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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을 타고 귀가중이다.
나는 늘 그렇듯이 책을 읽는다. 아마도, 까따리나 하게나의 장편을 읽고 있었던 것 같다. 기차안은 늦은 시간이라 많이 붐비지 않는다. 그 말은 조금만 신경쓰면 타인과 신체접촉을 안해도 될 각자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책에 몰입해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가볍게 어깨를 친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본다. 허나 당사자는 내 반응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대각선에 앉은 남자를 바라본다. 그 사내에게 이 정도의 보디첵은 일상이고, 나에겐 고통이다. 나는 억울한 마음을 추스리며 그 사내의 시선을 쫓아 앉아서 무엇인가를 하는 제 삼의 남자를 본다. 청년쯤의 나이테를 몸에 새긴 사내는 닌텐도를 한다. 게임은 예상대로 맞고다. 제길. 남 맞고치는 거 보려고 남 어깨를 치냐. 나도 무언가 열심이었다고. 독서중이란 말이다. 하고 어깨치기한 남자를 다시 째린다. 닌텐도를 보니 그 옆좌석에 또 한 남자도 열심히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젊은이가 피박에 멍박에 고도리까지 당하는 장면을 보고 싶은 피플들이 이 지구상에 왜 이렇게나 많은가. 과연 이 인간들의 뇌속에서는 무엇이 휘몰아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결국 과연 이들중 누가 가장 불쌍한 인간인가를 채점하기에 이른다. 닌텐도로 맞고 치는 놈 50점, 그 옆에서 넌지시 고개를 내밀고 닌텐도를 응원하는 놈 40점, 그 위에서 시선을 뿌리며 나를 자동문가로 몰아내는 보디첵을 쓰는 놈 30점. 쯔쯔쯔. 하고 혀를 차자니 갑자기 스스로가 몹시 초라해진다. 닌텐도로 맞고를 치고 그 녀석의 게임을 응원하고는 사실 이 시대의 필연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이들을 구태여 어깨 한 번 쳤더는 관점에서 싸잡아 비난하는 나야말로 정말 아날로그 시대의 잔재나 유물이 아닐까. 고로 난 마이너스 345점쯤 받게 될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이 참에 나도 닌텐도를 살까. 한국에서 내 평생 남의 시선을 사로 잡을 일이 닌텐도로 맞고를 치는 것 이외에 또 얼마나 될까 싶다.
역에 도착한다.
개때처럼 서두르며 밖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사이사이에서 평점심을 유지하며 자신의 걸음을 걷는다. 간신히 남루한 역사를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아줌마들이 어둠을 뒤집어 쓰고 호객을 한다. 나는 물론 중앙선을 이용해 청량리역에 내릴 때 반드시 헤드셋을 두르고 음악을 빵빵하게 듣는다. 그래야 그들이 은밀히 접근해 속삭이는 호객을 듣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왜 이런일이 일어 나는가. 저들은 아마도 왕년에 잘나갔던 시절이 있었겠지? 좀 더 어렵게 살 수는 없을까. 그녀들은 이런 일들이 더 쉬울까. 내가 보기엔 지금의 호객이 직업으로 더 힘들듯 한데 말이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나라가 문제다. 이들을 모두 거두어 사회의 밝은 일자리로 흡수해야 한다. 허나 작금의 정부는 잡쉐어링이라는 구호로 청년 취업자들을 알바생으로 내몰고 있다. 나는 간간히 보이는 아줌마들 통과하며 갈등한다. 걸어 갈 것인가. 환승할 것인가에 대해.
결국, 버스로 환승을 한다.
