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쯤 떠나 있었나 보다. 그리워할 날이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예전에 썼던 글을 좀 확장시켜 볼 요량으로 며칠 째 이곳에 드나들고 있다. 대부분의 글이 내가 쓴 것이라 확신할 수 없을만큼 낯설었다. 그때 나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었을까. 까닭없이 헛헛해지는 마음을 가볍게 만든 건 촘촘하게 달린 답글들이었다. 슬며시, 자주 웃었다. 안심했다. 그때도 나는 웃었겠구나, 하고. 어떤 세상에 살았든 가끔 그렇게 웃을 수 있었다면 되었다, 하고.
어떤 노력 없이도 순식간에 잊혀지는 사람이 있어 자책할 때가 많았다. 어떤 노력도 없이 긴 시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어 당황스러웠다. 우리의 시선이 늘 앞을 향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득한 뒤를 향하기도 하는 것은 순전히 '가치' 때문이다. 어떤 시간 혹은 어떤 사람의 가치는 뒤를 돌아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숱한 날들 중 하루, 그것을 알지 못하면 더는 살 수 없을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래서 뒤돌아보니 알겠다. 여기가 내게 어떤 곳이었는지.
나는 자주 외로웠을 것이다. 먼 나라 영국에서, 한 사람의 기억이 온전히 남은 이곳으로 돌아와서도. 꿈 꿨던 일을 두 손에서 놓아버릴 때에도. 그리고 낯설고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모든 시간 속에서.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좀 덜 외로웠을 것이다. 지금은 잊혀진 사람들과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 많은 사람들, 그 생들의 무게는 또 얼마나 무거워졌으려나. 혹은 한껏 가벼워졌을까?
귓말님, 이사하면서 예전에 님께 받은 향초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앉아 오래 님 생각을 했습니다. 그 초는 이미 제 춥고 길었던 수많은 밤 중의 한 밤을 위해 사라지고 케이스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사람보다 님처럼 오래,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데 참 역부족입니다^^;;
여누파님, 저 같은 사람도 그런 친구가 되기도 하는군요.
좀 딴 얘기이긴 하지만 얼마 전에 보니 '비만도 옮는다'라는, 환경적 요인이 자신의 몸을 인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던데요, 보면서 생각했어요. 대인배 곁에서는 누구나 대인배가 된다는 거.
결론은! 저를 그리 여겨주시는 여누파님이 그런 분이시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