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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하늘 (cjswlwk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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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02/02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일식

 

 

 

 

                                    윤의섭

 

 

 

 

 

서랍에는 미처 현상하지 못한 필름 한 통이 들어있다

무엇을 찍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가을 온통 노란 은행나무의 거리거나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한 첫사랑이거나

우연히 지나가다 찍힌 바람이든

다소곳이 들어앉은 산이든 바다든

지금쯤 모두 늙었거나 사라져 버린

 

그러니 가끔은 슬퍼해야 한다

이 필름 통속엔 불모지가 들어있다

현상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망각의 사막

돌이킬 수 없는

 

필름은 태아처럼 웅크린 채 잠들어 있다

영원하고 싶어 잠깐만이라도

나는 필름 통에다 대고 말을 건넨다

언젠가부터 나는 잘못 현상된 것이다

 

오전 열한 시 일식이 시작되었다

구름을 뚫고 나온 태양은 이미 달에게 뜯어 먹힌 채 빛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 자들의 經典 / 이은규

2010.02.05 00:19 | 시 100 선 | 새벽하늘

http://kr.blog.yahoo.com/cjswlwkdus/4586 주소복사

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 자들의  

 

                                           이은규 

  어느 날부터 그들은

  바람을 신으로 여기게 되었다

  바람은 형상을 거부하므로 우상이 아니다

  떠도는 피의 이름, 유목

  그 이름에는 바람을 찢고 날아야 하는

  새의 고단한 깃털 하나가 흩날리고 있을 것 같다

  유목민이 되지 못한 그는

  작은 침대를 초원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건기의 초원에 바람만이 자라고 있는 것처럼

  그의 생은 건기를 맞아 바람 맞는 일이

  혹은 바람을 동경하는 일이, 일이 될 참이었다

  피가 흐른다는 것은

  불구의 기억들이 몸 안의 길을 따라 떠돈다는 것

  이미 유목의 피는 멈출 수 없다는 끝을 가진다

  오늘밤도 베개를 베지 않고 잠이 든 그

  유목민들은 멀리서의 말발굽 소리를 듣기 위해

  잠을 잘 때도 땅에 귀를 댄 채로 잠이 든다지

  생각난 듯 바람의 목소리만 길게 울린다지

  말발굽 소리는 길 위에 잠시 머무는 집마저

  허물고 말겠다는 불편한 소식을 싣고 온다지

  그러나 침대위의 영혼에게 종종 닿는 소식이란

  불편이 끝내 불구의 기억이 되었다는

  몹쓸 예감의 확인일 때가 많았다

  밤, 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 자들의

  바람의 낮은 목소리만이 읊을 수 있다

  동경하는 것을 닮아갈 때

  피는 그 쪽으로 흐르고 그 쪽으로 떠돈다

  地을 잊는다, 한 점 바람


 

이은규 시인

1978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광주대 문예창작과 및 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과 2008년 동아일보 시부문에 '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 자들의 經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 권혁웅

2010.02.03 23:34 | 시 100 선 | 새벽하늘

http://kr.blog.yahoo.com/cjswlwkdus/4585 주소복사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들렸던가요
그 물결 무늬를 가슴에 새겨 두었던가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강물은 잠시 멈추어 제 몸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대 역시 그처럼 열리리라 생각한 걸까요
공연히 들떠서 그대 마음 쪽으로 철벅거렸지만
어째서 수심은 몸으로만 겪는걸까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이 삶의 대안이 그대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없는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던 나의 물수제비
그대에게 닿지 못하고 쉽게 가라앉았지요
그 위로 세월이 흘렀구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듯 우리는 흔들렸을 뿐입니다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 권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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