출근 할 때 구름다리를 건너 그럭저럭 15분동안정도만 도보하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역사가 있다. 낮에는 그런대로 운치가 있는데 밤에는 영 마뜩지 않다. 낮에는 밤을 사랑하는 서민들의 울분이 토악질로 변해 다리 난간을 얼룩지운다. 그들의 울분이 곳곳에 말라 붙어 있는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걸아야 하지만 새 역사가 세워지는 공사현장과 철길따위에 시선을 두고 걷다보면 지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밤에는 누군지 몰랐던 피플들이 밤의 텁텁한 어둠까지 빨아 마신 술과 찬을 게워내는 모습을 만에 하나라도 실제로 보게될 게 두려웠다. 늦은 시간이지만 나는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 퇴근 길에 마트에 들려 세일품목을 베낭에 구겨 넣는 것이 보편적인 나다. 낮에는 게워 낸 흔적을 해써 외면 하면 그만이지만 밤에는 고통 속에 난간을 부여잡고 기찻길 위로 속을 뒤집는 피플들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게다. 그들이 토해내는 삶을 실시간으로 감상하기엔 내 약해빠진 비위가 몹시 불안하다.
집에 도착한다.
가방을 내밀고 헤드셋을 충전하며 구삼이에게 내 귀가를 알린다. 불 꺼진 방에는 늘 그렇듯이 모터소리가 요란하게 방안의 모든 정적을 흡수하고 있다. 도리구찌를 벗고 양말을 벗고 드레스 셔츠를 벗고 난닝구를 벗고 빤스를 벗는다. 일정한 속도로. 천년 묵은 능구렁이가 허물을 벗듯 하루종일 나를 감싸고 있던 허물들이 스르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다. 머지않아 이 중력의 힘은 나 스스로를 곤두박질치게 만들것이리라. 그런 한심한 미래를 걱정하며 허물들을 한데 그러모아 세탁바구니에 처박고 샤워기를 튼다. 위잉하는 거대한 보일러 소리가 들리고 몇분간 미지근한 물이 나온다, 물이 아직 따듯하지 않는 사이의 샤워물로 변기를 닦고 세면기를 닦는다. 그러다보면 몸에 뿌릴 정도의 온도가 손으로 전달되어 온다. 그제서야 대강의 청소를 멈춘다. 그리고 머리를 감고 몸을 비누칠 하고 면도를 하고 세수를 한다. 이게 이른 바 내 샤워의 순서다. 작년 회사 창립기념일에 받은 새 타월로 몸을 닦는다. 아직 한 번도 빨지 않은 타월에서 드라이 크리닝 냄새가 난다. 더구나, 물기를 흡수하는 것에도 시원찮다. 역시 면은 한 번 빨고 나서 써야 하는가.
늦은 식사를 한다.
위궤양 치료로 근 보름넘게 약물치료중이다. 아직도 내 머리속엔 그 날의 악몽이 가득하다. 검은 뱀의 형상을 한 내시경기. 눈물을 흘리며 구역질 하던 보름전의 기억, 나는 사실 내시경의 불쾌함보다 흑사가 내 내장을 흝으며 찍어낸 사진들에 경악한다. 위에는 작은 천공들이 가득하고 십이지장에 생긴 커다란 구멍에서는 출혈중에 딱지가 생긴 모습이 선명하다. 의사는 헬리코박터보균자로 나를 몰아세우고 항셍제를 처방한다.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하는 이 열 알 가까운 봉지는 식후 복용을 권하는데 먹고 나면 장시간 구역에 시달려야 한다. 오늘 마트에서 사온 것은 만두와 꼬치다. 밤 7시가 넘으면 마트 한 켠 즉석코너에서 정오를 전후로 해서 만들었던 음식들을 땡처리한다. 나는 그것들중 그날 땡기는 녀석으로 몇 개 베낭에 넣어 집으로 오곤 한다. 식사를 할 때는 물론 혼자 조용한 가온데서 허겁지겁 먹지만 간혹 어깨를 짓누르는 침묵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좋아하는 몇년 된 일본드라마를 튼다. 그리고 웃기는 장면에서 마치 미국영화 '사랑게임(원제가 For Love Or Money, 1993로 되어 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비됴로 볼 때 워킹 타이틀이었던 The Concierge가 제목으로 나와있었기에 나는 컨시에어즈로 기억한다)' 의 더그처럼 (마이클 J. 폭스) 밥을 먹다가 박수를 치기도 한다. (영화에서 더그의원룸은 박수를 치면 전기가 꺼지는 구조라 박수를 치자 등과 티비가 모두 꺼져 더그는 암흑 속에 남는다, 암흑 속에서 나즈막히 'damn'이라고 지껄이는 대사는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다) 그러면 집 안 가득 내 웃음소리가 소용돌이 친다. 나는 약을 먹고 침대로 이동해 노트북을 켠다.
