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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8/02/10
 

글의 시작 전에 먼저 나의 의견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지난 번에 스타 이야기 한 김에 하나 더. 지금 애들은 알란가 모르겠지만, 아주 예전에는 프로토스의 암흑기라며 정규리그에 프로토스가 1명, 많으면 2명이 진출하던 그런 시대가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진출한 플토 유저는 프로토스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내거나, 아니면 그냥 발려서 사라지거나 그랬었다.


프로토스의 암흑기의 원인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는데, 일단은 그 당시 맵들이 프로토스를 배려한 맵이 잘 없었다는게 한 이유가 될 것이다. 라그나로크 발키리라는 닉네임을 가진 김진태(맞나?)씨는 왠지 모르게 테란 맵을 즐겨 만들었고(사일런트 볼텍스, 비 프로스트 등등 개마고원도 이 양반 작품인가?), 그 다음으로 나타난 변종석씨는  노스텔지어라는 좋은 맵을 만들기도 했지만(그러나 개인적으론 싫어했던 맵, 승률은 높았지만), 전설에나 남을 플토 올킬의 맵 머(뻐 라고도 발음함)큐리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프로 게이머들의 실력이 평준화 되지 않았던 시기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실력 측정의 지표로 사용되었던 APM을 보아도 다른 종족의 유저들과 특별히 수치가 떨어지지도 않았다. 그럼 왜 그랬을까? 그 시대에 프로토스 유저라면 한 번 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 프로토스 유닛들이 특별히 약한 것도 아닌데 왜 정규리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스타가 처음 발매되고 아주 초창기때, 그러니까 신주영과 국기봉이 뛰어놀고, 이기석이 광야에서 팔을 쫙 펼치면 레이스가 날아가던 그 시절(코넷 광고 -_-), 그 시절에는 생각보다 길드가 상당히 활성화 되어있었다.(지금은 그런 길드들이 거의 망한 것 같더만) 그런 길드에서 전략,전술을 활발히 연구하기도 했지만, 어떤 길드들은 순수한 힘싸움만을 고집하는 길드들도 있었다. 그 시절에 TOP10으로 치던 길드들을 소개해 놓은 책자를 얻은 적이 있었는데. 상당수가 힘싸움만을 고집하는 그런 길드들이었다. 이름들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떤 길드를 소개한 글에 기억 문구가 NO게릴라 NO타워 NO섬멀티 NO스톰... 뭐 이런 때가 있었다.


그때는 스톰이나 마법 같은 걸 써서 병력 잡아먹고, 게릴라로 자원타격 들어가면 끝나고 얍삽하다고 욕 먹기가 일쑤였고(흔히 게임 좀 한다는 사람들과 게임을 하면 채널을 맞춰놓고 여러 경기를 하곤 한다.) 그게 초창기 프로 게이머의 세계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어서 전략을 중시하던 선수들(대표적으로 임요환 선수)과 힘싸움만을 중시하던 선수들(송병석과 아이들 -_-)간의 마찰이 있고는 했다. 특히 힘싸움을 중시하는 유저들은 프로토스나 저그가 많았는데 이 때문에, 이 때부터 프로토스나 저그는 전략, 전술의 연구에서 테란에 비해 발전이 더뎠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경향이 좀 오래갔었는데, 강민 선수가 처음에 포토캐논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꽃밭토스라 불리며 데뷔를 했는데, 이 때도 많은 유저들은 강민 선수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포토를 쓰면 진짜 실력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 자원으로 공격을 해야지 이런식으로.)


