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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치의 향기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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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에 위치한 S 목장 이야기
[원본 : http://kr.blog.yahoo.com/cjw3803/1210561 ]
2009/08/15 02:04

상당히 큰 규모의 축산 농장이 있다.
상당히 많은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으로 인지도도 꽤 있었다.
그런데, 우유산업에 불황이 왔다. 전세계적으로 목장들이 폐업하기 시작했다. 이 목장도 결국 부도를 맞이했고, 목장을 경영하던 사람들은 모두 퇴출되고, 축산업협동조합의 관리를 받게되었다.

축산업협동조합(이하 축협)은 고민에 빠졌다.

조합원들이 마련해둔 자금(공적자금=세금)을 투입한다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지만, 조합원들의 반발이 예상되었고, 똑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가능성마저 높았다.(이미 한차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목장이다
하지만 목장을 살리지 못하면 목장의 젖소들은 모두 거리로 내앉을 것이고, 목장과 관련된 우유가공업체(협력업체)들도 모두 타격을 받을 위기였다.
결국 조합원들의 반발도 무마하고,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요량으로 자구노력을 젖소들에게 요구했다.

사실 목장의 경영상태는 엉망이었다. 일정기준이상의 우유가 생산되기는 했지만, 생산되는 우유에 비해 젖소의 수가 너무 많아 유휴젖소가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강력한 젖소들의 반발로 유휴젖소들을 정리할 수 없었고, 이는 그대로 목장의 손실이 되고 있었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때문에 이미 한번 조합자금이 투입되었던 이 목장은 그 후에도 자구노력을 게을리한 면이 없지 않다.

결국 젖소들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젖소 1,000여마리를 목장에서 내보내기로 했고, 4,500여마리는 목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었다. 남기로 결정된 4,500여마리의 젖소들은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지만, 정리가 결정된 젖소들은 반발했다. 목장을 점거했고, '같이 살자'라고 외쳤다.

축협은 자구노력이 없이는 조합자금투입이 불가능하다고 버텼다. 유휴젖소를 정리하지 않으면 조합자금을 투입하더라도 몇년전 처럼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날 거라고도 설득했다. 이미 한차례 조합자금을 수혈받아 목숨을 연명했었지만, 젖소들은 그 때 기억을 지워버렸다.

젖소들과 축협은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막으려는 축협과 가족들의 생활을 보장받으려는 젖소들의 대치는 계속되었다.

이렇게 대치되는 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4,500여마리의 젖소들은 목장이 망해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고, 우유가공업체 소속 젖소 20,000여마리도 차츰 망해갔고, 이미 폐업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1,000마리의 젖소때문에 24,500마리의 생명이 경각에 달한 것이다.

그냥 망해가는 걸 지켜볼 수 없었던 우유가공업체는 1,000마리의 젖소를 모두 자기들이 데려가겠다고 제안했다. 정리당하지 않고 가족들의 생활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1,000마리들은 거절했다.

넓은 농장(복지)에서 많은 풀(연봉)을 뜯을 수 있는  목장을 나가서 우유가공업체의 좁은 공장(복지)안에서 적은 사료(연봉)만을 먹어야 하는 생활이 싫었던 것이다.

그냥 망해갈 수 없었던 1,000마리 젖소들도 제안을 했다. 1년동안 여물을 먹지 않겠으니 목장 안에만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목장안에 있으므로 해서 우유생산환경이 나빠지는 건 생각지 않은 것이었다. 여유롭게 운동(기술개발)도 하고 바람(여유자금)도 쐬어줘야 목장이 살아날 수 있을텐데,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목장은 좁고(유휴인력) 냄새나는(나쁜 이미지) 곳이 될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여유롭게 운동하고 있는 젖소의 우유를 먹겠는가? 아니면 좁은 곳에서 냄새나는 젖소의 우유를 먹겠는가?
안팔리는 우유를 생산해서 과연 그 목장이 살아남겠는가?

미국의 거대한 목장도 정리중이다. 천마리 단위가 아니라 3~4만마리가 퇴출중이다. 이렇게 자구노력을 하니까 미국 축협도 여기에 조합자금을 투입할 생각인것 같다.
일본의 목장도 정리중이다. 역시 3~4만마리가 퇴출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의 목장 정리과정을 보면 참 재밌다. 축협에서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젖소들의 모임(노조)에서 스스로 정리과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에 위치한 S 목장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2009년 8월, 77일만에 겨우 축협과 젖소들간의 대치가 끝난 바로 그 목장이다.
어떤 목장인지 신문을 읽고 뉴스만 봐도 알 수 있으리라.


글 : 크리치
주의 : 전적으로 개인의 생각을 적는 공간입니다. 이것에 이의가 있으신 분은 그냥 X 밟았다고 생각하시고 나가주시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신 분은 그냥 가슴에 묻어두시기 바랍니다. 전 평화주의자입니다. 제 글로 어떠한 분란이나 소란이 발생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