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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프롬 허 - 너무나도 쓸쓸한 영화

2009.03.03 12:07 | 영화 | 버트

http://kr.blog.yahoo.com/dazizima/1242 주소복사

잊는 것보다 슬픈 것은 잊혀지는 것이리라. 참 슬픈 영화다.


44년이다. 무려. 부부의 연은 그들을 갈라 놓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 둘은 더더욱 단단해졌다. 세월이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그들의 금슬을...... 그가 젊었을 때 저지른 잘못은 - 하지만, 남자들 대부분은 그런 것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실수라고들 한다. 여자들도 남자들의 그런 행동을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배신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영화에서 아주 가볍게 다룬 게 사실이지만 우리 모두가 잘못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이성의 시각차를 아우르는 뜻이 함축되어 있음을 새삼 알 수 있다 - 그녀가 용서했었던 것일까.

알츠하이머는 무서운 병이다. 세상에 무섭지 않은 병이 어디있냐만서도 기억을 잃는 다는 것은 참으로 무섭다. 혼자 남겨진 사람과 홀로 남겨진 사람 모두에게 무섭다. 같은 의미지만 다른 뜻으로 해석하기로 하자. 혼자와 홀로를. 여기서 혼자는 여성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년의 피오나. 그리고 홀로는 그랜트다. 홀로아리랑. 혼자와 홀로는 뉘앙스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의미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랑 병이 원래 그런 병 아니던가? 병에 걸린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 다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무엇을? 추억을 말이다. 그것도 44년이나 (혼전 연애기간까지 하면 더욱 길었을!) 말이다. 이건 뭐.

닥터 지바고에서 라라 역할로 얼음나라 공주역을 아름답게 묘사했던 줄리 크리스티는 오래묵어도 멋지다. 아마도 아줌마 파마를 안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그녀는 그랜트의 젊은 날을 용서했기 때문에 멋있다. 그리고 그에게 지금의 자신을 용서하라고 눈으로 말한다. 그리고 정신이 깨어 있을 때 기꺼이 요양원으로 들어간다. 오히려 요양원 생활을 반대한 이는 그랜트였다. 그는 그녀가 필요하기에 그녀를 시설로 보낼 수가 없었다. 날씨 좋은 날 끝없이 펼쳐진 캐나다의 너른 평원 위에 쌓인 눈을 가르며 크로스 컨츄리를 하던 그녀와의 생활을 먼지 뒤 덮힌 낡은 추억으로 만드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랜트는 결국 가장으로써 타고난 강인한 남자가 아니라 아내를 사랑하는 감성의 남자였다. 그 점을 아내 피오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자들은 대개 현명하니까.

나는 혼자서 청승맞게도 질질 짰던 것 같다. 극장은 명절을 맞이하여 을씨년스러웠고 남자 혼자 이런 영화를 보러 온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나는 눈물이 분수처럼 솟아 볼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느끼며 내 사랑은 잊혀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중앙시네마,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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