근데 또 힘싸움이란게 자원이 많이 드는 고급유닛보다는 아무래도 초-중급 유닛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저그와 프로토스의 운명이 갈린다. 저그의 초-중급 유닛들(저글링,히드라-러커,뮤탈)은 업그레이드를 해 주면 후반에 가도 많이 쓸모가 있다. 물론 낮은 체력으로 인해 빨리 죽지만, 그때그때 충원이 빠른게 저그의 진정한 강점이지.(솔직히 목동체제에서 울트라가 무섭냐? 아드레날린 저글링이 무서운거지.) 근데 프로토스는? 초-중급 유닛이라 하면 질롯,드라군,커세어 뿐이다.(뭐 템플러들도 중급 유닛이라 쳐 줄수 있겠지만, 자원 소모 봐라. 어휴) 게다가 질롯 공1업 하면 데미지가 2 올라가지만 그게 2 오르는게 아니다. 잘 보면 질롯이 2번을 빠르게 때리는데 거기에 1씩 보태져서 2가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방1업을 해주면 공업의 효과는 상쇄된다. 게다가 드라군은 히드라나 골리앗 같은 다른 종족의 원거리 유닛에 비하면 병신 수준이지.. 게다가 다른 종족에 비해 자원을 너무 많이 먹는다. 그리고 생산 시간도 늦고, 공격 속도가 타 종족에 비해 현저하게 느리다. 결국 힘싸움으로 후반까지 가면 자원에서 압도하지 않는 이상 프로토스는 한계가 있다. 프로토스 유닛들이 전체적으로 타 종족에 비해 강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종족과의 경기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물량이 더 많아야 이길 수 있다. 더 강한데, 더 많아야 이길 수 있다? 이게 뭔 소리야? 결국 프로토스의 초-중급 유닛이 약하다는 소리다.

암튼 그 시절에 게임을 보면 플토 유저들 정말 눈물겹다. 상식적으로 못 뚫을거라 생각할 정도 아니면 마인-탱크 밭에, 러커 밭에 질럿을 달려 보낸다. 마인으로 자폭을 유도하고 러커의 촉수를 대신 맞으며 드라군이 안전하게 공격할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주고는 질럿은 산화한다. 질럿이 많으면 질럿도 분명 공격의 축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원거리 유닛인 드라군이 공격의 축이 되기 마련이다. 드라군은 1~2부대로 유지하고 계속 질럿만 생산해서 갖다 박아라. 이게 가림토스라 불리던 김동수 운영의 핵심이고 프로토스 유저 대부분의 운영 방법이었다. 고급유닛을 쓰지 않으면 정말 이 방법 밖에 없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본진 방어가 허술해 항상 게릴라를 허용했다. 그 시절에 보면 그 No캐논의 영향으로 포토캐논은 디텍터 기능만 할 정도로 최소화로 깔아 놓는다. 그래서 유독 프로토스 유저들은 언덕 탱크에, 벌쳐나 뮤탈에, 폭탄 드랍에 본진이 털리거나 자원 타격을 많이 받아 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포토캐논은 타 종족의 타워건물에 비해 상당히 저질이다.-_-^ 물론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본진 방어도 충실히 하고 고급 유닛도 쓰는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뿌리깊게 박힌 패러다임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고, 그게 프로토스 암흑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물론 힘싸움만 고집한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오직 전투에만 집중하면서 컨트롤의 발전, 진법의 발전이 힘싸움 유저에 의해 대부분 개발되었으니. 예를 들면 질롯으로 마인 밭에 가면서도 좀 더 유닛이 많은 곳에 까지 달려가서 자폭을 유도하고, 드라군을 빠르게 산개해서 탱크 포격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김동수 특유의 세밀한 컨트롤과, 맵을 엄청 넓게 쓰는 진짜 미니맵으로 보면 학익진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대규모 병력의 효율적 운영(쉽게 말해 쌈싸먹기)은 강도경 선수가 정말 일품이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게임에서 정말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자원 타격도 해야하고, 섬 멀티도 하고, 고급 유닛도 써가며 효율적인 운영을 해서 주도권을 장악해야 이긴다. 뭐 폼이 안난다니, 비겁하다니, 그런거 없다. 이기면 장땡이고 이기라고 있는 게임이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게 최선이라고 했는데, 스타에선 그게 되나?


