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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을 위한 선언
1. 노무현이라는 아이러니?
항간에 그런 이야기가 돕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레임덕 없이 임기를 마칠 대통령이다”라고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민심도 등졌고 지방선거의 결과도 저렇게 참담한데 말입니다. 하지만 근거 있는 이야기입니다. 2006년에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사건 가운데 향후 10년, 20년을 결정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저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한미 FTA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사안은 경제, 안보,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사건입니다. 사학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도 그리고 조선.중앙일보도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선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어가며 두 가지 일을 추진해 나가는 한, 팔짱 끼고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지 재 뿌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정작 이 사안을 두고서 동요하는 이들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다수 서민입니다.
정말이지 노무현은 아이러니한 인물입니다. 반갑다는 의사표현인지 알 수 없으나 야당의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행태를 보고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뭉스러움은 확실히 정치적 지형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 노무현 대통령은 “친미적인 자주”라는 형용모순을 내뱉었습니다. 평택 사안을 겨냥해서 말입니다. 지난번 국정 연설에서는 “한미FTA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황당한 발언을 했습니다. 정말이지 그는 그것을 가능하다고 여기는 걸까요?
한 때는 이러한 의뭉스러움에 어떤 기대도 가져봤습니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약한 정권이기에 비틀어 표현하는 것뿐이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뚜렷합니다. 서민의 삶을 생각하고 한반도의 안전을 생각한다는 것은 다만 그의 ‘수사’일 따름입니다. 보십시요! 그의 정책은 그야말로 일관적이지 않습니까? 저는 더 이상 노무현 정권에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의 삶을 더 망가뜨리지만 말고, 책임질 수 없는 일 하지 말고, 빨리 임기 마치기를 바랄 뿐입니다.
2. 역사와 반복
노무현 정권에 기대를 가졌던 시기가 있습니다. 저는 4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 현장에 앉아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수구세력들의 폭거에 맞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인 현장에서 ‘우리에게는 힘이 있구나, 우리가 역사를 써나가는구나’ 그렇게 느꼈습니다. 생각해보면 4년 전의 상황은 기묘한 형태로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월드컵에 앞서 미선이와 효순이가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압사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 월드컵 4강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섰으며, 그 열정이 이어져 광화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을 애도했고, 이어 노무현을 탄핵으로부터 지켜냈습니다. 4년이 지난 올해 월드컵에 앞서 대추리에서 주민들은 미군기지 확장 이전이라는 명목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습니다. 한미FTA는 그 내용을 대중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월드컵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4년 전을 잊지 못하는 것은 다만 4강에 올랐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거리에 나와 자신을 표현했고, 또한 우리의 힘으로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를 지켜냈습니다. 따라서 아직 4년 전의 사건은 충분히 반복되지 않았습니다. 되돌아와야 할 것은 4강 신화가 아닙니다. 우리가 거리로 나섰던 열정이며, 거리에서 이 땅의 주인됨을 확인했던 자신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동일하게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 때 노무현을 탄핵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리로 나가 노무현을 끌어내리고 싶습니다. 점점 삶의 위기로 내모는 노무현 정권에게 “이제 더 이상은 싫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4년 전에는 노무현에게 기대를 했고 저 역시 그와 같은 꿈을 갖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나의 미래를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라며 거리로 나가고자 합니다.
3. 한미 FTA 반대싸움에서 바라는 것
저는 한미 FTA를 반대합니다.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늘 경쟁해야 하며, 경쟁해보았자 결국 힘센자가 이기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더구나 제 미래가 몇몇 관료들의 손에 맡겨지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무능한 대통령과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관료들을 보면서 많이 불쾌하고 분노스럽습니다. 저는 제 삶의 권리를 되찾기 소리를 지를 것입니다. 말을 무기로 삼아 싸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먹으면서 한 가지 기대가 생겼습니다. 한미 FTA를 막아내는 일이 단지 반사적인 몸짓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이들에게 그리고 저에게 삶의 감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 생겼습니다. 저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싸움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기대합니다.
첫째, 사회적 연대감이 회복되길 바랍니다.
한미FTA는 삶 전체를 짓누를 것입니다. 경제 영역만이 아니라 문화, 환경의 영역도 GDP로는 환산할 수 없는 삶의 가치도 한미 FTA는 집어삼킬 것입니다. 한미FTA가 삶의 모든 구석구석을 바꾼다는 생각을 하자 저는 한편으로 내가 참 여러 사람들과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농업문제를 생각하며 전라도에 살고 계실 어느 나이 지긋한 농부가 떠올랐습니다. 농촌은 이미 마을공동체가 깨져 나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이미 엄청난 부채를 끌어 앉고 있습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200만 이상의 유랑민이 생깁니다. 한국전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그 농부는 어떻게 될까요. 또한 정리해고 당하고 일용직이라도 구하고 계실 어느 50대 가장이 생각났습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고용의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비정규직이 훨씬 늘어납니다. 최근에 50대의 성형수술이 늘었다지요. 한미FTA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불안정한 상품일 뿐입니다. 천막에서 농성을 하고 있을 영화인도 생각이 났습니다. 왕의 남자 이후 극장에 가보면 한국영화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스크린쿼터는 반동강이 났습니다. 왕의 남자가 이미 한국영화 상영일수를 거의 채웠습니다. 우리 것을 지킬 최소한의 장치가 해체된 이후, 우리는 어떤 문화를 영위하게 될까요. 한미 FTA라는 문제 앞에서 모든 이들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미 FTA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러 존재들을, 존재들의 존재감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둘째, 우리의 민주적인 역량이 고양되는 계기이길 바랍니다.
