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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드디어 자율 전공 학과 신청일이다. 1년간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나는 어딜 가야할 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니, 후회는 없다.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디갈 건지 자꾸 묻길래 귀찮아서 아예 글로 남긴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자율 전공부, 그 중에서 Pre_Med과정. 한 때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고, 자율 전공이니까 학과 선택의 자유라는 이점 또한 있기에 굳이 또 이 학교를 선택했다. 연초에는 의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기에 조사를 시작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별로 할 필요도 없던 수술도 받고,(퇴원 뒤, 붕대 풀고 일주일도 안 되서 2달 정도 편의점 야간 알바에, 학교 공부에, 중학교 멘토링 하러 다녔더니 몸이 완전 아작이 났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리했다.) 입원 중에 병원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며 생각해봤다. 의사라는게 참 매력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내 손으로 사람 생명을 만진다는게 아무래도 그리 내키지는 않았다, 아니 내키긴 했지만 두려웠다. 물론 요즘은 그렇지 않은 과도 많지만 그런 과는 내가 하기가 싫었다. 게다가 또 평가원과 엮이는 것은 싫었다. MEET/DEET 역시 평가원 주관이더라구. 평가원과 엮여 있으면 또 KEDI와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또 머리 아파지기 싫었다. 그리고 2학기는 이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전자전기컴퓨터학부를 조사했다. 이 부분은 주로 선배들의 이야기와 학교당국에서의 자료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솔직히 저기서 어영부영 3년을 보내고 졸업하면 물론 취직은 잘 되겠지. 그리고 몇 과목 수강해보니, 사람들 실력도 그리 높지도 않고,(기초전자물리실험이나 공학수학 어렵다 한 인간들, 정말 정신차려라. 경북대 전전컴 입학할 정도 실력에 저 두 과목조차 제대로 못했다면 그건 정말 노력의 문제다.) 들어가서 성실하게 하면 상위권은 유지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들었다. 그러면 LG나 뭐 다른 트랙 선발되서 돈 받으며 학교 다니다가 안전하게 회사원이나 될 수 있겠다, 근데 안 내키더라. 아무리 먹고사는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난 그래도 하기 싫은거 하며 살기는 싫더라. 물론 내가 그냥 이렇게 살다가, 좋은 여자 만나서 아이들 낳으면 그 아이들 부족함 없이 잘 키우고, 여가 생활 즐기다 가면 좋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난 좀 이기적인가봐. 미래에 내 아내와 아이들에겐 미안. 그렇게 그나마 조금 끌렸던 2개의 길을 부정하고 나니, 내가 원래 가고자했던 천문학에 대한 생각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미련은 남았다. 반수도 과를 바꾸기 위함이 아니고 대학을 바꾸기 위함이었으니.(하지만 다시 같은 대학에 들어오게 된 건 참... 아이러니 하다.)하지만, 옛날에 좋아했다고 내가 2년 전(07년)에 자퇴했던 과를 다시 들어가기엔 뭔가 부족했다. 아무래도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내가 납득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Holland, MBTI 검사였다. 다행히 학교에 검사하는 곳이 있어서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재학생들 검사 좀 하라고, 상담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 검사결과 자연과학 계통으로 가는 게 적성에도, 성격에도 무난할 것이라는 결과. 그래도 뭔가 부족했다. 학과 교수님을 찾아 상담을 요청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지만, 뭔가 나에게는 맞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이건 한 번 실패했기에(고2 때 천문올림피아드 떨어지고나서 고등학교 시절 공부한 기억이 없다.) 나타나는 불안감이리라고 치부하기로 했다. 또, 옛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오지마라 하더라, 아웃풋 엉망이라고. 솔직히 저 정도(?) 조사를 했음에도 나는 불안감이 남았다. 정말 내가 다시 천문학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 옳은 결정인지. 이번에는 내가 무의식 중에 나타나는, 선호하는 행동으로 조사해보기로 했다. 첫번째로는 내 능력이 제대로 쓰임을 느끼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 사실 이 조건은 어디에도 적용되는 그런 것이라 느꼈다. 의사가 되서 사람 살리는 것을 보면 당연 보람 느끼겠지, 회사에 들어가서 자신으로 인해 회사가 조금 더 나아진다면 역시 보람을 느끼겠지, 천문학자가 되서는? 글쎄 내 능력이 제대로 쓰임을 느낄 경우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일단 위의 두 경우처럼 남이 알아줄리는 없을 것이고, 내가 판단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나는 나한테 그리 관대하지는 못한 것 같다. 두번째로는 어떤 일의 원리를 간파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크게보면 인과관계의 인과 과의 사이를 파헤치는 것을 좋아한다랄까? 이건 내가 전략-전술과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 역시 이 사실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것만 보면 군 장교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으나(한 때 사관학교를 생각한 적이 있긴 했다. 물론 그 얘기를 들은 애들은 전부 웃었지만 -_-;) 앞에서도 말했듯이 생과 사를 다루는 일은 아무래도 별로 내키진 않았다. 게다가 군 내부의 부패와 긴 휴전 상황을 보아하면 내 능력이 쓰일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리고 내 능력이 쓰이지 않는 것이, 그냥 한 군인으로서 무력할 수 있는 것이 차라리 나을거라 생각했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은 비약했지만, 그렇지 않고도 인간은 비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과관계를 다루는 것 중에 내가 가장 안전하고(?) 흥미있는 것은 역시 자연과학일것이다. 게다가 창조신에 도전하는 수준에 도달한 현대 천문학과 물리학은 22년간 내 주된 관심사였다. 세번째로는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초연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게 완벽하게 가능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것이 위의 두가지 길, 의사와 회사원이 되는 길이 모두 부정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천문학자 역시 어딘가에 구속되어 있을 것이긴 했지만, 대학교수가 된다면? 아무래도 다른 두가지 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라는 섣부른 판단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불안감 자체의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실패에 기반을 둔 불안감인듯 싶었다. 나는 한 번 실패하면 다시는 재기하지 못했다. 아니, 재기할 수가 없게 망가졌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건 쓰기가 좀 부끄러운 내용이라, 이건 스스로 더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내가 정말 재기할 수 없게 망가졌는지. 수학도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받게 된 것, 그리고 다시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자체가 재기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런지. 내 해석의 차이가 아닐까. 문제는 내 부정적, 비관적 사고 때문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건 나의 몫이다. 하긴, 뭐든 내 좋은대로 될 수는 없으니,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나의 몫이다. 너무 중언부언 한 것 같다. 2009년 나의 학과 선택은, 내가 2007년 내가 자퇴하고 떠났던 천문대기과학과이다. 직업에 대해선 더 이상 바뀔 일은 없을 듯 하다. 소거법으로 제거되고 남은 것이 이것 하나 뿐이고, 남은 이것을 나는 너무 좋아한다. 어쨋든 2008년 내가 고민해왔던 것이 이제야 풀렸다. 1년 하고 9일 만에 해결했다. 앞으로는 적게는 1년, 길게는 2,30년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풀릴 것들이 쌓인 곳에 뛰어들게 된다. 그 동안 조금 더 여유롭고 낙천적인 마음을 갖도록 하자. 그래야만 문제와 고민에 치여 살아가는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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