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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어머니 울음 소리에 올라 잠이 깼다. 졸린 눈을 비비고 침대로 가서 어머니를 들여다 봤다.
"엄마, 왜 울어요?" "나 어떡해!" "뭐가요?" "나 올해도 안 죽나 봐. 느들 힘들어서 어쩌면 좋아, 이게 뭐야!"
나는 어머니를 가슴에 끌어 안았다. "괜찮아요, 엄마!" "우리들 모두 엄마가 계셔서 너무 좋아요!"
어머니가 도리질을 치셨다. "엄마, 우리 모두 엄마 사랑해요."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자꾸 우셔서 마당에서 녹익은 감을 따다가 숟갈로 떠서 먹여 드렸다. 감을 드시느라고 울음을 멈추셨다.
느닷없이, 엄마가 "아버지도 갖다 드려라." "엄마, 아버진 돌아 가셨잖아요." 잠시 가만 계시더니.. "돌아가시긴 뭐가 돌아가셔! 그 인간이 혼자서 얄밉게 빨리 죽었지!" 그렇게 빨리 가는 인간이 어딨어?"
아버지께 욕을 하셨지만 아버지가 그리우신가 보다.
아버지 돌아 가신 후, 어머니는 일기장에 이렇게 쓰셨었다.
창밖에 내리는 눈은 그대 안부 혼자 누운 들창 밑에 건강하냐 잘 지내냐 묻는 그대 소식.

감을 한 개 다 드시더니 잠시 후, 약기운 때문인지 다시 잠이 드셨다. 신발을 찾아 신으려고 신발장을 여니 어머니 단화가 보얗게 먼지를 쓰고 있다. 먼지를 닦아 제자리에 넣다가 다시는 신으실 일이 없다는 생각에 목이 멨다.
문을 열고 뜰로 나서니 간밤에 내린 비에 마당 가득 감나무 잎이 떨어졌다. 빗자루로 쓸려다가 그만뒀다. 아까워서....
지난해 봄, 저 감나무 아래서 육남매가 모두 모여간장을 달이고, 고기를 구워 먹었었다. 여동생 농담에 모두 웃고 어머니도 웃으셨다. 웃음 소리는 쟁쟁하게 들리는 듯한데 사방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집 없는 길고양이가 발 앞에서 얼씬거린다.

깜짝 깜짝 놀랄만큼 세월은 쏜살같이 내빼는데..... 변화나 죽음 앞에 순응하지 못하고 왜 이리 당황하는지.. 주름진 눈가에 어린 물기를 검버섯 낀 손등으로 닦는다.

아버지가 만드셨던 저 투박한 나무 의자. 아직도 온기가 남았을 듯 싶다.

이틀 동안의 어머니 간병을 마치고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엄마, 금요일날 또 올게요!" "그래, 내 주머니에 돈 꺼내서 석교 아범 뭣 좀 사다 줘라."
정신이 맑았다 흐렸다 하시는 어머니. 어머니는 지금도 가끔씩 기억이 내가 어렵던 시절로 돌아 가신다. "날씨가 추워 지는데 집은 구했냐?" "몇끼나 굶고 다닌 거야?" 어머니께선 어찌하여 내 삶이 버겁던 시절만 기억하시는지... 평생 어머니 가슴에 난 대못이었다.
지나 온 길을 되돌아 보니 구절양장이 따로 없다. 삶의 구비마다 눈물 자국이다. 그런 딸 지켜보며 흘리신 눈물이 얼마일지..
이불 깃을 여며 드리고 친정 집을 나서려니 가슴이 시리다. 지친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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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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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내리는 눈은 그대 안부
혼자 누운 들창 밑에
건강하냐 잘 지내냐 묻는 그대 소식.
이 시가 너무 좋아 옮겨왔씁니다.
창밖의 바람은 그대 옷자락
혼자 걷는 자갈길에
힘내라 용기주는 그대의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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