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하면 기억나는 기업이 있는가'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둘 중 하나를 말할 겁니다. 캐논 아니면 니콘이지요.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DSLR 마니아가 있다면 소니나 올림푸스, 펜탁스, 후지필름에다 요즘은 삼성도 목록에 올릴 테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캐논과 니콘을 DSLR의 코드로 기억할 것입니다. 이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는 이 두 기업에 DSLR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규모는 무려 85%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시장 점유율도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나눠 먹기를 하고 있고, 그만큼 소비자의 눈에 많이 들기에 캐논 아니면 니콘이라는 답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입니다. 좋게 말하면 우리나라 DSLR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약간 비꼬아 말하면 사이 좋게 나눠먹고 있는-그러면서도 좀더 빼앗아 먹으려고 안달나 있는- 그 두 기업 가운데 캐논 코리아를 지난 5월14일(태터앤미디어와 헤럴드 경제 주최 블로그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아, 개인적으로 니콘 DSLR(D2X)을 쓰다보니 친 캐논 성향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반 캐논 성향도 아니고요. 그저 캐논 코리아가 됐든 니콘 코리아가 됐든 사진이라는 하나의 키워드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궁금해 찾아 갔는데, 돌아와 노트를 정리해보니 비즈니스에 관한 좀 무겁지만 싱거운 이야기들만 오간 자리였나 봅니다. 물론 죄다 의미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록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고 앞으로 나올 모델에 대한 질문만 했다하면 캐논 코리아측 참석자들이 입에 지퍼를 채우는 바람에 신나게 글을 쓸 재료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꼽씹어 볼 몇몇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세 가지만 뽑아 보겠습니다. 1. 이미지 프로세서는 오랜 경험의 산물 보통 DSLR이든 디카든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담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기술만은 아닙니다. 그 기술을 다루는 정교한 손길이 더 중요하다고 말을 합니다. 캐논이나 니콘이 같은 카메라 업계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르게 비쳐지는 것은 사진에 대한 서로 다른 취향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흔히들 캐논은 밋밋하면서 부드럽고 화사한 사진을, 니콘은 날선 듯 하면서 또렷한 사진을 찍는다고 등 업체별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카메라 업체가 보는 사진에 대한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이미지 센서를 쓰더라도 이미지 프로세싱에 따라 그 차이가 벌어지는데, 이미지 프로세서에 제조사의 오랜 경험이 압축되어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허나 이미지 프로세서에 기업이 추구해 온 오랜 경험을 녹이는 데는 기계적인 도움보다는 사람의 손길이 더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붕어빵 만들듯 D램이나 LCD처럼 규격화 된 부품을 찍어낸다고 좋은 카메라를 만드는 비결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오랜 동안 캐논의 특징을 알고 있는 장인이 미세한 손감각을 이용해 정밀하게 조율했기에 캐논이 수많은 디지털 사진 애호가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장인의 의욕으로 되는 일도 아니라 정성으로 되는 일이겠지요. 그 장인의 손길로 정성을 담아 만든 이미지 프로세서는 마치 종가집 시어머님이 담근 아주 오래된 장맛과 같은 게 아닐까 합니다. 2. 사진 인화 비즈니스도 좀더 신경 쓸 것이다 캐논 코리아는 두 개의 비즈니스 파트가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이미지 관련 비즈니스를 맡은 캐논 컨슈머 이미징(CI)과 프린트나 복사 같은 사무 업무 위주의 프린팅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캐논 비즈니스 솔루션(BS)입니다. 이 둘을 먼저 설명한 것은 이날 캐논 코리아에 찾아간 이유가 디지털 카메라의 아날로그화, 즉 사진 인화 때문이었는데 일부 비즈니스 영역이 겹치면서도 서로 융화가 잘 되지 않는 점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캐논 CI의 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캐논 BS가 파는 잉크젯 프린터로 뽑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는 게 이상했던 것이지요.
때문에 이미지와 관련된 부분, 사진 인화에서는 캐논 CI가 주도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져 봤는데요. 물론 이에 대한 대답은 예상대로 실망(?)스러웠습니다. "큰 무리 없이 사업하고 있다"는 좀 뻔한 답이 돌아왔거든요. 어찌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딜가나 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CI 측이나 BS 측이나 서로의 사업 영역에 대한 경계선을 확실하게 지키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프린터로 뽑는 이가 드문 것이 엄연한 현실이지만, 자고로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는 기업 치고는 사진을 찍는 이유를 너무 쉽게 일반화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앞으로 사진 인화쪽도 강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전에는 포토 프린팅 시장 규모가 작아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앞으로는 지금보다는 좀더 노력해 보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 전에 사진 인화에 대한 체계적이고 도움이 되는 교육부터 해야 하겠지요. 일단 기대해 보겠습니다. 3. 광고 모델 좀 추천해 주세요 캐논 코리아는 시장적 경쟁자로 니콘을, 잠재적 경쟁자로 소니를 꼽았습니다. 니콘은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의 포트폴리오 등에서 확실한 경쟁 상대인 반면 소니는 미놀타와 융합해 빠르게 기술과 제품 성능을 끌어 올리면서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갈 힘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했습니다. 물론 캐논은 이 두 기업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자신있다는 투로 말을 합니다. 사진에 대해서는 더욱 확고한 철학이 있고 이를 이용자들이 믿어준 덕분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요즘 광고를 통한 대중적 이미지만 놓고 보면 이 두 기업이 캐논을 조금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니콘은 가수 비를, 소니는 탤런스 소지섭 씨를 모델로 내세웠기 때문이지요. 소비자의 인식에 더 가까운 모델의 힘을 무시하기도 힘든 것은 물론이고 처음 샀던 DSLR에서 같은 업체의 상위 기종으로 기변한 확률을 고려한다면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과거 몇몇 감독들을 모델로 쓴 적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모델을 내세운 적이 없는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캐논 디카의 모델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다면 누가 잘 어울릴까요? ^^; 댓글로 알려주세요. 다만 지나치게 성적 노출이 강하거나 자극적인 모델은 안된답니다.
덧붙임 # 1. 올해 세계 DSLR 판매 규모가 1천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2. DSLR 바디 하나 당 렌즈 보유 비율은 1:1.5 정도로 우리나라가 좀 낮다더군요. 3.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초점 거리의 단렌즈 군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캐논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4. 이날 유일하게 알려 준 출시예정제품은 도시락 가방처럼 생긴 신형 셀피 포토 프린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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