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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아니메 뮤직 차트를 보고 있는데, 느낌이 아니메 음악으로 따로 만드는게 아니라 괜찮은 음악을 애니메이션 오프닝이나 엔딩 음악으로 갖다 쓴다는 느낌입니다. 곡은 상당히 좋습니다만 원래 순수한 애니 음악으로 만들어진 음악은 아닌 듯 한 느낌입니다.
모든 만화주제가들이 과거처럼 단순한 멜로디에 유치찬란한 가사의 조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순수한 의미의 주제곡으로서의 노래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어째서 이러한 추세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것은 만화주제가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본 음반시장의 생리가 그렇게 유도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싶습니다. 1980년대 아시아 최대의 드라마 왕국으로 발돋움한 일본은, 후지 vs TBS의 드라마 시청률 과열경쟁이 발발하고 이때 여러가지 신 전술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오늘날 일본 대중음악의 판도 자체를 변화시킨 타이아프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타이아프(タイアップ)라는 것은 ‘동시에 올라가다’는 의미의 Tie-up이란 단어가 일본식 외래어로 정착된 것인데, 쉽게 말해서 인기 가수들의 신보를 작품의 주제가로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음반 프로모션의 경우 ‘대중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곡 자체를(일부분이라도) 많이 들려주어 대중들을 세뇌 시켜야 한다’는 전통적 홍보전략 위에서 가수의 쇼 프로 출연이나 기타 상업광고를 할 경우 상당한 비용과 인원이 투입되는 것에 반해, 만일 시청률이 높은 방송프로의 주제가로 곡을 제공하면 별도의 프로모션 없이도 매주(혹은 매일) 그 곡을 소비자에게 노출 시킬 수 있다는 음반사와 방송국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정착된 시스템입니다.
일본의 빌보드 차트라고 할 수 있는 오리콘 싱글 음반 차트를 한번 살펴 보시죠. 그리고 상위 50걸 안에 들어 있는 곡들의 데이터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리지널 싱글 곡은 찾아보기가 희귀할 정도로 대부분 어떤어떤 드라마의 주제가 이거나, 개봉된 영화의 주제가,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이것도 저것도 아닐 경우에는, 무슨무슨 CM SONG으로 사용된 곡이거나 하다못해 <오하이오 니폰> 등과 같은 아침 정보 프로의 오프닝 송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주제가(어떤 프로든 간에)로 사용되지 못한 곡은 음반 판매에서 엄청난 핸디캡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일본 내 음반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타이아프 대상은 단연 TV 드라마로서, 역대 최고의 타이아프 곡으로 평가 받고 있는 <101번째 프로포즈>의 주제가 ‘SEY YES(노래: 차게&아스카)’에서부터 <토쿄 러브스토리>, <롱 바케(Long Vacation)>, 〈Beautiful Life〉, <히어로> 그리고 최근 후지 TV에서 방영 스타트된 <귀신 신혼일기> 등에 이르기까지 인기 있는 TV 드라마들에는 항상 히트곡들이 함께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제가를 부른 가수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선호 순위로 과거에는 CM SONG쪽으로 많이 몰렸으나(자주 들을 수 있으므로) 곡 전체를 틀 수 없다는 제한 때문에 1990년대 이후에는 아니메 주제가 쪽이 드라마 다음 순위로 등극해 있습니다. 때문에 <명탐정 코난> 같이 시청률이 높은 작품들에는 인기 뮤지션들의 신보가 거의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며 시청률이 생각만큼 높지는 않더라도 특별한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한 작품(ex. KAIKAN 프레즈, 몬스터 팜)들도 음반사들이 서둘러 접촉을 시도하죠.
물론 타이아프 시스템의 폐해도 있습니다. 과거 타이아프가 없던 시절에는 철저히 작품의 내용과 상관이 있는 가사와 음조로 그야말로 작품의 주제가를 계획해서 만들고 불렀던 것에 반해, 타이아프라는 것은 노래 자체로 히트를 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곡을 상관없는 작품의 주제가로 선곡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과 전혀 무관한 엉뚱한 주제가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죠.
하지만 일본의 음반 시장이 지금의 규모에 다다른 것은 타이아프 시스템의 공적이 절대적이고 그리고 과거와 달리 만화주제가를 인기 최정상의 뮤지션들이 부르게 된 경위도 타이아프 시스템이 일조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진은 타이아프 시스템에 의한 음반 판매 전략이 가장 극대화된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 <슬램덩크>. ZARD, WAND, MANISH... 그리고 오구로 마키에 이르기 까지 빙 프로덕션의 나가토 다이코 사단 가수들이 돌아가면서 주제가를 불렀고 대부분 밀리언셀러를 달성해 냈다.
국내에서도 지난 1980년 조용필이 불렀던 유지인 주연의 TBC 주말 연속극 <축복>의 주제가 '촛불'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타이아프 시스템이 정착 되는가 했지만 직후의 언론 통폐합으로 방송매체를 통한 교류 자체가 단절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드라마 왕국이라는 기치를 내걸은 MBC 문화방송이 <질투>, <걸어서 하늘까지> 등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한국에서 타이아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이유는, MBC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뜬 곡은 KBS와 SBS가 인기 순위에서 열외를 시켜 버리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상대방 방송사에서 배척을 하기 때문에 음반사의 입장에서는 타이아프가 플러스 요인 보다 오히려 부담스런 리스크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타이아프도 그리고 인기 가수가 만화주제가를 부르는 것도 제한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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