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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8/02/10
 

다치는 것을, 지는 것을, 틀리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엄청 부담스러워 한다나?

늘 나한테 따라다니던 단어. 흔히 '연습용, 모의고사용'이라고 불리는.

합기도를 할 때도 그랬고, 스타를 할 때도 그랬다. 공부할때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

호리호리하게 순하게 생겨 치고받는 일 같은거 잘 못할거 같은데, 잘 한댄다. 꽤 잘한댄다. 근데 불안불안하댄다. 일단 다른 사람에 비해 연습량이 너무 적어 일단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지고(우습게도 연습량이 적은데 너무 잘해서 주목받았지..;; 참 아이러니 하네.), 상성이 너무 뚜렷해서 간파당하면 개털릴거랜다. 임마는 연습 좀 빡세게 시키고 다듬으면 정말 잘 할 것 같은데.... 늘 이렇게 말을 흐리곤 했다. 아무래도 잘 하지만 기복이 심한 애한테는, 그것도 실전에서는 일을 맡기기가 불안하지. 나라도 그랬겠다. 

그렇게 선수 제의를 받았던 것이 취소되었고,

좀 더 높은 직책을 맡을 기회도 박탈당했다.

 

사실 오늘도 검도하면서 이런 소리를 들었다.

 

호구 쓰고 하는데 맞는거 두려워하지 마라고. 맞는걸 두려워 하니까 몸이 위축되서 오히려 빈틈을 만드는 것이 되는 거라면서.. 호구 안 쓰고 연습할때는 그렇게 잘 하면서 왜 호구를 쓰고 상대방과 칼을 맞대면 그렇게 못 하냐며...

 

이게 내가 올해 풀어야 할 과제...

이건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작년에 풀고자 했던 과제는 잘 해결했는데, 이번 건.. 솔직히 자신이 없다.

며칠 뒤면 드디어 자율 전공 학과 신청일이다.

1년간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나는 어딜 가야할 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니, 후회는 없다.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디갈 건지 자꾸 묻길래 귀찮아서 아예 글로 남긴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자율 전공부, 그 중에서 Pre_Med과정. 한 때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고, 자율 전공이니까 학과 선택의 자유라는 이점 또한 있기에 굳이 또 이 학교를 선택했다.

 

연초에는 의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기에 조사를 시작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별로 할 필요도 없던 수술도 받고,(퇴원 뒤, 붕대 풀고 일주일도 안 되서 2달 정도 편의점 야간 알바에, 학교 공부에, 중학교 멘토링 하러 다녔더니 몸이 완전 아작이 났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리했다.) 입원 중에 병원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며 생각해봤다. 의사라는게 참 매력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내 손으로 사람 생명을 만진다는게 아무래도 그리 내키지는 않았다, 아니 내키긴 했지만 두려웠다. 물론 요즘은 그렇지 않은 과도 많지만 그런 과는 내가 하기가 싫었다. 게다가 또 평가원과 엮이는 것은 싫었다. MEET/DEET 역시 평가원 주관이더라구. 평가원과 엮여 있으면 또 KEDI와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또 머리 아파지기 싫었다.

 

그리고 2학기는 이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전자전기컴퓨터학부를 조사했다. 이 부분은 주로 선배들의 이야기와 학교당국에서의 자료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솔직히 저기서 어영부영 3년을 보내고 졸업하면 물론 취직은 잘 되겠지. 그리고 몇 과목 수강해보니, 사람들 실력도 그리 높지도 않고,(기초전자물리실험이나 공학수학 어렵다 한 인간들, 정말 정신차려라. 경북대 전전컴 입학할 정도 실력에 저 두 과목조차 제대로 못했다면 그건 정말 노력의 문제다.) 들어가서 성실하게 하면 상위권은 유지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들었다. 그러면 LG나 뭐 다른 트랙 선발되서 돈 받으며 학교 다니다가 안전하게 회사원이나 될 수 있겠다, 근데 안 내키더라. 아무리 먹고사는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난 그래도 하기 싫은거 하며 살기는 싫더라. 물론 내가 그냥 이렇게 살다가, 좋은 여자 만나서 아이들 낳으면 그 아이들 부족함 없이 잘 키우고, 여가 생활 즐기다 가면 좋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난 좀 이기적인가봐. 미래에 내 아내와 아이들에겐 미안.

 

그렇게 그나마 조금 끌렸던 2개의 길을 부정하고 나니, 내가 원래 가고자했던 천문학에 대한 생각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미련은 남았다. 반수도 과를 바꾸기 위함이 아니고 대학을 바꾸기 위함이었으니.(하지만 다시 같은 대학에 들어오게 된 건 참... 아이러니 하다.)하지만, 옛날에 좋아했다고 내가 2년 전(07년)에 자퇴했던 과를 다시 들어가기엔 뭔가 부족했다. 아무래도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내가 납득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Holland, MBTI 검사였다. 다행히 학교에 검사하는 곳이 있어서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재학생들 검사 좀 하라고, 상담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 검사결과 자연과학 계통으로 가는 게 적성에도, 성격에도 무난할 것이라는 결과. 그래도 뭔가 부족했다. 학과 교수님을 찾아 상담을 요청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지만, 뭔가 나에게는 맞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이건 한 번 실패했기에(고2 때 천문올림피아드 떨어지고나서 고등학교 시절 공부한 기억이 없다.) 나타나는 불안감이리라고 치부하기로 했다. 또, 옛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오지마라 하더라, 아웃풋 엉망이라고.

