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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8/02/10
 

..헥..헥.... 수업 마치고 바로 뛰어왔습니다.ㅋ


요즘 늘 축 처져 있다가 간만에 뛰니까 기분이 좀 상쾌하네요.
갑자기 이렇게 뛰어서 자취방까지 오게 된 이유는,
수업 도중에 생각난 재미난 소재 때문이라지요. ㅎㅎ




제가 다니는 학교 물리학과의 역학을 가르치는 모 교수님은 시험문제를 어렵게 내기로 소문이 난 사람입니다.
솔직히 수업도 상당히 저질인데, 역학 문제를 거의 대학원 수준으로 내셔서 시험 평균이 100점 만점에 0점이라고 합니다.
교수님도 인정하시지요. 자기는 문제 정말 어렵게 낸다고, 우리 학교에서 역학 A+를 받으면 다른 어느 곳을 가든 역학만큼은 A+를 받을거라고.


오늘은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2학년이 다른 과목 다 제쳐두고 밤새 역학만 공부해도. A+를 받는 일은 없을거라고.
이 말이 그 동안 잠들어있던 제 승부욕을 깨운 것 같습니다.
갑자기 소름이 확 끼치면서,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얼마나 어렵게 내길래. ㅋㅋㅋ


그 동안 저 조금 조심스럽게 지냈습니다.
제가 기를 펴고 못 살 그런 이유가 있었지요. 차차 '나에 대해서'에 제 이야기를 채워나가겠지만(궁금하신 분이 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저희 과에 2번 입학한 정말 희귀한 케이스입니다. 자퇴를 하고 반수를 했다가 이 학교 자율전공으로 들어갔다가 2학년 과 진급때 다시 들어온 것이지요.
그래서 동기가 둘입니다. 07 그리고 08.


저는 늘 07학번 동기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입학 전부터 반수를 준비했기에, 동기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말도 않고 1학기를 마치고 휴학계를 내고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재수학원으로요. 거기 있는 동안, 바쁘게 지내다가도 잠시 생각할 틈이 나면 늘 07 동기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때 제가 행동했던 하나하나가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수능을 마치고 나서 바로 동기들을 찾았습니다. 어찌보면 상당히 뻔뻔스러운 경우겠지만, 동기들은 하나같이 저를 잘 맞이해주고 이해해주었습니다. 그 점이 늘 동기들에게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과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할 때면 저는 늘 참여해서 동기들과 놀곤 했습니다. 가끔은 일손이 부족해서 짐도 나르고 안내도 했지만;;ㅋ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다시 이 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동기였던 07은 이제는 선배가 되었습니다. 참 이상한 상황이지요. ㅎㅎ 그리고 후배였을지도 모르는 08은 이제 동기가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07학번은 수업도 다르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할 학년이니 만날 기회가 그다지 많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예전에 동기들에게 해 주지 못했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을, 08들에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08들에겐 늘 좋은 모습, 밝은 모습만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거기에 얽매여 제가 너무 조심조심 지낸 것 같습니다. 저 별로 노는 그런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없이 얌전하고 그러진 않거든요. 그 동안 너무 나 답지 못하게 산 것은 아닌가. 그래서 많은 실수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역학에서 왜 갑자기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버렸는지 -_-


저 사실 좀 초라하긴하지만 정말 많이 소중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정말 많은 싸움을 해왔습니다. (물론 실제로 치고 받은거 말하는게 아닙니다 =_=) 정말 조그만 뭐 하나를 얻기 위해서, 뭐 하나 더 성취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잃어야 했던적이 많았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다시 오기까지도 많은 것을 포기해야했습니다. 그런 많은 싸움에서 솔직히 제가 이긴 적은 잘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나같이 어렵고도 늘 새로운 싸움의 연속이었고, 힘겹게 힘겹게 그 싸움을 유지왔습니다만, 지고, 지고 또 지고...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싸움을 피하며 숨어있는, 소극적인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평범한게 좋은거다. 중간 즈음에 박혀 있는 듯 없는 듯 살다 가는게 좋은거다. 라고 생각하고 올해는 이렇게 지내기로 다짐했었지요.


하지만 사실 저는 그게 아니라 싸움 자체가, 그리고 또 무엇을 잃는 것이 두려워졌던 것이었습니다. 오늘 강의를 들으며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옛날에, 수 많은 싸움을 거치며, 싸움의 끝에서는 승패에 상관없이 또 다른 싸움을 기다리고, 쉬면서는 늘 예전의 싸움을 분석하곤 했던 나는 어디로 간 것이냐. 나는 지금, 겁쟁이처럼 살다 그냥 이대로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냐. 하는 생각이 머리를 꽝 때렸습니다.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래! 2학년이 역학 A+ 받아보자 하면서 수업을 들었지만.. 조화 진동자....... 하나도 모르겠다 ㅠㅠ 하지만, 나 꼭 해볼거다. 이런 생각이 요즘 갑자기 혼란스러웠던 제 머리를 조금 정리해주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제가 가진 거라곤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허깨비였을 뿐, 가졌다고 생각했을 뿐.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저는 예전 싸움에서 잃어버렸던,
그리고, 가장 저 다움을 말해주었던
승부욕이란 것을 되찾았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무언가를 잃는 것이 두렵긴 하지만,(지금 저에게는 잃을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많은 싸움을 통해 아직 제 나이 또래보다 조금 더 많은, 그리고 하나같이 귀중한 '경험'이란 것을 얻었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은 누구에게도 없는, 오직 저만이 가진 그런 경쟁력입니다. 누구도 나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나만이 가질 수 있는.


... 그리고 언젠가는 싸움에도 요령이 생겨, 얻는 것도 많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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