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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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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도종환 글 / 김경자 (함초롬)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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