 

솔직히 저 정도(?) 조사를 했음에도 나는 불안감이 남았다. 정말 내가 다시 천문학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 옳은 결정인지. 이번에는 내가 무의식 중에 나타나는, 선호하는 행동으로 조사해보기로 했다.

 

첫번째로는 내 능력이 제대로 쓰임을 느끼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 사실 이 조건은 어디에도 적용되는 그런 것이라 느꼈다. 의사가 되서 사람 살리는 것을 보면 당연 보람 느끼겠지, 회사에 들어가서 자신으로 인해 회사가 조금 더 나아진다면 역시 보람을 느끼겠지, 천문학자가 되서는? 글쎄 내 능력이 제대로 쓰임을 느낄 경우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일단 위의 두 경우처럼 남이 알아줄리는 없을 것이고, 내가 판단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나는 나한테 그리 관대하지는 못한 것 같다.

 

두번째로는 어떤 일의 원리를 간파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크게보면 인과관계의 인과 과의 사이를 파헤치는 것을 좋아한다랄까? 이건 내가 전략-전술과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 역시 이 사실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것만 보면 군 장교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으나(한 때 사관학교를 생각한 적이 있긴 했다. 물론 그 얘기를 들은 애들은 전부 웃었지만 -_-;) 앞에서도 말했듯이 생과 사를 다루는 일은 아무래도 별로 내키진 않았다. 게다가 군 내부의 부패와 긴 휴전 상황을 보아하면 내 능력이 쓰일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리고 내 능력이 쓰이지 않는 것이, 그냥 한 군인으로서 무력할 수 있는 것이 차라리 나을거라 생각했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은 비약했지만, 그렇지 않고도 인간은 비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과관계를 다루는 것 중에 내가 가장 안전하고(?) 흥미있는 것은 역시 자연과학일것이다. 게다가 창조신에 도전하는 수준에 도달한 현대 천문학과 물리학은 22년간 내 주된 관심사였다.

 

세번째로는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초연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게 완벽하게 가능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것이 위의 두가지 길, 의사와 회사원이 되는 길이 모두 부정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천문학자 역시 어딘가에 구속되어 있을 것이긴 했지만, 대학교수가 된다면? 아무래도 다른 두가지 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라는 섣부른 판단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불안감 자체의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실패에 기반을 둔 불안감인듯 싶었다. 나는 한 번 실패하면 다시는 재기하지 못했다. 아니, 재기할 수가 없게 망가졌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건 쓰기가 좀 부끄러운 내용이라, 이건 스스로 더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내가 정말 재기할 수 없게 망가졌는지. 수학도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받게 된 것, 그리고 다시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자체가 재기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런지. 내 해석의 차이가 아닐까. 문제는 내 부정적, 비관적 사고 때문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건 나의 몫이다. 하긴, 뭐든 내 좋은대로 될 수는 없으니,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나의 몫이다.

 

 

너무 중언부언 한 것 같다. 2009년 나의 학과 선택은, 내가 2007년 내가 자퇴하고 떠났던 천문대기과학과이다. 직업에 대해선 더 이상 바뀔 일은 없을 듯 하다. 소거법으로 제거되고 남은 것이 이것 하나 뿐이고, 남은 이것을 나는 너무 좋아한다. 어쨋든 2008년 내가 고민해왔던 것이 이제야 풀렸다. 1년 하고 9일 만에 해결했다. 앞으로는 적게는 1년, 길게는 2,30년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풀릴 것들이 쌓인 곳에 뛰어들게 된다. 그 동안 조금 더 여유롭고 낙천적인 마음을 갖도록 하자. 그래야만 문제와 고민에 치여 살아가는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지만, 부족함이 많은 나로서는 나의 괴로움과 나의 방황의 이유를 알지 못했고, 그것은 곧 나의 실패의 이유가 되었는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흘러보낸 뒤 나는 더할나위 없이 밑나락으로 침전했다. 지금도 나는 나의 괴로움과 나의 방황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리 완벽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 말은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내재된 불완전성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말이기도 하고, 나의 불완전성을 없애가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초조해하지 않고, 끈기있게. 나 역시 바람이 자꾸 불어도 반석 위에 설 것이고, 강물이 자꾸 흘러도 언덕 위에 설 것이다.

