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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아직도 떨어질 줄 모르고

2009.01.22 16:37 | | 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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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10점
조세희 지음/이성과힘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 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들은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 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戒告狀)이에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조린 감자.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중략)

집이 헐리게 되면 - 투기꾼의 현대적 이름을 갖춘 나머지 저 스스로 대견해 마지 않는 이른 바 땅 - 투자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곳에는 이제 자신들의 자본에 프리미엄을 얹어 비싼 값에 거래될 초고층의 현대식 건물이 생길테니까. 수십년을 버텨오며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거렁뱅이들을 일시에 내 쫒을 수가 있을 테니까. 일석이조다. 땅값 올라 좋고(나), 주거 환경 개선 되어 가족 모두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된다.(가족)

그러나, 그곳이 애초부터 삶의 터전인 서민들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턱 없이 적은 보상금을 재투자해도 어차피 개발 후에 들어설 새 건물에서 삶을 이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재개발, 그것은 결국 웃으면서 말 할 때 나가라는 말과 같다. 수 십년째 같은 처지에 몸서리를 치며 자본에 항거했던 경험자들은 (전철연 소속 회원들) 이미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힌지 오래다. 인간으로 태어나 한 겨울에 밀집모자 쓴 꼬마 눈사람도 아니고 어찌 이 추운 엄동설한에 밖으로 내 몰려야 한단 말인가. 부자 나라들도 혹한이 존재하는 겨울이나 자연 재해 발생시에는 철거를 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은 강제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의 명령서 한 장이면 수천, 수만의 서민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는 나라다. 무섭다.

입으로도 얼마든지 해결 할 수 있는 삶의 기본이자 인권의 문제를 두고, 콘테이너를 하늘에 올려 물대포로 중무장한 테러진압 특공대를 투입해 섬멸하는 이 나라가 나는 정말 무섭다. 그한편으론 6명의 어처구니 없는 희생자 명단에 내가 포함되지 않아서 비겁하게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력감, 2009년 새해 벽두부터 실물경제가 가뭄으로 말라비틀어진 우물 밑바닥을 치고 있는 이 때에 이토록 강렬하게 나를 감쌀지 나는 정말 알지 못했다.강원 산간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마실 물조차 없어 서민들이 고통해 시달리는 이 때에 뉴스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물대포를 쏘며 신나로 뒤범벅이 된 옥상을 물과 불의 바다로 만드는 모습을 인터넷과 티비로 본다. 그리고 그때마다 도대체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는 지 너무나 무섭다. 조세희가 이 책을 탈고한 게 1970년대 후반 아니던가. 우리는 아직도 1970년대 후반을 살고 있는 것일까. 30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통속에 존재한다. 그 점이 나를 가장 슬프게 한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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