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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진출한 에이서, 국내 PC 시장 흔들까?

2009.08.21 07:35 | 칫솔질 | 칫솔

http://kr.blog.yahoo.com/chois4u/755 주소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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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에이서가 국내 복귀를 신고했습니다. 지난 2001년 한국에서 짐을 챙겨 나간지 무려 8년 만의 귀환이었죠. 그런데 한국 시장에 재진출한 에이서에 대한 관심이 8년 전 떠날 당시와 사뭇 다릅니다. 짐 챙겨 떠날 때만 해도 국내 시장에 뿌리 내리지도 못하고 조직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철수를 해야 했던 그저그런 외국계 PC 업체 중 하나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세계적 PC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재진출을 선언한 것이니 말입니다. 그만큼 지금 에이서라는 기업의 의미는 그 때와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의 에이서를 보면 그 대접이 달라진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 있던 지난 8년 동안 에이서는 세계 PC 업계의 내노라 하는 업체 중 하나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진 작년, 에이서의 성장 만큼은 두드러졌습니다. 금융 위기로 인해 탄력 받은 넷북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이 다름 아닌 에이서였기 때문이죠. 분명 넷북은 수많은 PC 업체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 기회를 살려 주도권을 쥔 업체가 바로 에이서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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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서의 귀환 소식을 들으려고 모인 수많은 기자들

에이서의 현재 상황을 볼까요? 넷북 시장에서 세계 1위이고, 노트북 부문에서는 세계 2위, 전체 PC 시장은 세계 3위입니다. 서유럽은 1위, 대만은 아수스와 함께 1~2위를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세계 PC시장에서 1위 HP와는 여전히 6~7%의 점유율 격차가 있지만, 2위 델과는 이제 거의 격차가 없는 3위까지 올라왔습니다. 분기마다 제품 출하량이 -를 기록하는 델과 달리 에이서는 출시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어 3분기가 지나면 세계 PC시장 순위는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에이서의 시장 잠식 속도에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처럼 자랑처럼 드러낼만한 실적을 쌓은 에이서가 국내 복귀를 선언한 만큼 이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질 좋고 값싼 제품들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죠. 이는 지금 국내 PC 시장의 왜곡된 가격 구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500달러 미만에 판매되는 넷북이 70~80만 원에 판매되고 90만 원 미만에서 가격이 결정되어야 할 울트라씬은 150만 원 선에서 팔리고 있으니 제대로 된 제품을 소비자가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물론 세금과 통관 비용, 환율까지 고려되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단지 외국에서 제조, 수입해야 하는 이유만으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게 현재 국내 PC 업체의 가장 큰 고질병인 상황입니다. 이 구조를 흔들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국내 소비자들은 비싼 제품을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외국계 PC 업체들이 이러한 구조를 흔들지 못한 것은 그들의 기업 운영 형태가 한국적으로 변해 있거나, 외국에서 통하는 브랜드와 제품력만 믿고 오만한 가격 정책을 펼치거나, 이제서야 소비자를 상대로 마케팅을 시작한 탓이 큽니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의 얍삽한 방어는 둘 째 치고, 국내 기업이 갖지 못하는 장점을 발휘할 경쟁력 있는 외국계 PC 업체가 없으니 이러한 구조를 흔들지 못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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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용 에이서 타임라인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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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가격의 T1810 울트라씬 노트북

결국 그 아성을 흔들 열쇠는 제품입니다. 소비자가 조건에 굴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냐가 중요하죠. 에이서의 성장 동력도 따지고 보면 가격 대비 질좋은 제품이었습니다. 그 장점을 국내에서 살릴 수 있을 거이냐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에이서가 국내에 출시할 제품들이 이러한 면을 많이 고려했다고 해도 소비자가 얼마나 그 차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지는 솔직히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에이서는 7가지의 PC와 노트북, 넷북을 9월에 동시에 선보입니다. 이 중 눈여겨 볼 제품은 1366x768 해상도를 지닌 11.1인치에 아톰 Z520을 넣은 11.1인치 넷북인 아스파이어 원 751h와 CULV 프로세서를 넣은 11.1인치 타임라인 T1810 울트라씬 노트북입니다. 정말 비슷하게 생긴 두 제품의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예상가격은 넷북 60만 원대, 울트라씬 80만 원대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예상가를 접한 블로거들은 넷북에 대해선 왜곡된 시장가격을 바로 잡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 많고 울트라씬은 기대를 걸만하다는 쪽이 주를 이뤘습니다. 아직 첫 테이프를 끊기 전이라 속단하긴 어렵지만, 지금 당장 확실한 충격파를 쏘진 못한 느낌이 강합니다.

더구나 에이서가 세계적 기업이라고 해도 한국을 떠나 있는 지난 8년 동안 인지도를 '몽땅' 까먹어 버렸습니다. 한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HP나 델은 그나마 알아보는 소비자가 있지만, 에이서는 마니아를 제외하고 거의 알아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최대의 걸림돌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인지도는 제품력 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나 제품 관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갖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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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 관리를 맡은 밥 센 에이서 동북아 디렉터와 이희원 한국 매니저


에이서가 한국에 재진출을 선언했음에도 한국에 지사를 세운 게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적극적인 마케팅할 것이며, 이러한 의구심을 빠르게 해소할 것이냐에 대한 걱정도 앞섭니다. 물론 지사가 없을 뿐 관련 시스템은 모두 정비되었습니다. 에이서 제품들의 한국 내 총판은 애플 총판을 맡고 있는 두고테크가, AS는 고진샤의 AS를 맡은 일본계 업체에서 책임집니다. 지방 구매자들의 AS 제품 배송은 전문 택배 서비스인 일영 택배에 맡겼습니다. 지사를 세우고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외주로 돌린 셈입니다. 이 시스템이 어긋나지 않고 잘 정착시키는 것도 지사 없이 한국내 판매를 시도하는 에이서가 풀어야 할 과제지만, 제대로 풀지 못하면 "그럼 그렇지~"라며 지사 없는 업체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적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 불안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서의 재진출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제품 선택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지금보다는 좀더 싸고 괜찮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이니까요. 당장 에이서를 사라고 말하는 소비자는 없겠지만, 싸고 질 좋은 에이서를 쓰는 소비자가 하나씩 늘어나면 그러한 목소리도 커질 겁니다. 그 목소리가 커지면 에이서가 한국 PC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도 점점 커질 테고, 머지 않은 장래에 국내 PC 시장을 흔들어 놓는 충격파로 나타나겠죠. 아직 다른 외국계 업체가 쏘지 못한 충격파를 쏘기만 한다면 에이서에 대한 평가는 분명 다시 하게 될 겁니다. 에이서가 이뤄 낼까요? 그 답을 보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덧붙임 #

에이서는 패커드 벨, 게이트웨이, 이머신즈라는 3개 계열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의 제품도 머지 않아 국내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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