한미 FTA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으며, 체결된다면 한국인이 꾸려온 최소한의 제도적 민주성마저도 무시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기업이 자신의 이윤추구를 위해서는 한국정부를 제소할 수 있게 된다지요. 하지만 그 절차나 제도적 장치들보다 저에게 더 중요한 것은 민주적 주체성입니다. 우리의 삶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몇몇 관료들이 다수 대중의 삶을 결정해 버렸습니다. 서울에서 혹은 워싱턴에서 우리 농촌의 삶을 결정해 버렸습니다. 저는 한미 FTA를 막는 일은 이러한 삶의 결정방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한미 FTA만이 아니라 평택 사태 그리고 새만금과 천성산의 판결을 보면서 몹시 우울했습니다. 위에서 일방적인 결정이 내려지면, 사람들은 그것에 저항하기보다는 각자 수지타산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사회적 연대감이 무너지고는 대추리 주민, 지율스님과 같은 저항하는 약자에게 집중포화를 가합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그 만큼 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애착을 갖습니다.
아마도 한미FTA를 우리가 반대하면 정부는 이렇게 나올 것입니다.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다, 지금 포기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적 신용도 하락할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다른 사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만금, 이왕 공사한 것인데 지금 중지하면 엄청난 국세를 낭비하게 된다. 평택기지 이전, 이왕 미국과 합의를 본 것인데 왜 대추리 주민은 진행을 막는 것이냐. 이건 협박입니다. 새만금 공사로 인한 환경파괴, 평택기지 이전으로 인한 전쟁의 위기, 모두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한 번도 우리 의사를 묻지 않고, 방해하면 안 된다는 협박입니다. 더구나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를 걸고 진행되는 노름입니다. 왜 우리가 우리의 삶에 주인일 수 없습니까. 적어도 최소한의 저항마저 할 수 없단 말입니까. 저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싸움이 우리의 민주적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이길 바랍니다.
셋째, 비현실적인 현실론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한국에는 ‘비현실적인’ 현실론자가 많습니다. ‘미국’과 ‘개방’이라면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그 중증환자가 노무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와 관련해 끊임없이 ‘세계화’와 ‘흥선대원군’을 거들먹거리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필연적인 대세이며 흥선대원군처런 쇄국정책을 펴서는 나라가 망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흥선대원군에 대한 적개심으로 해쳐나갈 만큼 만만하지 않습니다. FTA는 자유무역협정입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보후무역을 취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기괴한 관세정책인 슈퍼301조를 포함해 미국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FTA를 체결하면서 포기한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경제적 세계화는 FTA의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WTO가 다자간 협상이기에 자신의 이익을 관철할 수 없게 되자, ‘일 대 일’로 맞붙는 FTA를 선택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힘의 우위가 두드러집니다. 더구나 한미FTA는 한-칠레FTA와 달리 ‘포괄적인’ FTA입니다. 즉 예외 사항을 두지 않는 FTA, 가장 끔찍한 FTA인 것입니다. ‘개방’이라면, ‘미국’과 함께 라면 뭐든지 받겠다는 멍청한 인간들은 그냥 미국으로 이민가길 바랍니다. 미국에서 살지 않을 저는 한미FTA를 막아내서 이 곳을 살 겁니다.
4. 7월 10일
7월 10일입니다. 한미FTA 2차 협상이 7월 10일에 서울에서 있습니다. 2차 협상에 이르면 상당한 수준의 합의에 이를 것입니다. 우리는 물론 그 합의사항을 알 수 없습니다. 협상결과는 3년간 비밀에 부쳐지니까요. 그리고는 9월에 노무현과 부시의 정상회담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미FTA와 관련된 많은 쟁점들이 일괄타결될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이들의 미래가 걸려있는데도, 결정은 위로부터 아주 쉽게 날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국회에서의 비준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미FTA에 얼마나 반대하고 나설까요. 한나라당은 수수방관하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겁니다.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협상단이 서울에 오는 2차협상 시기에 행동해야 합니다.
저는 7월 10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약한 힘이나마 저는 제 의지를 표현할 것입니다. 촛불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그것도 안 된다면 협상단이 못지나가게 차 앞에 드러누을 것입니다. 저에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그 때 왜 더 싸우지 못했지라며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이것은 선동의 글입니다.
그 자리에 저와 함께 잊지 않으시겠습니까. 7월 10일에 함께 싸우시지 않겠습니까.
p.s 저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친구들과 에프키라라는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한미FTA에 관한 많은 글들을 쓰고 모아놓았습니다. ftakiller.ba.ro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