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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니, 한동안 통증에 집중하며 살았다. 회복기 환자의 자연스런 고민이란, 이제 통증이 사라진 그 자리에 무엇을 놓아두어야 하는가, 이다. 새삼스럽다. 툭 끊어졌던 레일이 이제 서서히 이어지고 있으니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면 그 뿐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막막한 심정이다.
인생에서 한 번쯤, 일정한 시간을 두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 하는 일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둔 건 더 늦기 전에 그 시도란 걸 한 번 해보고 싶어서였다. 턱없는 자신감과 묘한 기대감, 그리고 설렘이 있었다. 어느덧 일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남은 건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불신, 그리고 몇 배로 늘어난 생에 대한 두려움이다.
언제나 이유는 있었다. 맹렬하게 뜨거워지다가 99도에 이르러 그만 식어버리고 만 이유. 생은 쉽게 100도에 이르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100도의 온도를 맛보지 못했고 원없이 끓어오르지 못했다. 스스로를 향한 위안과 타인에게 내밀 수 있는 핑계로는 그 이유가 유용할지 모르나, 결국 삶에서 이유나 핑계, 혹은 구실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누군가 그것을 듣고 싶어한다면 모를까.
내가 쓰는 글은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는, 삶의 골목골목마다 남겨진 이유, 핑계 혹은 구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저 결과만을 좇는 세상에서 누군가 그것에 귀기울여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헛될지도 모르겠지만 내 이유를, 내 핑계를 누군가가 물어봐주고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혹여 누군가도 그렇을 바랄지도 모른다는 생각...
시간이 어떻게 흐르든, 때론 멈추고 때론 가속도가 붙든 변하지 않는 것 한 가지. 어차피 누구나 외롭다는 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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