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만에 이곳에 와서 내려놓는 소식이란, 내일이면 제가 한 살 더 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게 있어 생일은 그리 유쾌한 날이 못됩니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이십 대때는 생일이면 종종 잠수를 타곤 했습니다. 일 년 정도 돈을 모아서 서울 시내 호텔을 예약하고 그곳에서 혼자 뒹굴거리며 보내기 좋아했습니다. 휴대폰을 꺼놓고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갈 즈음 켜보면 한꺼번에 적지 않은 수의 축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또 좋았구요. 오늘은 갑자기 그때 일이 생각나서 내년쯤에 한 번 더 해볼까, 했습니다.
생일이란 게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확인하는 구실로도 가끔 기능했던 것 같아요. 부러 얘기하지 않고 과연 이 인간이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나, 없나 테스트도 해봤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미리 이야기를 해서 굳이 서운해 질 일을 만들지 않습니다. 살면서 상처 받을 일도, 서운할 일도 많은데 괜시리 꽁하고 있다가 그런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나름 나이를 먹으면서 유들유들해진 면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역시 쑥스럽기는 해요. 하하.
어쨌든 축하해주세요. 예전부터 이곳을 드나드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나이를 빨리빨리 먹기를 늘 소망했으니까요. 지금부터 '어서 오라, 마흔이여!' 이러고 있습니다. 마흔의 자신, 쉰의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일. 살면서 이 또한 중요한 일이겠지요. 아! 하지만 마흔이 되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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