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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한 곡 정도는 들어주는 여유를~

<Frederick Childe Hassam - Boston Common at Twilight,1885-86,Oil on Canvas >
얼마 전 힐튼가의 상속녀이자 파티광 패리스 힐튼이 열일곱살까지 싼타의 존재를
믿었다는 발언을 해, 전 세계인을 피식~하게 만들었었다.
달리 생각하면,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다이아몬드 반지와 페라리 자동차 정도 빌어주면
여지없이 가져왔던 패리스 힐튼이야말로 진심으로 싼타의 존재를 믿었을 법도 하다.
다만 보통 아이들이 생각하는 싼타보다는 무척이나 럭셔리한 싼타를 믿었겠지만..
처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건
할머니 밑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부모님과 크리스마스를 보낸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맡에 놓인 동화책을 발견했을 때 밀어닥친 위화감을 지금도 기억한다.
무려 13년 동안이나 선물을 가져다 준 적이 없었던 싼타가
불현듯 심경변화를 일으킬리 없다는 사실도 물론 알고 있었다.
게다 세로줄 빽빽한 500원 짜리 문고판 '노인과 바다'를 읽고 있었던 내가
꿈과 희망이 가득한 그림동화책을 소원으로 빌었을리도 만무하다.
그때 느꼈던 기분은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선물받은 기쁨이 아니라,
13년의 크리스마스를 졸지에 소매치기 당한 듯한 쓸쓸한 박탈감이었다.
젠장, 조금쯤은 더 일찍 챙겨줬으면 믿어줄 수도 있었잖아?
그땐 이미 싼타의 존재는 커녕, 크리스마스도 하루종일 TV가 하는 날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프로방스에서 찍은 사진 - 역시 크리스마스는 비싸다! >
성인이 된 이후로 남자친구가 있었던 크리스마스는 돈 많이 들어가는 헤프닝이 되었고,
남자친구가 없었던 크리스마스는 TV에서 '나홀로 집에'가 방영되는 차막히는 날일 뿐이었다.
그리고 또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역시 TV에서 지겨운 시즌영화 퍼레이드가 이어지는 차막히는 날 정도가 될 것 같다.
비록 외로움에 치가 떨릴지라도 꿋꿋이 캐롤 한 곡 정도 들어주고,
보고 또 본 시즌 영화라도 한편 정도는 봐주면서 싼타에게 빌어보련다.
내년 크리스마스는 부디 돈 많이 들어가는 헤프닝이라도 될 수 있도록....
* MFQ(Modern Folk Quartet) 는 미국의 남성 4인조 밴드로
90년대에 결성되어, 70년대 분위기의 포크를 들려주는 시대착오적 아저씨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미래를 향해 행진할때 용감하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당신들이야 말로
진정 20세기의 마지막 로맨틱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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