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어떤 시점에서 문득 돌아본 나의 생도 그렇듯 한순간이려니 싶어진다.
언젠가의 가로수길, 카페 한구석에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생이 이 순간, 여기서 정지된다면 아쉬울까? 슬플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쉽거나 슬프다는 감정보다 지극히 편안해지면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매 순간 모든 것을 놓을 수 있고, 매 순간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삶이라면 지금이라도 괜찮다, 싶었다.
벌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입에 달고 산다. 가끔 아주 머리 아픈 책을 읽을 때는 저렇게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마시기도 하지만. 요즘은 아주 많은 말들이 내 안에서 울리고 나는 대부분 못들은 척 한다.
어처구니 없이 물대포가 날아온 날, (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어머니를 모시고 촛불집회에 나갔습니다. 난생 처음 집회에 참가하신 어머니는 앞뒤에 앉은 사람들이 건네는 주먹밥과 삶은 계란에 당황하시다가 싸온 음료수를 답례로 전하시면서 당신의 선입견과는 다른 집회 분위기와 그곳에 참가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 연신 놀라시고 또 진심으로 감동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달음박질 치기를 여러 번, 효자동 길목 앞까지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그래도 먼저 돌아가자는 말씀 없이 촛불을 들고 계신 어머니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먼저 돌아가자, 했습니다. 아무래도 새벽까지 버티시긴 힘드실 것 같아서였습니다. 길을 돌고 돌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는 속보를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잠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과 유모차에 태워져 연신 놀란 눈을 깜빡이던 아이들, 어린 학생들과 노인 분들을 직접 보셨기 때문입니다. 미친거다, 미친거야.
함께 걸으면서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비폭력, 비폭력!', '질서, 질서!'였습니다. 뉴스에서 보여주지 않는 평화로운 걸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딱 한번 만이라도 와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그대로인지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단 한번만이라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