프로토스 선수 중에 강민이 정말 가치있는 선수인게 바로 힘싸움으로만 고집하던 종래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전술을 많이 연구하고 고급 유닛을 제대로 활용했다는 데에 있다. 강민 선수는 APM 수치가 그다지 높은 선수도 아니었고(오히려 200대 초반으로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낮은 축이었다.), 컨트롤이나 물량에서도 타 프로토스 선수들에 비해 특별한 것도 없었고, 오히려 실험적인 그의 태도로 인해 경기에서 종종 미숙함도 보이곤 했다. 하지만, 그의 별명이 몽상가였나? 거의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있던 포토캐논을 적게 깔던 경향에서 강민은 캐논으로 꽃밭을 만들며 고정관념을 깨었고, 이병민과의 경기에서는 할루시네이션과 리콜을 활용해 멋지게 전술로써 승리했다. 강민 이후에야 비로소 프로토스 유저들은 프로토스의 정말 강점인 고급 유닛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힘싸움이라는 구닥다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내가 쓰고도 정리가 잘 안되네, 요약하자면 프로토스의 암흑기의 이유는 프로토스 종족 특유의 약점과 그 당시 공식 맵의 문제도 있지만, 스타 초창기에 형성된 힘싸움에 치중했던 패러다임에 의해 프로토스의 전략-전술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프로토스의 정말 장점인 고급 유닛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시대마다의 전략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프로토스 선수들 경기를 보면 물론 예전보다 물량도 많고 컨트롤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프로토스 고급 유닛들을 정말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로보틱스 계열이나 템플러 계열 혹은 스타게이트 계열 셋 중 하나에만 집중투자하는 모습이었지만 요즘은 한 경기에서 셔틀-리버도 잘 쓰고, 템플러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3가지 계열을 잘 섞어서 운영함을 볼 수 있었다. 또 아비터의 리콜이나 스테이시스처럼 고급 마법들도 종종 보이기도 하고 프로토스가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말 잘 활용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런 전략-전술적 역동성이 프로토스의 암흑기를 깨었으리라.


전략과 전술, 뭐 여기에서 뿐이랴. 고여있는 물은 썩게 마련이다. 솔직히 나는 오래전부터 스타리그를 잘 보지 않아왔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볼 수도 없었기도 했지만, 가끔 기숙사에서 집에 돌아와 스타리그를 봐도 예전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구단 형식으로 바뀌면서 너무 승리에만 집착하면서 강민과 같은 실험적인 선수들이 자주 나오지 않으니 예전같은 게임의 예측 불가능성이 많이 없어져이기도 했다.(그런 토양에서 김택용 선수같은 실험적인 선수가 나온게 참 대단하기도 하고, 그 선수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물론 예전과는 다른, 한층 더 화려해진 힘싸움과 세밀한 컨트롤을 보며 감탄은 했지만, 재미는 없었다. 사람들이 왜 임요환 선수나 강민 선수의 경기에 열광하고, 왜 예전 스타리그가 더 재미있었다고 할까? 바로 예측 불가능성일 것이다. 예전 선수들의 경기는 미숙하기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역전극도 참 많았다. 이재훈-이윤열의 50게이트 사건도 그렇고, 임요환-도진광의 패러독스 경기도 그렇고. 지금도 회자되는 그런 게임들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강민과 임요환으로 대표되는 둘의 럭비공처럼 톡톡 튀는 전략에, 그리고 그들이 빚어내는 예측 불가능성에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이다.


아무튼, 얘기가 길어졌네. 빠르면 올해 말이나 스타크래프트2가 나온다고 한다. 벌써부터 많은 유저들이 기대하고 있고, 블리자드도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인지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나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아무쪼록 스타2가 성공해서 e-스포츠계에 새로운 활력을 되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미 올때까지 온 만큼 이대로 e-스포츠가 흐지부지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어떤 사람들에겐 인생의 전부이고, 삶의 터전이 되었으니까. 그들을 위해 스타2가 고여있는 '물'을 한 번 갈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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