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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8/10
 

[스크랩] 영생의 기계를 발명한 비운의 천재

2007.12.30 19:38 | 기본폴더 | 에삼

http://kr.blog.yahoo.com/buyer_kr/1210 주소복사

[초강력 독일 잠수함 부대와 기갑부대의 파죽지세 진격으로부터 연합군을 살려낸 것 순전히 이 작고 외롭고 초라한 사나이 혼자의 힘이었다.

그의 이름은 앨런 매시슨 튜링. 서툰 말투와 추레한 옷차림 덕에 항상 외롭게 지냈으며, 선천적인 동성애자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의 동성애 기질은 그를 파멸로 몰아넣는다.]


세계 2차 대전의 독일군 암호체계, 이니그마(Enigma).

이니그마란 이름은 당시 연합군 애들이 붙인 이름이다. Enigma라고 하면 수수께끼란 말이거든. 1920년대 당시 이게 처음 나왔다는데 정작 위력을 발휘한 건 2차대전 중반. 당시 독일군은 이니그마라는 암호 생성기로 독일 부대 사이에 전달되는 모든 메시지를 암호화 했고, 연합군은 이니그마에 그야말로 속수무책 당했다. 아무리 암호를 중간에 낚아채도 도대체 뭐가 뭔지 알수가 없었거든. 수수께끼란 별명을 괜히 붙여준게 아니란 거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을 공포의 도가니탕으로 몰아 넣은 이니그마 머신.
당시 이 지독한 머신을 해독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연합군의 운명이 결정될락말락하였다.


연합군은 이니그마로 암호화 된 메시지를 해독하지 못해 독일군의 유보트와 전차 부대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고, 정보전에서 뒤진 연합군은 숫적인 우세에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암호화는 서양에서 고도로 발달된 기술이었다. 로마 시대 때부터 활발히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었으니까. 그만큼 암호를 중간에 낚아채 해독하는 기술도 어마어마 하게 발달했다는 건데. 그런데 이 놈의 이니그마는 좀처럼 풀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아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이니그마의 암호 생성기 샘플을 보자.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이니그마는 같은 알파벳과 같은 문자열에 '패턴'을 주지 않는다. (아 물론 수학적으로 패턴은 분명 있겠지, 암호화가 원래 패턴을 복잡하게 만들어 주는 거니까.)

첫번째 줄의 hello world와 두번째 줄의 hello world의 암호화 패턴이 완전히 다르다. 이게 왜 그러냐면 이니그마 머신에선 알파벳을 한번 타이핑 칠때마다 안에 있는 수십 수백개의 톱니바퀴가 계속 돌고 돌아 다른 랜덤 문자를 찍어주기 때문이다.

단순화 시키면 아래와 같은 식이다.



더 큰 문제는 저기 돌고 있는 이니그마 톱니바퀴를 시도 때도 없이 계속 바꿔준다는 거다. 말인 즉, 운좋게 나치 통신병 발견, 겁나게 줘패서 이니그마 기계를 압수해도 이게 도무지 맞질 않는다는 거다.

아 괴로운 이니그마. 눈 뜨고 쥐어 터지는 연합군.

그래도 이 기계를 해독하는 방법이 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연합군은 처음엔 수학 깨나 한다는 폴란드 애들을 강제로 데려다가 암호 풀이 노름을 시키다가, 첨엔 몇 차례 성공을 거두었던 모양이다, 독일군이 계속해서 신형 이니그마를 활용하는 걸 보고 또 좌절, 이번엔 당대 수학계 최고의 강호라 불리는 젊은 천재를 영국에서 모셔 온다. 

(사실은 모셔 온건 아니고, 거의 납치였다.)

그 젊은 천재의 이름은 앨런 매시스 튜링. 말더듬이에 동성애자, 사람들과 눈도 못 마주치는 찐따. 하지만 그는 인류가 천년에 한번 배출할까말까한 수학의 모짜르트, 수학의 신이었다.  

