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개봉영화 - 데쓰프루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카액션 영화적 쾌감의 절정, ‘데쓰 프루프’ 이 영화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마치 캠버전의 불법 다운로드 동영상같이 거친 영상에 스크래치(긁힌 흔적)가 역력하다. 열악한 사운드에 조악한 영화사 로고가 떠오르고 이마저도 제대로 편집되지 않은 듯, 끊기고 만다. 영화 본편이 시작되면 점입가경이다. 등장인물이 대사를 말하고 있는데 영상이 이를 뚝 잘라먹거나, 같은 대사가 반복되기도 한다. 여배우가 섹시한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한껏 달구는데, 갑자기 암전이 되더니 “Missing Reel”(필름을 잃어버렸음)이라는 자막이 떠오른다. 이쯤 되면 악취미도 여간 악취미가 아니다. 화려한 CG에 매끄러운 편집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웰메이드 영화’의 시대를 역행하는 ‘싸구려 B급 영화’인 듯싶다. 하지만 감독의 이름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세계 영화계의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다. 영화 ‘데쓰 프루프’(Death Proof)는 70년대의 미국 동시상영관의 ‘영화적 열광’에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사람들이 왜 영화관에 가는지의 이유를 타란티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극장에서 보내는 저녁시간을 믿을 수 없이 즐겁게 만들어줄 절대적인 작품, 집에서 혼자 보지 마라”는 미국 한 비평가(‘신-스틸러스닷컴’의 에릭 멜린)의 말대로 이 영화는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 손에 땀을 쥐고, 탄성을 내뱉으며, 절정에 달하는 제의로서 영화보기의 기쁨을 극대화하는 작품이다. 원래 이 영화는 타란티노의 영화적 동지인 또 다른 할리우드의 악동 로버트 로드리게스와 함께 구상했던 ‘그라인드하우스’ 프로젝트의 일부였다. 두 사람은 70년대 동시상영관을 뜻하던 ‘그라인드하우스’라는 제목으로 각자 연출한 작품을 묶기로 했다. 70년대 동시상영관을 장식했던 좀비, 슬래셔, 호러, 액션 장르의 B급 영화 코드인 피와 살인, 섹스 등의 ‘난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로드리게스가 맡은 첫 편의 영화는 ‘플래닛 테러’라는 좀비영화였고, 타란티노가 연출한 2편이 바로 ‘데쓰 프루프’였다. 여기에 4편의 가짜 예고편을 더해 ‘그라인드하우스’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 미국에서 개봉됐고, 이 중 ‘데쓰 프루프’는 지난 칸영화제에서 단독으로 상영돼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원래 동시상영관에서 밤새 상영되던 영화는 초반기에는 제법 화질과 음질이 좋았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필름은 훼손되고 사운드는 망가지게 마련이었다. ‘데쓰 프루프’의 촌스러운 화질, 중복편집, 음향사고 등은 동시상영관을 추억하는 타란티노가 의도한 연출이다. ‘데쓰 프루프’는 기이한 한 연쇄살인범과 7명의 여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성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 분)는 스턴트액션에 쓰이던 ‘데쓰 프루프’ 차량을 갖고 다니면서 여성들을 꾀어 동승한 후 사고를 내 죽게 한다. ‘데쓰 프루프’차량은 완벽한 안전장치로 사고에서도 목숨을 보호할 수 있는 특수차량이다. 영화는 섹시한 세 여성이 마이크의 꾐에 빠져 죽음에 이르는 부분과 새로운 미녀 넷이 마이크와 대결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펄프픽션’ ‘저수지의 개들’ ‘재키 브라운’ ‘킬빌 1, 2’에서 보여줬던 타란티노의 장기, 음담패설 섞은 시시껄렁한 대화가 수십분간 계속되고 여성들의 섹시함을 극대화시키는 페티시(신체 일부에 집착하는 성적 성향)적 카메라워크도 빈번하다. 그러다가 영화는 시속 200㎞가 넘는 자동차 추격신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가슴 터질 듯한 쾌감으로 인도한다. 특히 실제 스턴트우먼 출신인 뉴질랜드 출신 여배우 조이 벨이 달리는 닷지 챌린저의 본넷 위에 매달려 벌이는 카액션은 CG 없이 찍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찔하다. 9월 6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