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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맞이하야 큰맘 먹고 자료실 대정리에 들어는 갔는데, 서적류는 고사하고 이놈에 VHS들 조차 여태 정리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 죽을 맛이네요.. ㅠ.ㅜ
그래서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방명록에 이민호님이 질문하신 것도 있고 해서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오늘은 국내에 출시된 레어 비디오들 몇장 소개 드릴까 합니다.
*시리즈물들까지 전부 다루면 너무 일이 커질 것 같아;; 오늘은 3장 이하로 발매된 타이틀 위주로 소개함
아무래도 초창기 국내에서 비디오 소프트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친 곳은 전통의 삼부 프로덕숀과 서진 통상 이겠지요.

대기업이 비디오 소프트 시장에 진출하기 전 라벨도 없는 삐자 테이프들과 열띤 경합을 벌이면서도 척박한 한국 비디오 시장을 개척해 주셨던.. ㅠ.ㅜ

특히 귀한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을 거의 대부분 출시해 주셔서 자료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컬러 TV도 일반화되고 있지 않던 그 시절, VTR이라고 하면 일부 부자집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고가 사치품으로 분류되고 있었던 때라 비디오 소프트 산업이 커질 수가 없었고 때문에 출시되는 타이틀들도 정말 제한적이었죠.
국내 비디오 산업이 급팽창한 것은 1980년대 후반 올림픽을 거치고 KBS 제3TV가 EBS로 민영화되면서 시작된 TV 방송 과외 때문이었습니다.
집에 VTR이 있으면 애들이 이상한거 빌려다 본다는 부정적 사고에서 EBS TV 과외를 녹화해서 공부하려면 반드시 VTR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불어 닥쳤고 이 무렵 국내 가전 3사의 VTR 광고들을 살펴보면 하나 같이 EBS TV 과외를 얼마나 편리하게 녹화해서 볼 수 있느냐에 초점(viss 기능 탑재 유무 등)이 맞추어져 있었고 이후에는 TV 과외 뿐만이 아닌 영어 학습 등과 같은 기타 교재들과의 호환 영역으로까지 확대해 나가죠.

이처럼 한 순간에 VTR이 교육용 전자 기기로 인식이 바뀌어 버린 덕에 하드웨어(VTR)가 불티나게 팔려 버리자 소프트웨어 시장의 팽창은 예정된 것이었습니다.
특히 기존의 삼부나 서진과 같은 전문 소프트 발매원을 밀어내고 대기업 산하의 프로덕션들이 업계에 진입해 메이저 타이틀들을 속속 발매하게 되는데.. 이 과도기적 혼란기에 애니메이션 타이틀들도 꽤 레어한 물건들이 출시되어 공중파에서 명절날 해주는 특선 애니들 외에는 해외 극장판(혹은 OVA) 애니를 본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던 그 시절, 국내 매니아들을 설레게 했었죠.. ^^
개인적으로 그 시절 최고 프로덕션을 꼽으라면 단연 금성 비디오 프로덕션 입니다. 1980년대 국내 가전 시장에서 최고 점유율(금성>삼성>대우+대한전선)을 지키고 있었던 금성(現 LG 전자)은 VTR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VHS 소프트 사업도 병행하게 되는데 ··
지금은 일본에서 조차 희귀 소프트로 분류되고 있는 마법사 잭(少年ジャックと魔法使い 1967)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콤비가 도에이 시절 만들었던 대작 극장판 태양의 왕자(太陽の王子ホルスの大冒險 1968)

사이보그 009로 유명한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초기 장편 애니메이션 날으는 유령선(空飛ぶゆうれい船 1969)과 해저 3만리(海底3万マイル 1970)

그리고 국내에 '12달의 요정'이란 제목으로 명절날 아침에 방영되어 엄청난 잔상을 남겼던 명작 애니메이션 4계절(森は生きている 1980)

등이 모두 금성 비디오 프로덕션에서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금성이 출시한 역대 최고의 레어타이틀은 바로 이작품 우주인 뱀파이어(Vampire Hunter D 1985)라고 할 수 있죠.

