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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국내에서도 개봉되는 화제의 재난 SF 영화 일본침몰은, 본래는 지난 1973년에 발표되었던 코마쯔 사쿄의 소설이 원작이며 같은 해 영화화되었다가 올해 다시 리메이크된 작품입니다.

과거 이 작품의 원작 영화가 공개 되었던 1973년에는 정말로 일본이 곧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패닉 현상이 발생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곧바로 백화점 등지로 달려가 재난, 구호 용품을 닥치는대로 사들였다고하며, TV에서 이 영화가 방영되자 작품상에서 가장 먼저 가라앉는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토지 매도 문의가 쇄도했다는 일화가 있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일본의 SF 소설가 코마쯔 사쿄가 쓴 원작 자체의 과학적 고증이 탄탄하고 영화의 리얼리티가 섬뜩할 정도로 치밀했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이 작품의 영화가 리메이크되었다는 뉴스는 넘치는 반면, 원작의 속편이 있다는 사실은 아는 분이 거의 안계시는 것 같아서 포스팅을 합니다.
본래 코마쯔 사쿄 선생은 일본 침몰을 탈고한 직후, 일본 침몰의 속편인 일본 표류의 집필에 착수했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삽시간에 국토를 잃어버린 생존 일본인(약 840만 명)들이 세계 어느나라 땅에도 기착하지 못하고 끝없이 방랑하는.. 어쩌면 전편인 일본 침몰 보다도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끔찍한 내용으로 약 200페이지 가량이 집필되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
속편 집필 도중, 전작에서 무려 1억 명의 동포들을 바다 밑에 수장시켜 버렸다는 죄책감이 작가의 심경을 너무나 괴롭게 해 그동안 썼던 원고를 불태워 모두 버렸다고 하지요.
원작자가 이 소설 하나를 쓰기 위해 얼마나 심한 고통을 받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가운데, 결국 일본 침몰의 속편은 세상에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그렇게 봉인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33년.
어린시절 극장에서 일본 침몰을 보고 그 극악의 공포에 매료되어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히구치 신지 감독에 의해서 제작비 20억 엔 규모의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일본 침몰의 영화가 리메이크됩니다.

그리고 그와 때를 같이해 서점에 이 책이 등장합니다.
설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금단의 책!
일본 침몰 제 2부 인 것입니다.

먼저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것은 정치 소설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지구의 이상 지각 변동으로 인한 재난 상황을 가정해 현실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고도의 SF 소설 입니다.
코마쯔 사쿄의 일본 침몰이 세계 SF 문학사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부분은 정말로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그렇게 밖에 될 수 없겠구나하는 엄청난 리얼리티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인데.. 속편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발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전쟁이 아닌, 자연 재해로 국토가 소멸해 버렸을 때 그 국가는 존재할 수 있는가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일본처럼 국제 사회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의 땅이 지구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매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중에서도 초유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전세계에게 흩어져 있는 일본의 돈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 될 것 같습니다.
속편 소설에 보면(일본 침몰 후, 25년 뒤의 미래가 배경),
일본은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부근)쪽에 임시정부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어 놓고 U.N을 통해 이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요.(그걸 호락호락 뱉어낼 나라가 세계에서 과연 몇 나라나 있을까요.. ㅡㅡa)
여기에 더더욱 애매해지는 것은 전세계에 지부를 두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해외 지사 처리 문제입니다. 뭐 대부분 지부를 두고 있는 해당 국가의 법인으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ex, 소니 코리아 등) 본국의 본사가 증발해 버린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존립할 수 있을까요?
뭐.. 대부분 한번 망한 일본을 또 한번 망하게 하는 여진들이 될 거라 생각이 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처지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일본 침몰시 한반도에 미치게 될 지질학적 후폭풍은 차치하고라도 …
속편의 상황을 대입해 보았을 때, 일본에서 원자재를 사다가 제품을 만드는 국내 기업들이 처하게 될 어려움, 그리고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일본과 공생할 수밖에 없는 여러 업종들의 입장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일본 침몰은 작품의 타이틀이 품고 있는 말초적인 흥미 요소 때문에 국내에서 역으로 이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반도를 제작한 시네마서비스가 국내 배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속보임, 게다가 본래는 8월 15일에 개봉하려 했다니;;;;;)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만.. ㅡㅡㅋ

때문에 저는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이 일본 침몰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설상가상으로 이번에 리메이크된 영화는 지나치게 할리우드식으로 작품을 재가공해서 원작의 절망감 보다는 졸지에 브루스 윌리스가 되어 버린 초난강의 압박;;;;;;;;)
일본이 침몰한다는 그 자체보다 일본이 침몰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온다면 유익할 것 같습니다.
송락현 http://kr.blog.yahoo.com/anicapsule

다만, 일본 침몰 속편에 조금 실망한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제 작가가 너무 연로해져 버리셔서(게다가 영화 개봉일에 출간일을 억지로 맞추느라 쫓겨서 쓴 흔적까지;;;;;) 원작 특유의 리얼리티가 전작에 비해서는 떨어져 보이네요(역시 좀 더 일찍 썼더라면.. ㅠ.ㅜ) 출판사에서도 이를 알고 동아시아 정세에 특히 밝은 세이운상 2회 수상 작가 타니 코슈를 공동 저자로 가세시켰습니다만, 33년 만에 나온 속편 소설로서의 기대치에는 조금 떨어져 보입니다. ㅠ.ㅜ
 
한편, 일본 침몰은 본래 3부작으로 구상되었다고 하지요. 작가가 지난 1975년에 만들어 두었던 초기 구상에 따르면, 침몰 후 수백 년 간 국제 사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일본인 후예들이 결국 지구를 완전히 떠나는(알파 켄타우리로 이민)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했던 것 같습니다만.. 글쎄요, 과연 작가가 생전에 저기까지 쓸 수 있을지... ㅡ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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