자야할 시간이다.
아침에는 출근하기 바쁜 여자친구는 낮에는 수업으로 전화 한 통 건네기 어렵다. 밤에는 내가 늦게 끝나 만날 수가 없고 간혹 전화나 문자를 넣으면 답신이 없기가 비일비재하다. 아마도 통신회사가 우릴 훼방 놓고 있거나 부득이 집안 일 처리를 하기에 바쁜 모양이다. 나는 그녀가 한가해 질 시간까지 눈을 부릅뜨고 조성오의 우리역사이야기를 읽는다. 책은 재밌다. 아직은 상중하중 상권이지만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슬슬 눈꺼풀이 닫히려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까. 하고 생각하지만 금새 단념한다. 분명 이를 닦거나 잘 준비를 하고 있기에 전화를 하면 또 황급히 끊어야 할 터다. 나는 말 할 수없이 느긋한 주제이기에 나는 그 황급함이 너무나 어색하다. 약을 복용한 후에는 자정을 넘기기가 힘들어졌다, 아니 요즘 기상시간이 두어시간 빨라진 문제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11시가 넘으면 슬슬 눈이 감긴다는 것이다. 그녀와 하루 종일 전화를 제대로 한 번쯤 했는지 어쨌는지 가물가물하다. 한심한 인생의 한심한 연애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동거하는 부부들이 아주 조금 부러워진다. 약해지고 있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나는 나날이 나이를 먹고 몸과 마음은 점점 쇠약해진다. 대체 어쩔 것인가.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가.
잠에서 깼다.
오줌이 몹시 마려웠다. 급한 불을 끄는 심정으로 귀찮음을 무릅쓰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왜 새벽 두시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와야만 하는지 전혀 이해할수 없다. 이해를 촉구하기엔 내 뇌하수체가 기진맥진이다. 포기하고 잠자리에 다시 누웠다. 침대가 유난히 넓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오사카 도톤보리강에서 꺼내 올려진 얼룩진 샌더스 대령을 떠올린다. 낮에 본 블로그 아티클이다. 사진만 봐서 어떤 내용인지 잘은 모른다. 토톤보리가 개발되면서 KFC의 상징이 물에 수장되었나 보다. 정도로 이해한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우리의 커널 샌더스는 얼룩진 모습이외엔 건강해 보인다. 바로 그 대령형상의 스테츄가 꺼내 진 거리에서 나는 혼자 걷고 있었다. 올 1월말 설날의 일이었다. 그때도 나는 혼자였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하루끼적 세계관이 요동친다. 그리고 잠이 든다.
아침이다.
이틀이나 지난 오래 된 밥솥 밥에 3분 카레를 부어 아침을 때웠다. 약을 먹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아침, 저녁이 은근 쌀쌀해서 의자보다 침대에서 책을 읽는게 아직은 편하다. 늦게 출근하는 요즘 아침 이른 기상은 많은 여유를 가져다 준다. 나는 우리 역사 이야기를 마저 읽는다. 독서가 지겨워져 구삼이를 바라보니 어항이 몹시 지져분하다. 일요일 저녁에 받아둔 수도물에 염소가 많이 사라졌을까. 벌떡 일어나 어항을 청소하고 물을 갈았다. 그리고 주황색의 구삼이를 다시 어항에 넣었다. 구삼이는 건강하다. 얼마 전에 여자친구와 함께 사온 작은 잉어 네 마리는 전부 죽었다. 하지만 구삼이는 꿋꿋하다. 벌써 2년 가까운 세월을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구삼아 제발 오래오래 살아다오, 현재로선 네 녀석이 내 유일한 식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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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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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씨 블로그 처음 방문했던 때를 기억하게 만드네요, 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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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2009.03.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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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제니퍼씨는 내 포스팅 중 이러한 글들이 인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요리같은 평범한 포스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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