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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사기꾼 하인리히 창클 지음 도복선 옮김 시아출판사
p7 머리말 배비지가 가장 심각한 사기 형식으로 꼽은 것은 바로 '위조(forging)'였다. 그가 이 말로 가리킨 것은 실험이나 관찰의 결과들을 임의로 만들거나 아니면 완전히 바꿔치기하는 일이었다. 보통 그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어나는 그들만의 목표가 있는데, 바로 연구에서 꼭 필요한 근거자료를 만들지 않은 채 단지 자신들의 성공을 서둘러 세상에 알리려는 것이다. 배비지는 학문에서 이런 종류의 사기는 그래도 드문 축에 드는 걸로 보았는데, 그판단은 오늘날의 과학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테면 알사브티박사의 믿기지 않을 정도의 뻔뻔한 일련의 위조 사건들이나 보리슨박사와 다이아몬드박사의 범죄 성격마저 띠는, 간계같이 크게 문제가 되는 완전한 사기극들도 더러 있다. '위조'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만연되었던 것은 배비지가 '요리하기(cooking)'라고 표현한 절차이다. 그 뜻을 풀자면, (가설에) 들어 맞지 않는 값들을 아예 빼버려서 실험이나 계산의 결과들을 '맛있게 꾸며' 조작한다는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직한 학자들이라 하더라도 거의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런 식의 유혹에 맞부딪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위대한 연구자들 가운데 이와 관련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이들이 제법 많다. 그레고레 멘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또는 로버트 밀리컨 같은 사람들조차도 그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걷잡을 수 없는 많은 자료의 홍수 속에서 어떤 법칙성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쩌면 심하게 빗나가는 몇몇 측정값들은 어쩔 수 없이 빼버릴 수 밖에 없는 건지도 모른다. 어떤 값들이 중요하고 또 어떤 값들은 무시해도 좋을지를 감으로 알아차리는 일이야말로 몇 안 되는 고학자들의 천재성에 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배비지도 그로 말미암아 여러 측정치를 합하여 얻어낸 중간값이 본질마저 뒤바뀌는 정도가 아닌 한에는 '요리하기'가 반드시 해로운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절차는 배비지가 '다듬기(trimming)라고 이름지었는데, 독일에서는 이를 흔히 '데이타마사지'라고 한다. 이것은 처음부터 측정값을 미리 기대했던 범위에 맞을 때까지 계속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이 목적을 위해 통계처리 방법까지 멋대로 뒤바꾸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와같은 조작의 대가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이작 뉴튼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측정하여 얻은 값들이 자신의 이론에 맞게 미리 정해놓은 값에 가깝게 되도록 교정계수를 가지고 다듬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천재적인 능력 덕에 뉴튼은 그런 방법으로 여러가지 자연법칙을 찾아냈지만, 오늘날의 잣대로 보자면 그 방법이 그다지 깨끗한 것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자료를 조작하게 되는 일도 있다. 그것은 실험을 하는 도중에 어떤 자료가 실험군 또는 대조군에서 나온 것인지 밝혀져 버리는 탓에 그렇게 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사기를 친다는 생각 없이도 자료를 정리하면서, 나중에 확인할 수는 있을 정도의 자료조작을 거듭하게 된다. 이와같은 자료조작이 특별하 두드러진 곳이 바로 제약관련 치료실험 분야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이중맹검법(Double blind)을 표준으로 도입하였다. 의사와 환자 모두 누가 받은 약이 진짜 약이고 누구 것이 가짜약(placebo)인지 모르게 실험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실험방법을 모든 학문영역에 다 적용시킬 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렇지 못한 분야에서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는지 늘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모르고 하는 자료조작과 알고하는 자료조작 사이의 경계가 오락가락할 때도 많아서 분명하게 경계를 긋는 것이 불가능하다. 학문을 하면서 해서는 안 될 행위의 또 다른 형식이 있는데, 바로 '표절'이다. 그러나 배비지는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모르긴 해도 수학분야에서 이 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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