지난 2001년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에 의해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지난 1985년에 아시다 토오요 감독, 아마노 요시타카 캐릭터 디자인으로 최초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고 직후에 금성에서 국내 최초의 성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어마어마한 헤드 카피를 달고 출시했죠.
당시 국내 상황에서 이런 하드한 애니메이션이 정발된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습니다만.. 김용식(D 역), 송도영(도리스 역), 우문희(던 역), 설영범(리 백작 역) 등과 같은 공중파 선발 라인업급 성우진으로 우리말 녹음을 시도하여 일본 오덕들이 한국 와서 사갔을 정도의 더빙 퀄리티를 남겨 놓으셨죠.
당시 금성에서 어떤 분이 녹음 연출을 담당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열정을 가진 분이셨던 것 같고 이 분이 직후에 연달아 더빙하신 타이틀이 바로 환몽전기 레다 였습니다.

우으.. 이 테입 이야기만 하려면 혈압이 오르는데;; 어떤 넘이 제 자료 창고에서 훔쳐 간 뒤.. 양심은 있는지 모스피다 테이프에 녹화한 복사판(그나마 이것도 그 위에 다시 호피와 차돌바위를 덮어씌워서 일부만 나옴;;;)을 몰래 꽃아 놓았더군요. 정말 어떤 넘인지..!!
그런데 이 타이틀이 정말 레어 중에 레어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당시 레다 역을 맡은 성우 송도영씨가 엔딩곡 ‘사랑과 부케의 세레나데’를 우리말로 번안하여 불렀기 때문입니다. 정말 명곡이옵니다.. ㅠ.ㅜ
금성에서는 이밖에도 오시이 마모루가 감독한 세계 최초의 OVA 달로스도 출시를 했었는데, 아쉽게도 이건 제가 구하지를 못했네요.. ~.~
한편 세계 비디오 시장의 판도가 VHS > 베타로 기울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무모하게 베타 방식을 채택했던 대우전자도 이 무렵 소프트 시장에 진출했는데, 그중에서도 초인간 로크를 발매해 준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후에 KBS에서 성탄특집으로 방영이 되기도 했었는데, KBS 방영판은 완전 가위질 투성이라 내용 모르고 보면 좀 난감해지는 반면 위의 대우 비디오 버전은 그야말로 완전 무삭제! 입니다.
특히 아멜리아 누드 씬들의 경우 커트하지 않고 에어브러쉬 효과로 주요 부위만 가리는 정성을 보여주었으나 역부족으로 주요 부위 보다 10cm 이상 주변 부위만 처리가 되버려 보일 것은 다 보입니다(어떻게 당시에 심의를 통과했는지 지금도 아이러니;;)

금성과 대우에 이어서 삼성도 물론 소프트 사업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이후에 스타맥스라는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 버려 정작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출신된 비디오들은 그다지 많지 않죠.
하지만 당시 국내 비디오 소프트 시장이 얼마나 팽창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아래의 소년 타잔이라는 타이틀이죠.
카도카와에서 1984년에 개봉했던 대작 극장판 '소년 케니야'가 원제인 작품인데, 국내 발매원이 다름아닌 지구비디오 입니다. 지구비디오는 무려 1980년대 조용필과 이선희의 음반을 발매하던 지구레코드가 설립했던 비디오 레이블입이다.
음반도 일종의 소프트 사업이라서 그런지 그 노하우를 비디오에도 적용해 매우 잘 만들어진 정품 비디오입니다. 당시 여타의 발매원들은 런닝타임이 90분을 넘으면 무조건 上, 下로 쪼개서 비디오를 출시했는데, 소년 타잔의 경우 110분 짜리를 테이프 1개에 넣어서 출시했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어 있지 않던 때였기 때문에 일본산 애니임을 밝히거나 표기하면 안되는 상황에서 일본인 제작 스탭롤까지 모두 번역해서 자막으로 넣어 놓았습니다.

제목을 타잔으로 바꾼 것만 빼고나면;; 그래도 꽤 오리지널리티를 보존해 내려했던 흔적이 보이는 타이틀이라 나중에 하나 더 사두었다는.. ㅋㅋ
메이저권 레이블은 아니지만, 이 무렵 출시된 레어급 타이틀로는 윈다리아도 빼놓으면 안되겠죠. 이 작품도 지난 1994년에 MBC에서 추석특집으로 방영해 주었지만 역시 가위질 꽤 당하신 관계로 차라리 비디오 출시판이 좀 더 나은 편.. ^^

한편 마크로스 극장판 ‘사랑 기억하십니까’도 마크로스 2008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출시가 되었었죠.

