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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8/02/10
 

철학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

2009.05.31 16:29 | - 내가 쓰는 Essay | 낭객

http://kr.blog.yahoo.com/cyclonics/166 주소복사

이젠 학기 말이지만, 이번 학기에는 철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자연대 학생이 무슨 인문대 수업을 듣느냐고 의아해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왠지 그러고 싶더군요. 할 수 있을 때,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싶은 것이 지금 저의 작은 바램입니다. 늘 물리학, 수학적 수식과 법칙에만 시달리다가 이젠 무슨무슨론이니 무슨무슨설이니에 시달리니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철학에서 철哲이 뭔가 했더니 밝을 철이라고 합니다. '자연과 사회, 인간 존재의 보편적 원리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탐구하는 학문 또는 세계.'라고 야후 백과사전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설명을 하고 앉았지만, 쉽게 말하면 생각하는 힘을 길러 '밝음'을 추구하는 학문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왜 하필 밝음인지는 서양 애니메이션 같은거 보면 갑자기 뭐가 생각났을때 전구가 빤짝 빛나고, 명석함이나 영리함을 뜻하는 단어 중에 brilliant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걔네는 그렇게 생각하나보죠 뭐. 참고로 철학이라는 말은 일본 학자가 서양의 철학 서적을 번역하면서 만든 단어라고 하더군요..;;



암튼, 철학이란게 이런거라고 하네요. 주변 친구들에게 천문학과 물리학을 전공하는 제가 철학 전공 수업을 듣는다고 하면 반응이 참 다양합니다. 뭐 대충 이렇게..

"으.. 응? 그럼 네가 듣는 역力학은 그 역易학이었어?" -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Dynamics야..
"미쳤어? 네 전공이나 열심히 해." - 그래도 너보단 잘해.
"그거 배워다가 어따 쓰게?" - 그럼 수학이나 물리학은 배워다가 어디다 쓸래?
"우와, '형~'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 가시내들아, 날 오빠라 불러줘 ㅠㅠ

대충 종합해보면 신기하다와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왜 철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신기하다고 하고, 혹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으며 그만둘 것을 강요하는 것일까요?
언제부터 철학이 일반 대중들에게 멀어지게 된 것일까요???



저는 그 원인을 감히 고결하신 철학자 분들에게서 찾으려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제가 아는) 철학자들은 현실에서 동떨어져 책상 앞에서만 앉아 '자연과 사회, 인간 존재의 보편적 원리'를 찾으려고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깊은 생각을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서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렇게 철학자들은 사회와 멀어져 가게 되더군요. 그리고 기껏 만들어 놓은 철학적 사유의 결과를 '어려운 용어'라는 자물쇠를 채워 자신들끼리만 공유하며, 가지지 못한 자들을 보고는 대중들은 철학이 없다니, 생각이 없다니 하면서 ㅉㅉ 하는 것을 보면 참 기가 차곤 했습니다. 그들이 찾은 '밝음'은 자기들을 어둠속에서 부각시켜 주려고 찾은 '밝음'일까요?

사람들을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고, 시덥잖은 어려운 단어들로 포장시켜 오히려 사람들에게서 멀어져놓고, 우민이라니 우중이라니, 인문학의 위기는 대중들에게 있다니... 참으로 어두운 '밝음'이더군요. 이해하게 만들지도 않으면서 이해받기를 바라다니... 좀 어려운 말로 대꾸하자면 참으로 '소아병적'인 사고방식이더라구요.



흔히 작금의 현실을 인문학의 위기라고 합니다. 인문학을 하면 돈이 안 된답니다. 돈이 되는 경상계열, 의약학계열로 가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우르르 몰려갑니다. 한 쪽에 몰린만큼, 다른 곳은 파리 날립니다. 대표적으로 인문대와 자연대입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자극적인 것에 부화뇌동하는 대중들에게도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그들에게 참된 빛을 제시해주지 못한 인문학자 그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회 전반적인 구조가 (천민^^)자본주의 형태를 띠고 있다지만, 조금 유치하게 말하자면 아주 조금만, 너네 손톱만큼만이라도 넓게 보면 돈이 전부는 아니란 것을 그들은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냐는 것입니다.



하루는 책을 보다 정말 감명깊은 문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철학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이다. 철학은 사람의 인생살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다. 문제가 있는 곳에 인간의 사유가 있고, 인간의 사유가 있는 곳에 철학이 있다. 철학을 삶을 이루는 실천적 운동의 한 양상으로 바라볼 때, 전공 학자들의 철학적 연구가 상식인들의 고뇌 어린 상념보다 반드시 더 깊이 있는 진리를 담아 내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관념의 실험실에서 통제된 의미 세계를 다루어 엮어 낸 정밀한 이론이, 나날이 현실에서 생산 도구들과 씨름하고 남의 삶에 실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체화(滯貨)된 상념들에 비해 더욱 오묘한 이치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 유국환, EBS 인터넷 수능 『언어 오답 줄이기』p.39, 5번 문제


백번 공감하는 문구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철학은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직면하게 된 문제를 풀기 위해 생각하는 것 모두가 철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있는 현실 전체가 사실은 가장 좋은 철학 문제집입니다. 정말 철학자들이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대중들에게, 세상 속에 뛰어들어가 그들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길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뭐 그러면 철학의 깊이가 없어진다? 그런거 없습니다.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써준다고 이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대중들에게 다가감으로써 자신들의 사유가 담긴 이론을 검증하는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라고, 세상 만물에게 빛을 골고루 나누어 주라고 있는 철학哲學이니까요.



자꾸 주제넘는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대중들 역시 철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철학이 없는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일제 군국주의를 통해 우리 뼈에 충분히 각인되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수준 역시 생각없이 자극적인 문구에 부화뇌동하는 그런 단계라고 저는 감히 생각해 봅니다. 이런 사회의 위험성을 바로 옆 나라를 통해 충분히 본 우리인 만큼 우리 역시 그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도 대중들이 조금이라도 각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생각 하실 것 없습니다. 그냥 철학의 중요성을 알고 관심만 가지시려고 하면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철학 입문서는 이영도씨의 '드래곤 라자'라고 생각합니다. 어? 판타지네? 맞습니다. 뭐 서울대학교에서 지정한 대학생이 꼭 읽어야 할 책? 이런거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 해봅시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본 사람 있을까요? 진지하게 다 본 적 있는 사람 댓글 남겨주세요. 달려가서 술이라도 사드리고 우매한 저를 가르쳐달라고 애원할겁니다. 일단 무엇을 시작하려 하면 관심이 있고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드래곤 라자'라는 책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량이 조금 많긴 하지만 홀 빠져들만큼 충분히 재미있고, 12권 완결까지 달리면서 수 많은 철학적 물음을 제시하고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왠지 책 소개를 한 것 같은데(이영도씨랑은 아무런 친분이 없다는 거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드립니다. 걍 그 책을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 그리고 그 때부터 철학이란 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ㅎ) 저 책이 아니더라도 어떤 것을 통해서든 현실에서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생각'을 먼저 한 뒤에 행한다면 그걸로도 이 글을 쓴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당신의 머리 속에 전구가 켜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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