를 좋아하고 특히 좋아하는 영화를 단골 극장에서만 보기를 원하는 요즘의 나로서는 그들의 주장이 낯설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동조하기엔 세상을 보는 내 눈은 너무나 사팔에 가깝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엔 그들과 같이 자신의 밥그릇을 닦아달라고 주장하는 인간들이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영화인들의 밥그릇만 챙겨주기만을 응원하기가 민망하다는 이야기다. 그들보다 열악한 위치에서 일하면서 방송따위엔 절대 탈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에 들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통과한 주차장에 빨간 제복을 입은 청년들이 사람도 아닌 차를 보고 90도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이른바 상업영화도 거두기 어려운 관객 동원의 성공을 이루어냈다. 는 기사가 흘러 넘쳤다. 영화가 성공하자 자연스럽게도 시골에서 조용한 나날을 보내던 노부부의 삶이 남한 사람들 모두에게 낱낱이 까발려졌다. 십여년전 공전의 히트를 쳤던 상업영화인 '집으로...'의 재판이었다. 다큐와 영화를 혼동하는 관객들의 무례한 간섭으로 삶이 많이 수정된 노부부가 고통을 받는다고 감독은 여러차례 인터뷰 따위를 통해 귿들의 고통을 관객이었던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아니 적어도 고통을 호소한다는 기사가 또 흘러 넘쳤다. 대체 어쩌라구. 흥행 돌풍은 자기 몫이고 돌풍의 주인공들인 관객의 관심은 똥매너로 호도되어야 하는 게 우습다. 관객이 소란을 피우고 시골에 찾아가 노부부를 괴롭히는 것이 반드시 관객들만의 문제일까. 돈과 명성은 제작자가 고스란히 거두어 가고 비난과 질타는 일부 호기심 많은 관객들의 행동때문에 영화를 즐겁고 알차게 본 관객 모두의 차지가 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나치다. 제작자 이하 스태프들이 관객을 비난하려면 적어도 지금껏 관객들의 관심으로 벌어들인 흥행수입 일체를 들고 노부부에게 송금해야 한다고 믿는다. 흥행에 실패한데다 일부 열혈 관객 몇몇이 그런 몰지각한 행동을 했다면 또 모를까. 이것은 마치 '우리들은 이제 챙길 것 다 챙겼으니 너희들은 이제 이 영화에 대한 모든 관심을 꺼라.' 고 주장하는 것과도 같다. 역겹게도 말이다. 설사 일부지만 어쨌든 자신들의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들 일부 관객의 호기심을 모든 관객의 수준과 동일시 하며 우리 모두를 전부 자신들의 발밑으로 여겨야 되겠냐 이거다.

흥분한 평론가나 그들의 입 놀림에 좌우되는 작금의 현실, 그들이 영화를 읽는 방법도 영 마뜩지 않다. 대체 이 영화의 주인공이 할아버지인가 소인가, 아님 워낭소리인가. 늙어 죽을 때까지 부림을 당해야 했던 헌 소는 결국 새 소가 오자 처마도 없는 한데로 가차없이 밀려 난다. 소의 장례까지 치뤄준다고 호언하던 할아범, 그렇게 추앙 받는 정든 소의 삶이 이처럼 부박할진데 소와 그 소를 모는 할아범을 위해 어릴 때 시집온 이후 죽도록 노역을 하고 있는 할머니의 삶은 어떠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끔찍했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다시 잠에 들 때까지 입을 쉬지 않았던 할머니. (영화를 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 할머니의 잔소리와 장탄식 속에서 옛 여성들의 허무한 삶을 발견한다. 다리가 아파 살이 영글지 않아 말라 비틀어진 할아버지는 그 다리를 끌고 밭을 간다. 이게 이른 바 보여주는 것만 바라봐야 하는 관객들의 비극이다. 우리들 모두는 바로 그 늙은 남자의 노동에 눈시울을 적실 수 밖에 없어다. 몇몇은 명절에만 들리는 자식들이 괘씸하다고들 했다. 불쌍한 할아범, 안타까운 노인네의 삶 등등. 하지만 그 할애비를 따르며 평생 보좌하며 노동을 했을 할머니는 소가 내는 워낭소리에 묻혀 가볍게 잊혀지고 있었다. 꽤씸한 노인네 아닌가. 은퇴할 나이에 혼자 밭을 갈든 논을 갈든 그거야 그의 인생이다. 타인이 이래라 저래라 할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내내 소외된 어떤 공간에서(모습조차도 잘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레이션처럼 목소리로만 영화내내 존재한다) 끊임없이 불평불만만 토로하는 노인네로만 묘사되는 할머니의 까칠한, 동시에 몹시도 희미한 존재에 가슴이 아팠다. (할머니역시 할아버지 - 또한 다른 모든 여성들이 그랬듯이 - 와 함께 평생을 힘든 노동을 했다. 거기다 혼자서 가사와 열 명을 전후한 출산, 육아를 해냈음을 기억하라)

이 영화가 반토막짜리 상업주의적 남성다큐에 머무는 것은 아마도 평생 자신을 희생하며 소처럼 일해 왔을 할머니 삶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할머니의 남은 삶이 이제는 좀 편안하게 흘러가도 되지 않을까. 영화를 보고 나오며 나는 내내  바라고 또 바랐다. 그녀가 어서 빨리 불필요한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영화에서 그녀가 주장한대로 말이다. 우리나라도 좀 제대로 남과 여를 공평하게 다룰줄 아는 다큐가 등장할 때가 되지 않았나. 극영화 감독이지만 이윤기적 시각이 아쉬웠던 순간이기도 했다.


(중앙시네마 with 틸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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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2009.03.19  23:27  [70.22.127.155]

객관적인 글은 아니네요. 독립 영화 지원을 호소할 수도 있고 노부부를 위해서 관객의 호기심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영화의 주연이 남자이면 다 남녀 평등에 위배되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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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2009.03.20  11:00

다지지마닷컴의 컨셉은 남들이 틀리고 내가 옳다. 가 아니라. 남들은 그렇고, 나는 이렇다. 입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한 블로그가 아닙니다, 다지지마닷컴은 객관적인, 즉 공적블로그가 아닙니다. 주관적인, 그러니까 편협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블로그입니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이 호소하는 것을 외면할 수도 있는 겁니다. 오히려 좀 더 주관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배되건 아니건 그것은 타인의 의견을 따라갈 이유가 없게 되는 겁니다. 단지 내가 보고 느낀 의견을 개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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