上, 下로 쪼개져 나와서 좀 안습이지만.. 그래도 민메이 어택을 장식한 저 대곡을 지금은 고인이 되신 성우 정경애님께서 열창하시는 바람에 더더욱 레어가 되어 버린.. ^^
동영상은 아래 링크 클릭! http://taksangs.egloos.com/3564530
소개해 드리는 김에 특징있는 것으로 몇 개만 더 빼서 보여 드리죠.. /ㅡㅡ
요즘 리메이크 되어 다시 한번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품 '지구를 향해' 입니다. 대영에서 출시되었는데 한글로 투디어스라고 띄어쓰기도 안하고 저렇게 표기해 놓으니 설마 To The Earth 일거라고는 한번에 와닿지가 않아 놓칠뻔 했던;;

공중파 방영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지옥의 외인부대(AREA88) 입니다. KBS 방영분 더빙판을 그대로 출시한 것이라서 소장 가치 꽤 있죠. 다만 이것은 이후에 무삭제 DVD가 정발(KBS 방영 당시 삭제된 부분을 다시 그때 그 성우들 모아서 재더빙!)되어서 이왕이면 DVD로 소장하시면 더 좋고요.. ^^

그런가 하면 전혀 엉뚱한 이유로 레어가 된 국내 출시 비디오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슈퍼걸 노바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프로젝트 A코'. 물론 당시 국내 사회분위기를 생각해 볼 때 위태위태하긴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출시 1주일 만에 시민단체들께서 촛불시위 해주시는 바람에 그냥 걷어 가시더군요;;

프로젝트 A코와는 다른 이유지만 1주일 만에 걷어간 비디오로는 천공의 성 라퓨타도 빼놓을 수 없죠. 이 작품은 국내 수입사 대원이 한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간큰 업자께서 덜컹 치고 빠지기 전술로 짝퉁을 찍어 버리신 건데, 그 바람에 레어가 되어 버리신;;;

그 밖에 ···
나디아 팬들도 인정 안하시는 문제작;;

나름 오리지널리티 살려서 출시해 주신 붉은광탄 질리온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은퇴작 비너스 전기(윽, 용사 하운드라니;;)

국내에 희한하게 잘 들어오는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 작품들

소노다 켄이치의 작품들도 의외로 잘 들어옴

멋진 원제를 과감히 버리시고 어린이 수준에 맞추어 출시해 주신(아무리 그래도 우주전사와 로보트라니;;) Most Dangerous 가이스트, Metal Skin Panic 마독스 01

물론 어린이 레벨에 더 친숙히 다가가신 명왕계획 제오라이마도 계심;;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시로우 마사무네의 도미니온도 국내 출시될 때는 어린이 눈높이 ㅡㅡ+

우주황자도 풍운아 센스에 맛가시고;;

몽차원전설 판도라도 우주소녀 센스에 개념은 이미 탈지구권;;

역시 국내에 들어오려면 터치 처럼 무난한 제목이.. ㅎㅎ (라고는 하지만 이 넘도 해적판 만화는 H2에 편승해 H1으로 이름 바꿔 나오셨죠;;)

에고.. 어려운 시절에 나왔던 국내 출시 비디오들이라 다 제각기 사연이 있으시고 또 그에 준하는 가치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얘기하다가는 몇날 밤을 세울 것 같군요.. ㅋㅋ
한가지 부연하자면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비디오 테입들은 명절날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 힘들게 힘들게 제가 직접! 손수! 녹화 버튼을 눌러서 녹화한 테입들 입니다!

앞뒤로 광고도 붙어 있고 예고된 편성 시간 정확히 안지켜 주시는 국내 방송 관행 때문에 예약 녹화 믿었다가 짤려버린 것들도 있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이것들 만큼 애착이 가는 것들도 드문 것 같습니다.
특히 파일 공유 때문에 자막까지 딸린 원판 소프트를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그 시절의 VHS들이 저만의 보물이 되는 것 같아 앞으로도 더 소중히 보존할 생각이랍니다.. ^^
송락현 ☺ http://kr.blog.yahoo.com/anicapsule
ㅡ 끝으로.. 레다 테입 가져간 인간! 테입만 반환하면 일체의 연체료를 면해 주겠으니, 이 글 보면 늦게라도 꼭 자수할 것을 권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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