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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03/18
 

                                 현충일을 보내는 마음    
                                                                                         임 종 린(시인)

 

오늘은 제54회 현충일로 호국영령들의 침묵 앞에 고개 숙여야 하는
날이다.

나는 올해도 6월 6일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먼저 가신 호국영령들과 해병대전우들의 묘비 앞에서 그들의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명복을 빌었다.  


나는 푸른 유니폼을 입고 36년간 지내온 군인 이였기에 현충일만은
의미 있게 보내 왔다.
현역시절은 의무적으로 행사에 참가했지만 퇴역을 하고 난 후
지금도 똑같이 국립 현충원를 찾아 말없이 잠들고 있는 호국영령들과 전우들 앞에 살아서 남아 있다는 죄책감에 고개 숙인다.
올해는 재향군인회 부회장 자격으로 의무적으로 참가하니 이상한 감성이 뇌리를 스쳐간다..

 

건장했던 아들, 달콤했던 신혼의 꿈을 저버리고 떠나간 아들과 남편이 한줌의 재로 변신해 묻힌 기막힌 광경에 그 노모의 애간장 끊는 피맺힘도 감당할 길이 없으며 오열하는 소복한 아내와 그 곁에 철 안 난 어린이의 눈망울은 긴긴 시간 지울래야 지워지지 않는다.
이승과 저승을 갈라 놓은 꿈이 아닌 이 처절한 현실에 무슨 시적인 미사어구가 필요하겠는가.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랐던 어머니요, 아내요, 자식이기에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이들의 한 많은 넋을 위로하자는 약정된 날이 바로 현충일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날을 국정공휴일로 정해 놓고 최소한 일분 동안이라도 오전 10시 사이렌 소리에 맞추어 다같이 고개 숙이자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른 새벽부터 도로마다 어려운 경제사정도 잊은 채 행락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어른이나 젊은이 할 것 없이 즐거움에 가득 차 있으니 잔칫날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와 같은 보기 힘든 현충일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금년 현충일에도 조기를 단 가정을 서울시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일년에 한번 오는 현충일이라도 어린 자식들 손을 잡고 현충원을 찾아 애국심을 길러 주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자.
그나마 감사한 일은 재향군인회 여성회에서 현충일을 맞아 동작동을 찾아가서 묘비를 닦고 국화 송이를 꽂는 모습을 보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박수를 보낸다.

 

진혼곡이 구슬피 울려 퍼지는 동작동 현충원 중앙 충혼탑에 새겨진
귀한 글귀를 몇 번이고 읽어 내려간다.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중략

 

하얀 밤꽃 향기 풍기는 녹음 우거진 숲 속에서 뻐꾸기가 울어 된다.
한없이 푸른 6월의 하늘아래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메아리 되어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이 땅이 어떤 땅이며 어떻게 지켜왔는가? 저 한강물이 어떤 강물이며 여기까지 흘러 왔는가? 저 산야가 푸른 의미가 무엇인가? 빗발치듯 오가듯 백 천의 포탄 붉은 피 풀잎에 물들고 젊음 그곳에 멎을 때 거룩하게 눈 감은 조국의 아들 그대 이름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국군이어라.

 

 6.25 전쟁 시 우리를 도와서 같이 싸운 이웃 나라들의 현충일을 보내는 모습을 살펴보며 좋은 점은 받아 들이자.     

 

영국의 현충일은 매년 11월 11일이다. 이날이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 일이고 이날 오전 11시가 독일이 항복한 시간이며 이 시간이 되면 거리에서 들리던 음악 소리가 일시에 그치고 달리던 자동차와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며 거리마다 점멸등도 꺼진다. 국회의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의사당에 모여 고개 숙여 묵념한다. 현충일 두 달 전인 9월초부터 모든 국민들이 빨간 들꽃 파피를 가슴에 달고 다닌다. 바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였던 벨기에 전투 참호 주변에 많이 피어있던 꽃이다. 바로 이 꽃이 전몰장병들을 추모하는 상징물이 된 것이다.

 

미국의 현충일은 5월의 마지막 월요일로 지역마다 퇴역군인들이 벌이는 퍼레이드와 바자회에는 남녀노소가 몰려들어 마치 축제를 방불케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 앞 광장이나 전쟁기념탑을 찾아 그 지역 출신 전몰장병들의 이름을 찾아 보고 업적을 일일이 읽어보며 떠나간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린다.

 

이 두 나라 국민들이 마음 속으로 우러나서 기리는 현충일의 의미를 우리는 다같이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지금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는 전후 세대들이 전 국민의 75%에 달한다.
이들은 절대빈곤을 체험하지 못했고 전쟁의 참상도 잘 모른다.
기성세대들은 이 현충일만이라도 자식들과 손자손녀들 손잡고 국립 현충원을 찾아서 현충일의 의미와 조기를 왜 오늘 달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야 한다.
우리는 6월의 뙤약볕을 피하지 말고 호국영령들의 침묵 앞에 고개 숙여 명복을 빌어야 한다.
다시는 이 땅에 다시는 우리에게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있어서는 안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참된 애국심을 길러야 하고 정부는 튼튼한 국방력을 갖추도록 국정의 최우선정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 혼자 살 수 없어 서로 돕고 이해하며 섬기고 살아야 한다.
남 섬기는 마음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자세이며 밑 바탕에는 신뢰와 사랑이라는 신(神)이 인간에게 내려준 아름다운 선물이 담겨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사회는 질시와 반목으로 인한 적대감의 형성으로 상대방을 무조건 반대의식으로 몰아 붙여 증오심을 품게 만들고 사회계층간에 갈등을 가져와 국가관과 애국심마저 희미해지고 있어 우리를 슬프고 안타깝게 한다.
이 사회 질시와 반목으로 형성된 계층간의 갈등을 하루빨리 없애고 행복이 넘치는 기쁨 가져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이루고 국가의 부름에 먼저 응한 자들이 대우 받는 사회와 국가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만 목숨 바쳐 나라 지키겠다는 애국심이 솟아나지 않을까.

 

                                                 (limrokmc@hanmail.net" target="_blank">limrokmc@hanmail.net 200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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