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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시사IN 안희태 송기호:1963년 전남 고흥 출생.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해남·영암 등지에서 농사지으며 농민운동. 40회 사법고시 합격. ‘중국산 마늘 파동’ 관련 행정소송 진행. 강기갑 의원 도와 쌀 협상 국정조사 참여. 현재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위원회, 조선대 법대 겸임교수, 수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 | 오바마 당선으로 한·미 FTA 재협상 논란이 불거졌다.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논의가 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단지 자동차 협상을 다시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한·미 FTA는 세계 금융위기 이전의 낡은 프레임이다. FTA는 시장이 국가를 규제하는 기조이지만 지금은 국가의 구실이 강조된다. ‘신브레턴우즈’ 체제와 같은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상황을 반영해 한·미 FTA는 재정립되어야 한다.
재검토되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무 엇보다도 투자자가 국가를 국제중재위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한 투자자-국가 소송제 등 정부의 공공정책을 훼손하고 국제 금융자본을 적극 옹호하는 내용은 고쳐야 한다. 그리고 농업처럼 시장에 맡기면 희생이 큰 산업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처)와 같은 보호 장치를 되살려야 한다.
현행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도 수정이 가능한가? 쇠 고기 검역은 협상의 영역이 아니다. 협상은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인데 검역 기준은 수입국이 정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오케이’ 해야 하는 사항이 아니다. 한·미 FTA가 재검토된다면 미국산 쇠고기 안전 문제를 왜곡했던 환경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을 더 확실하게 지켜주는 쪽으로 검역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정부는 재협상 불가 방침이다. 협상 당사자의 당연한 속성이다. 협상을 다시 한다면 지난 협상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협상을 고정불변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
대규모 촛불시위가 있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그 때는 거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 사회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 결국 뒷문을 막지 못했고,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과 소비는 현실이 됐다. 그렇다면 좋다. 이명박 정부의 ‘기준’대로라도 제대로 지켜지는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정부를 상대로 몇 가지 문서 공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추가 협상의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협상문도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측 무역대표부 대표(슈워브)와 농림부 장관(샤퍼)이 서명한 ‘레터(서한)’ 외에 한국 측 공무원이 서명한 문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없다고 하는데 뭔가 다른 합의가 있었으리라 본다. ‘한국QSA’(한국 수출용 30개월령 미만 품질체계 평가) 종료 시한에 대해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며 모호한 과도기적 조처로 표현했는데, 이런 중대한 문제를 막연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30개월령 이상은 수입이 안 되고 있나? 지 난 9월7일 미국의 쇠고기 작업장 현지 점검을 위해 한국 검역관들이 미국을 방문했다. 한국이 미국의 작업장 승인권을 가진 기간 내 마지막 점검이었다. 새 협상에 따라 9월26일이면 승인권은 전적으로 미국이 갖는다. 특히 당시 현장 점검은 30개월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미국 측 약속인 ‘한국QSA’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할 기회였다. 점검 대상 작업장들은 미국 당국으로부터 한국QSA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한국 공무원들은 18개 작업장을 승인해주었다. ‘우리 정부의 수출작업장 승인 이후 한국 수출작업 전까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마치 열심히 공부하기로 준비 중이라는 수험생의 말을 믿고 합격증을 내준 꼴이다. 미국이 정말 한국으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보내고 있는지를 우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 |  | | ⓒ시사IN 안희태 11월12일 인간광우병으로 아들을 잃은 영국의 크리스틴 로드 씨가 방한했다. | 선진회수육이나 내장은 유통이 되고 있나? 미국에서는 학교 급식에 공급하지 않는 선진회수육(뼈 등에서 발라낸 분쇄육)을 우리는 수입해도 좋다고 판단한 전문가들의 근거가 뭔지 ‘수입위험분석’ 문서를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외교부나 농림부가 서로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그래서 농민단체와 함께 당시 협상 책임자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고발했다. 장관 고시에 따르면 수입 금지 품목을 다시 들여올 때는 사전에 수입위험분석을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그리고 내장의 수입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검역 방법과 기준은 어떤지 물었지만 정부는 미국 측과 아직 기술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검역 과정에서 위반 사항은 없었나? 10 월31일 정부의 답변을 받았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시작된 뒤로부터 지난 9월까지 18.7t의 쇠고기에서 광우병 검역 기준을 위반한 내용이었다. 13군데 작업장에서 총 42건에 달하는 불합격 판정이 있었다. 그 작업장 중에는 대장균 O157에 오염되었다는 이유로 미국 식약청이 리콜 명령을 내린 ‘네브라스카 비프’ 작업장도 포함되어 있었고 지난해 10월 광우병 위험물질 혼입이 적발된 ‘스위프트’ 작업장도 적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어떤 수입중단 조처도 내리지 않았다. 주어진 검역 권한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이들 작업장이 어떤 위반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했지만 농림부는 ‘기업비밀 사항’이라며 거부했다. 최근 일본은 20개월령 미만을 표시한 보증서가 부착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도 스위프트 작업장에 대해 즉각 수입중단 조처를 취했는데 우리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 |  | | ⓒ한겨레신문 지난 6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국민대토론회. | 한우는 안전한가? 국내 축산계에 양면성이 있다. 언제까지나 국내 소비자가 한우 편이 될 수는 없다. 우리 현실에 맞는 적정 규모의 축산을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 미국산 사료를 대규모로 수입할 것인가. 한우에 대한 광우병 전수검사와 직거래로 품질과 가격 면에서 새로운 유통의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일부 축산농가와 생협에서 한우 전수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작 농림부가 거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효과 외에 다른 효율성은 크지 않다는 논리였다. 한국이 한우 전수검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미국 주도의 세계 농업 질서에서 독립하겠다는 것이니 정부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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