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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korea.internet.com에 실린 글을 저자의 양해를 받고 게재한 것입니다.
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AI에는 영원히 단 한 사람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합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양자로 입양된 이 로봇은, 이후 병으로 죽은 줄 알았던 친아들이 살아나고, 결국 버려지게 되죠. 이후 피노키오 동화처럼 진짜 사람이 되어 양어머니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인공지능 로봇의 파란만장한 모험이 시작됩니다. 
[영화 AI의 한 장면: 어머니가 AI 로봇에게 '초기화' 명령을 내리고 있음. 이후 로봇은 영겁의 세월 동안 어머니를 사랑해야 하는 운명에 처함.]
이 동화 같은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너무도 완벽하게 구현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입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기본적인 개념은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 부딪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데 있습니다. 그럼 영화에서 드러난 AI 로봇의 알고리즘 작동과정을 간단히 정리해 봅시다. - AI 로봇의 목적: '어머니를 영원히 사랑하는 것' (그러나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고 목적달성에 난관을 겪음) - 로봇이 포착한 문제점: '자신이 진짜 인간이 아님' - 로봇이 발견한 문제의 해결책: '피노키오 동화 속에 등장하는 요정을 찾아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함'
이 로봇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어찌나 '완벽히' 짜여져 있었던지 이 로봇은 자폭 스위치를 누르는 대신(물론 영화 속의 로봇엔 자폭 기능이 없었습니다만), 자신의 존재론적 문제까지 탐구한 끝에 우스울 정도로 비과학적/비현실적인 해결책에 도달하고 만 것입니다. (자칫 코미디로 흐를 수 있었던 영화의 후반부는 그러나 수 천년 후의 외계인까지 등장시키며 꽤나 애틋하게 마무리됩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인공지능의 오기와 집념, 갈등 구조는 인간의 변덕과 인공지능의 오기와 집념이라 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갈등구조에는 인간의 두뇌와 인공지능의 중요한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한 가지 목적을 두고서도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논리 과정을 거칩니다. 경우에 따라선 처음 정해진 목적을 포기하고 다른 목적을 선택할 만큼 인간의 두뇌는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즉, 두뇌에는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이 없다는 거죠. 반면, 영화에 등장하는 AI는 존재 이유 자체가 알고리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리 정해준 목적에 맞도록 움직이는 것이 AI의 유일한 존재 이유인 거죠. 인간도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인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생물학, 심리학에서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개체는 매번 같은 선택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경험과 학습의 동물입니다.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과 학습에 의해 인간은 자신의 본래 성향과 다른 선택을 내리기도 합니다. 뒤에 다시 설명되겠지만,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한 가장 중요한 근거는 인공지능 역시 축적된 정보에 근거해 보다 '발전된' 행동 패턴을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학습'을 할 수만 있다면 로봇 역시 결국엔 인간과 비슷한 행동양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죠. 만일 영화에 등장하는 AI에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학습능력'을 프로그래밍 해 주었다면, 이 AI는 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학습능력을 가진 인공지능
MIT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개발된(현재는 개발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키즈멧(Kismet)은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으로 불립니다. 키즈멧은 시각과 청각 두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의 정보를 받아들여 마치 사람처럼 반응을 하는, 쉽게 말해 인간의 감정을 배우는 '사회적 로봇'입니다. [키즈멧: 키즈멧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러운 감정변화를 보여줌.] 키즈멧은 사람의 귀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폰과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를 통해 주변 정보를 인식합니다. 리눅스 기반의 '인식' 소프트웨어와 NT 기반의 '표현'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키즈멧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부터 사람들과의 의사/감정소통에 필요한 정보를 익혀 나간 학습 로봇입니다. 키즈멧 개발의 핵심은 역시 소프트웨어입니다. 키즈멧에는 처음부터 보고 듣고 표현하는 하드웨어적인 기능이 대부분 갖춰져 있었습니다. 여기에 개발자는 키즈멧이 어떤 정보에 어떻게 반응해야 더 자연스러운지 연구해 아주 조금씩 소프트웨어 코드를 변경하고 덧붙여 나갔습니다. 가령, 키즈멧 앞에서 방울이 달린 인형을 흔들어 주면 이 로봇이 기쁜 표정을 짓도록 합니다. 반대로 무서운 표정을 짓거나 위협적인 동작을 취하면 키즈멧이 두려운 표정을 짓도록 하는 식이죠. 개발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키즈멧이 보인 반응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해주는 일종의 '보상 시스템'까지 구축했습니다. 예를 들어 키즈멧이 슬픈/두려운 표정을 지을 때는 위로를 해 줌으로써 로봇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상대방에 반응까지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완전한 양방향 감정소통 체계를 갖춘 키즈멧은 상당히 정교한 수준의 감정 표현을 구사하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가령, 키즈멧 앞에서 누군가 같은 동작을 반복할 경우 지겹다는 표정을 짓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을 경우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음으로써 상대방이 그 행동을 그만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개발 초기 눈과 입을 닫았다 여는 수준에 그쳤던 키즈멧은 현재 마치 어린아이처럼 옹알거리기도 하고 소리가 나는 쪽이나 새로운 물건이 있는 쪽을 쳐다보기도 하는 등 상당히 발전된 인공지능의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키즈멧의 모습은 외신 보도를 통해 그간 국내에도 여러 번 알려진 바 있습니다.)
키즈멧의 개발자인 신시아 브레질(Synthia Breazeal)은 키즈멧이 이런 식으로 감정소통에 관한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사랑과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인간 고유의 감정마저도 결국엔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에 의해 인공적인 습득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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