집에 가는걸 싫어하는 제가 집에 왔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무엇을 찾기 위해서 입니다. 볼 때마다 힘이 되는 문구가 쓰여있는 책갈피 하나, 이것 하나때문에 가기 싫은 집에까지 가야했던 걸 보니 꽤나 소중하긴 한가봅니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문득 이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시간지연'

상대론에서 배우는 것이지요. -설명을 계속 적다가 지우고 반복하다가 그냥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중요한건 이게 아니니까.- 왜 갑자기 상대론이 생각났을까요. 아인슈타인이 특허청에서 근무하면서 어떻게 상대성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을까. 상대론의 착안 과정이 그가 그 시기에 특허청에서 다루었던 기차의 도착시간에 관한 것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과학사들은 추정한다고 했던, 제가 본 책의 내용이 생각났거든요. 여기서부터 시작된 저의 생각은 지간지연에 대한 저의 개념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고, 저는 또 하나를 깨달아야 했습니다. 아, 예전엔 정말 물리도 좋아하고 많이 공부하고 했었는데, 내가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이 책갈피 하나뿐이 아니었구나.

그리고 포스팅을 하는 지금, 글을 쓰며 생각이 조금 더 나아갔습니다, 잃어버린 것에 한 걸음 더. 제가 천문학에 미치게끔 해 주었던 블랙홀에 관해서. 초등학교 2학년때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많은 관련 책을 읽었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때 썼던, 우주 소년단에서 주최한 과학 글짓기 대회에 출품한 블랙홀에 관한 글. 어린 마음에 무려 3시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지은 글, 그리고 그 글로 인해 북극성상-지금 생각해보면 도대회 대상 정도-이라는 상상도 못한 큰 상을 받았을 때의 그 두려움과 얼떨떨함. 그리고 글의 일부가 지역 신문에 실렸다는 말을 들었을때, 모르는 사람에게 칭찬과 격려의 전화를 받았을때의 묘한 기쁨. 근 10여년간 느껴보지 못한 그런 감정들... 그냥 생각이 여기서 멈추었으면 좋았을 것을, 생각은 계속 이어지고, 떠오르는 다른 생각들-그리고 지금 내가 그런 열정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자조적인 질문. 고교생활, 수능에서의 실패 후 주변에서 말하던 '실패한 천재'라는 나에 대한 수식어 하나...

후, 가장 소중하게 여겨오던 것들, 잊고 살아온 것 같네요. 횡설수설, 밤이라 그런가. 10여년간 저를 억눌러온 과거의 영광 일부입니다. 제가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 그리고 소중히 여겨오던 그런 것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찾기위해서는 과거의 나와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에 중학교 멘토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지금 그 시기를 겪고있는 아이들과 지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서입니다.

여기서 글의 흐름을 끊겠습니다. 늦은 밤이고, 글이 더 이상 엉망이 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저는 제가 소중히 여겨왔던 것들을 찾을것입니다. 그리고 찾은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젠가 글이 또 올라올 것입니다. 갑자기 든 생각, 컴퓨터 앞에서 글 쓰는게 왜 쉬울까 생각해보았더니, 제 생각의 유속과 미묘하게 어울리네요. 직접 쓸 때는 제 손이 흐름을 따르지 못해 생각한 바를 모두 꺼내지 못했고, 오랫동안 퇴고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그렇다고 지금 글이 마음에 든다고도 말 할 수는 없지만.- 집에 노트북이나 사달라고 할까요? 그럼 글을 더 많이 쓰게 될 것 같은데.

일휘소탕 혈염산하
一揮掃蕩 血染山河

‘강산을 물들이도다’에서 나는 색칠할 도(塗)를 버리고 물들일 염(染)자를 골랐다. 김수철이 한동안 글자를 들여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 물들일 염자가 깊사옵니다.
― 그러하냐? 염은 공(工)이다. 옷감에 물을 들이듯이, 바다의 색을 바꾸는 것이다.
― 바다는 너무 넓습니다.
― 적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제가 즐겨읽는 소설, ‘칼의 노래’의 한 장면입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마다 물들일 염(染)자에 시선이 머무르곤 합니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왜적들의 피로 산하를 ‘물들이셨’습니다. 경망스럽게도,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나는 무엇으로, 그리고 무슨 색으로 산하를 ‘물들일’ 수 있을까? 나는 도대체 무슨 색을 가진 걸까...

  언젠가 친구들에게 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대답이 ‘조용하다’ 혹은 ‘착하다’는 말. 그리고 그 뿐. 아, 친구들에게 비춰진 저의 색이 고작 이거였나요. “에이, 그것 밖에 없어?”라고 장난스럽게 되물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들에게 선명하게 기억될 만한 색을 지니지 못한 저를 질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뚜렷한 저의 색을 떠올리지 못하는데, 하물며 친구들이야. 생각해보면, 저야말로 어떤 의식도, 아무런 색깔도 없이 흐리멍텅하게 사는 그런 놈이었습니다. 그저 구시대의 색 바랜 물감에 저의 몸을 맡겼을 뿐, 그게 당연히 옳은 줄 알고...

  당분간 저의 색을 찾는 나그네 길에 오르려고 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듯 합니다. 그리고 제가 찾은 저의 색이 시간이 지나도, 무수한 아수라를 돌파해도 절대 바래지 않도록 확실하게 저 자신을 ‘물들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제가 흠모하는 사람들의 색을 취(取)하는데서 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제가 찾는 저의 색의 바탕이 보일 듯 싶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힘겹지는 않을겁니다.


나는 나그네... 다시, 흘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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