튜링은 곧바로 연합군의 암호 해독 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 독일군의 이니그마 기계의 암호화 과정을 역추적할 수 있는 '폭탄(bomb)'라는 이름의 암호 해독기를 개발한다. '폭탄'은 이니그마의 암호 조합 방식을 당시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역추적하는 고성능 계산기였다.


튜링이 개발한 "폭탄"의 개념도.
이니그마의 작동 원리를 완벽하게 파악해 암호 해독은 물론 암호 생성까지 해줬다.


후손들이 재건한 튜링의 "폭탄"
당연히 원본은 보안을 위해 '삭제'됐다.
문제는 이 엄청난 기계의 발명자 이름까지 삭제했다는 거.


튜링과 '폭탄'의 활약으로 독일군의 이니그마 암호는 곧 대부분 해독된다. 암호 해독의 결과 연합군은 독일군의 지상 병력 뿐 아니라, 대서양에서 활개치던 U보트의 활동상까지 낱낱이 파악해 전세를 뒤집는다.

특히 튜링의 암호 해독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성공을 이끄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데... 뭐냐면 폭탄으로 이니그마가 생성하는 암호를 가짜로 만들어 이걸 독일군에 흘린 거다. 이니그마 암호만 철썩같이 믿은 독일군들은 노르망디에 병력을 다른 곳으로 분산 배치하는 통탄의 실책을 저지른다.

연합군 애들은 원래 암호만 간신히 해독하면 쌩큐쏘머치 메르시복꾸 였다. 근데 이놈의 수학 천재는 이니그마 암호를 그대로 따라 만드는 기계까지 만들어 준 거였다.

("암호의 세계" by 루돌프 키펜한/김시형 역, 2001 이지북, ISBN 89-89422-42-6 03410)

말하자면, 튜링은 2차 대전 당시 수많은 연합군 병력을 구한 전쟁 영웅이었던 거다. 전쟁 전문가들은 이니그마가 해독되는 바람에 전쟁이 최소한 2년 이상 빨리 끝났다고 평가한다. 

그런데도 당시 튜링의 업적을 인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튜링이 그런 일을 했다고 아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심지어, 지금도 거의 없다. 브리태니커 백과 사전에도, 위키피디어에도, 이니그마를 해독한 사람이 앨런 튜링이라고 기록하고 있지 않다. 이런 비러머글.

워낙 암호 해독이라는 임무가 지독한 보안을 요하는 작업이라 그랬던 건데...

암튼 죽어라 단물만 빨아먹은 영국군바리들. 일이 끝나자 튜링을 그냥 집으로 보냈다. 잘가 바바이 오르부아.


튜링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세기 최고의 암호 해독자이자, 전쟁영웅 튜링은 또 다른 위대한 업적을 남겼는데, 그것은 바로 현대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발명한 일이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발명됐다면,

튜링 집에 겁나게 멍청한 가정부가 있었다. 튜링은 엉뚱하게도 이 가정부한테 수학 문제 풀이를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단다. 그리고 이 가정부에게 종이와 연필을 쥐어주고 풀이 과정을 아주아주 잘게 나누어 하나씩 가르쳐 줬더니, 대학생도 못풀 수학 문제 풀이식을 배우더라는 거였다.  

뭐냐. 알고리듬(algorithm)의 시작인거다. 기계에게 멍청한 가정부에게 수학 풀이를 가르치듯이 명령을 내리는 거다. 물론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더 멍청하다고 가정해야겠지만, 아무튼 사람이 문제를 푸는 방식을 아주 잘게 나누면 '기(yes)'다 '아니다(no)'의 연속된 프로세스로 단순화 시킬 수 있다는 거다. 뭐냐면, 기계에도 문제 풀이 방식을 가르칠 수 있다는 거다.

바로 소프트웨어의 시작인 거다.


범용성을 위한 영생의 기계 "튜링 머신"

튜링은 자신이 고안한 소프트웨어에 "유니버설 머신(Universal Machine)"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은 1936년 그가 발표한 가상의 기계에 관한 보고서의 제목이기도 했다. (오늘날 유니버설 머신은 "유니버설 튜링 머신" 혹은 간단히 "튜링 머신"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튜링은 0와 1만 구분할 수 있는 '기계'에 명령을 내리는 방법, 그 명령을 수행하는 방법, 명령에 의해 결과가 산출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디지털 컴퓨터 '프로그램(program)'의 원리를 세상에 알린다.

튜링은 2차 대전이 끝나 가던 무렵, 콜로수스(Colossus)라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계산기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다. 콜로수스에는 튜링 머신의 테이프에 해당하는 메모리를 갖고 있어, 0과 1을 이용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보여 주었다. 이로서 튜링의 기계는 원시적으로나마 현실화 된 셈.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튜링은 1948년 콜로수스보다 훨씬 복잡한 자동연산장치 ACE(Automatic Computing Engine)을 개발해, 이를 자신의 조국, 영국에 바친다.


튜링의 ACE.
영국이 이 기계의 위대함을 일찍 알았다면
영국은 미국을 대신해 IT 산업의 선도 국가가 됐을지 모른다


위대한 천재의 비참한 최후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발명자이자, 알려지지 않은 전쟁영웅 튜링. 그에겐 동성애 기질이 있었고, 당시 영국 법에 의하면 동성애는 1885년 수정법령 제 11항에 따른 명백한 풍기문란 죄였다. 튜링은 평소 자신의 동성애 기질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는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이에 대해 별달리 문제 삼지 않았고.

하지만 1951년 어느날 우연한 사건에 의해 튜링의 동성애 기질은 경찰들에 의해 '발각'됐고, 튜링은 1년의 구금형을 선고 받는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자가 구금형을 받지 않으려면 약물치료로 형을 대신해야 했다. 약물치료라는 것은 몸에 여성 호르몬을 주입하는 방법이었다. 동성애자의 성적 본능을 감퇴 시켜 '범죄'의 재발을 막는다는 취지. 

튜링은 감옥에 가지 않고 계속 연구를 하기 위해 호르몬 치료를 택했지만,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그의 현실 생활은 매우 망신스러웠다.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었을 뿐 아니라 외부 대학에서도 초청 강연을 해야 했던 튜링. 튀어나오는 가슴이야 옷으로 가린다쳐도, 헬륨가스를 먹은양 변조된 목소리는 그야말로 초캐안습이었다.

외부로부터 쏟아지는 엄청난 수모와 공공연한 조롱. 

1954년, 튜링은 자신의 집 침대에 거품을 문 시신으로 발견된다. 사인은 청산염 중독. 그는 청산염 통 속에 사과를 담갔다가 베어 무는 방식으로 자살을 택했다. 튜링은 자신이 평생 설계했던 "유니버설 머신"의 완성작을 보지 못한 채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한다.

튜링은 조국을 전쟁의 위기에서 구한, 인류의 기술산업 발전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운 영웅이었으나, 그의 배은망덕한 조국 영국에선 그를 기록에 남기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그의 이름은 1963년 이후에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등록된다. 여기서 튜링은 논리학자, 컴퓨터의 전신, 튜링 머신을 발명한 사람으로만 기록된다.)

앨런 튜링의 전기를 쓴 롤프 호흐후트는 튜링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에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영국을 진정으로 구한 사람들을 꼽는다면, 처칠 다음에 바로 튜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업적은 위대했다. 그러나 그런 말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가 독극물을 마신 것은 인정하면서도 자살이 아니라 실험적 의도였을지도 모른다고 써 놓았다. 그가 겪은 동성애 재판 역시 언급해 놓지 않았다… 또 튜링이 그런 비열하고 배은망덕한 냉대 속에서도 이니그마에 대항해 싸웠다는 사실은 한 마디도 쓰여 있지 않다." ("암호의 세계" by 루돌프 키펜한/김시형 역, 2001 이지북, ISBN 89-89422-42-6 03410)

오늘날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은 앨런 튜링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매년 컴퓨팅 분야에 훌륭한 공적을 쌓은 이들에게 A. M. 튜링 상을 주고 있다. 인텔의 지원으로 수상자에게 10만 달러의 상금을 전달하는 튜링 상은 '컴퓨팅 업계의 노벨 상'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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